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외 1편)
김 충 경
모하비사막 한가운데
부활한 공룡이 집단으로 사육되고 있다
부동의 자세로 엎드려
콜로라도 강물에 붉은 혀 적시는
울트라사우루스*의 검은 뱃속이
6,500만 년 동안 허기로 부풀어 있다
대박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 앞에
붉은 장미꽃으로 피어나던
태양의 기운도 한 풀 꺾이는 향기로운 저녁
풀 죽은 선인장 꽃 화르르 피어나고
굳게 닫혔던 문 밀고 나오는
사막여우 누렇게 뜬 얼굴이 보인다
공룡의 검은 뱃속에 내장된 슬롯머신에서
잭팟 터지는 소리 심장으로 파고들고
일렬횡대로 앉아 바늘구멍을 향해
머리를 처박고 있는 부릅뜬 눈알들
초록 카펫 위를 구르고 있다
공룡의 쩍 벌린 입 닫힐 줄 모르고
오대양 육대주에서 날아온 새들이
마침내 날개를 꺾는 곳
시계란 시계 모두 증발해버리고
뛰어내릴 창문조차 없는
인간 세상의 마지막 끝, 라스베이거스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크다는 공룡.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
세상의 모든 지붕 내려다보이고
발아래 온통 초롱초롱 빛나는 별 바다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 하월곡동 옥상
낮 동안 태양을 향해 굽실거리며
처진 어깨로 세상을 떠받들던 이들도
밤이 되면 발아래 세상을 둘 수 있는 곳
비록 선택한 삶은 아니지만
채울 꿈 없어 허전하지 않는
비울 것 없어 마음고생 없는
세상의 가장 밝고 투명한 별을 잡을 수 있는 곳
TV 연속극 주인공 신데렐라를 꿈꾸는 옥탑방도
스님들이 하안거에 들어간 절집 앞마당도
강남 갑부들이 산다는 66층 타워팰리스 옥상도
모두 구름 머물다 가는 곳이거늘
거대 공룡 아파트 그림자에 밀려
자유와 평등이 산다는 평지에서 떠돌다
밤이면 별 바다를 유영하는
세상의 마지막, 하월곡 산동네
카페 게시글
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라스베이거스 (외 1편)/김충경
박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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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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