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쉬 아일랜드는 크리스마스를 맞은 산마리노 친구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아마도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20 여개에 이르는 다양하고 긴 슬라이더로 유명한 스플래쉬 아일랜드만 한 곳이 없을 것이다.
혼자 타는 것, 두 사람이 짝이 되어 타는 것, 4~5인이 함께 타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다. 4층 높이에서 출발하는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이 급격하게 휘어지는 곳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은 곳이 없다. 안 타보는 곳은 있을지라도 한 번만 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에 찾은 곳은 튜브없이 혼자 타는 미끄럼틀이다. 입구가 저으기 당황스러웠던 것은 좌우에서 뿜어내는 물로 커틴이 생겨있고, 그 너머는 깜깜한 어둠이다. 어떤 코스일지 몰라 긴장이 고조된다.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 친구들은 하나씩 가슴에 양손을 모으고 그 어둠 속으로 비명과 함께 빨려 들어갔다. 나도 그렇게 했다. 미끄럼틀을 통과한 햇볕이 마치 조명 같아서 환상적이라고 느끼며 감탄하는 순간 물에 처박히는 것으로 여행은 끝났다.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환호하고 있을 때 기안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터벅터벅 다가왔다. 어찌된 영문인지 물으니 두려워서 포기하고 올라간 계단을 다시 걸어 내려왔다는 것이다. 미끄럼틀을 내려온 친구들은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됐다. 두려워보인 것은 다만 입구일 뿐, 안은 너무도 달랐다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이미 두려움에 사로잡힌 기안에게 그 말이 통할 것인가?
기안이 과연 친구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꿀 것인가?
불안해 하는 눈빛으로 미심쩍어하는 기안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지하고 가볍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자 기안의 표정에 작은 변화가 왔다. "우리가 함께 탈 테니,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겠냐?"라고 하니 기안이 용기를 내어 포기하고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여전히 미끄럼틀의 입구는 물커틴이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고 그 너머는 짙은 어둠이었다. 한 사람씩 타는 것이지만 한 친구가 먼저 서고 기안은 그 사이에 서고 또 다른 친구가 뒤에 서게 해 불안을 덜어주려고 했다. 첫 친구가 가슴에 손을 포갠 후 물커틴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안이 물커틴 앞에 누웠고, 곧 사라졌다. 또래인 부보이와 모든 친구들이 뒤를 이었다.
기안이 해낸 것이다! 미끄럼틀을 내려온 후, 모두가 환호하며 기안을 축하했다. 잘 했다고, 너무 멋있었다고 칭찬했다. 기분이 어떠냐고 묻지 얼굴이 약간 상기된 그가 말했다. “맛사랍!”("맛있다!"는 따갈로그어. "매우 좋다"는 표현.)
누군가가 말했다. “이사 파?”(한번 더!) 기안이 좋다고 한다. 모두가 한 번 더 4층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시간도, 그곳을 떠나 돌아오는 길도 흥이 넘쳤다. 우리는 마치 개선행렬 같았으리라. ^^
저녁 식사를 하며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눌 때 기안의 선생님인 다를리가 기안에 대해 말해준다. “기안이 원래 새로운 시도 앞에서 두려움을 많이 느껴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오늘 기안이 물러서지 않은 것을 보며 놀랐다. 너무 장하고 대견스럽다.”
기안을 두렵게 하던 것이 깨진 일이었다. 자신이마음으로 정한 선을 넘은 일이었다. 그 일에 ‘작은 용기’가 필요했고, 교회는 함께 서서 그것을 공급했다.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초청이었고, 격려였고, 동행이었다. 돌아보면 산마리노 친구들이 그와 같은 걸음을 걸어오고 있었다. 혼자서 가는 것 같아도 교회가 함께했다. 혼자 경계를 넘는 것 같아도 교회가 함께 넘었다.
우리에게 보내오신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매우 특별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함께 하고 있으니 너는 두려워말라, 염려하지 말라, 걱정하지 말라. 힘을 내라. 두려움을 통과해 평안으로, 세상의 어둠을 지나 그리스도 안에 감춰진 그 비밀한 잔치 속으로 친구들과 함께 들어와라. 연약함을 인정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곁에 선 친구들의 손을 잡을 정도의 작은 용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