<p>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p><p>'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입니다.</p><p>이 말의 출처는 고려 시대 문인이자 역사가인 김부식이 쓴 우리 역사의 정사인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처음 나옵니다.</p><p>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이 나라를 세우고, 새로운 궁궐을 지었는데 그를 설명하면서 검이불루(儉而不陋)하고,화이불치(華而不侈)라 한 것입니다.</p><p> </p><p>오래 전 이 글귀를 붓펜으로 써서 식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올려다보며 그 뜻을 음미했습니다.</p><p>과연 우리 집은 검소한지,</p><p>혹 누추하지는 않은지,</p><p>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사치스럽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p><p>누추할 정도로 검소하긴 합니다만 넓은 잔디밭 주변으로 아름다운 꽃이 만개했을 때는 좀 화려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을 것도 같긴 합니다.</p><p>그래서 우리집양반은 너무 누추하다고 들어오기 전부터 집을 다시 짓자고 했습니다.</p><p>그러나 난 이 글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며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도리도리 했지요.</p><p>물론 어디까지가 검소며 어디까지가 누추한 것인지 그것은 저마다 척도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오히려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p><p> </p><p>20평의 작은오두막.(난 우리 집을 그렇게 부릅니다)</p><p>층고가 높지 않은 단층의 자그마한(움집에 버금가는....) 집은 게딱지처럼 엎어져 있고,</p><p>장식이나 꾸밈도 없는, 어쩌면 컨테이너 박스보다 더 소박한 집.</p><p>그곳에 맞게 저 또한 화장도 하지 않고 몸빼바지 위에 앞치마 걸치고 손에는 예쁜 가방 대신 호미가 들려있고,</p><p>발에는 하이힐 대신 검정고무신이나 장화가 신겨져 있습니다.</p><p>그리고 되도록 입는 것도 먹는 것도 간단히 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p><p>미니멀라이프를 외치며 사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p><p>‘2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영원히 쓰지 않는다’ 라고.</p><p>그래서 그분들의 삶을 배우려고 무척 노력하며 살고자 합니다.</p><p> </p><p>전에 법정스님의 책들을 볼 때 버리고 비우라는 말을 수도 없이 읽었습니다.</p><p>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버리고 비우는 것인지 몰라 우선 갖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습니다.</p><p>그때부터 버리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p><p>그러나 조금 있으면 그 자리에 뭔가가 또 채워지더라구요.</p><p>그러니 무엇이든 살 때는 당연히 또 한 번 생각하게 되더이다.</p><p>삶이 팍팍하지 않느냐, 짠돌이냐, 무슨 재미로 사느냐, 자신에게 좀 투자해라 등등 여러 말들이 귀에 들어옵니다.</p><p>그래서 때로는 미장원에도 가고 때로는 백화점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p><p>아직은 뭔가를 욕심내고 싶은 것들로부터 완전 해방되기는 저도 힘든가 봅니다.</p><p>허긴 초인이 아니고 이 땅에 사는 평범한 주부니까 당연한 것이겠지요.</p><p> </p><p>그런데 제게도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습니다.</p><p>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이 화원을 지나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p><p>들렸다 하면 그곳에서는 자제력이 완전히 상실됩니다.</p><p>모두가 나를 좀 봐달라고 해맑게 웃으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데 어찌 매정하게 돌아설 수 있으리오.</p><p>(저는 생각보다 엄청 정이 많습니다.^^)</p><p>사야 할 나무도 많고 사고 싶은 꽃들도 무척 많습니다.</p><p>수사해당화는 3년을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아 봄이 되자마자 화원에 들려 자그마한 묘목을 사다 심었습니다.</p><p>미산딸 나무도 거금을 들여 데려왔는데 아직까지 싹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별나라로 갔나 봅니다.</p><p>자엽안개나무는 작년에 사다가 심었는데 여름을 못 나고 가버려서 엄청 속이 상해 올 해엔 조금 더 큰 것을 샀습니다.</p><p>무척 갖고 싶었던 홍괴불나무는 지인이 꺽꽂이 해서 갖다 줘 그 자그만 나무에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p><p>아참! 으름나무도 한그루 사다가 머루나무가 죽은 자리에 심어줘야 합니다 ㅎㅎㅎ</p><p>이렇듯 머릿속이 온통 꽃과 나무로 꽉 차 있는데 무엇이 비집고 들어오겠습니까?</p><p>그 어느 명품 백보다 어떤 귀금속보다 꽃 한 송이가 더 귀하고 좋은 것을요.</p><p> </p><p>검이불루 화이불치</p><p>참 어렵습니다.</p><p>그러나 그 어려운 숙제를 하고자 저는 오늘도 고군분투합니다. ^^</p><p> </p><p>-단해-</p><p> </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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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갑장! 아무리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어쩜 이리도 생각까지 같을 수가 있는가? 글로 표현하지 못한 이정화가 자네 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네그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 남다르게 반갑고 기쁘더라고~ ㅎㅎㅎ 우리 나머지 인생, 더불어 자알 살아보드라고~~~ 참! 친구! 의견한번 들어보세~ 이번에 새로 꾸미는 꽃밭, 화이불치가 좋겄는가, 아니면 검이불루가 좋겄는가? 텃밭 거의 완성되어 꽃밭 꾸밀 차례인데 화원 가기가 겁이 나네그려 ~
첫댓글 멋진 분이시고 저도 다시 저의삶을 반성해보는 글귀입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꽃욕심만 갖으면 안될까요 ???
ㅎㅎㅎㅎㅎ
예, 저도 꽃 욕심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이름 하여 '꽃님'들이잖아요. ^^
검이불루 화이불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꽃님들에게 꽃 욕심을 제어하기란 쉽지 않죠.
예쁜 것들은 너무 많고. 다 가질 수는 없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난 소유는 신체의 무리도 오게 되니 적절한 맘 다스리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흠흠!!
아멘!
^^
어이 갑장!
아무리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어쩜 이리도 생각까지 같을 수가 있는가? 글로 표현하지 못한 이정화가 자네 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네그려~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 남다르게 반갑고 기쁘더라고~
ㅎㅎㅎ
우리 나머지 인생, 더불어 자알 살아보드라고~~~
참! 친구! 의견한번 들어보세~
이번에 새로 꾸미는 꽃밭, 화이불치가 좋겄는가, 아니면 검이불루가 좋겄는가?
텃밭 거의 완성되어 꽃밭 꾸밀 차례인데 화원 가기가 겁이 나네그려 ~
우리 집으로 오시오.
약간의 해답이 있을 듯.....^^
단해씨~ 나 해답 찾아야 되는데...
진짜 막 달려갑니다~
전화는 하고 갈께요~ ㅎㅎ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