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 비밀의 화원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전에 전남 곡성과 경북 칠곡 마을의 할머니들에 대한 사연이 소개됐다. 뒤늦게 한글을 배워 시집을 냈다.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평생 흙을 만지고 살아왔으나 그 마음에는 논밭만 아니라 아름다운 꽃밭이 하나씩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문이 열리자 세상은 야생화 군락지와 같은 그 아름다운 화원을 들여다보며 감동했다.
한 때는 꿈 많은 소녀였고, 설레는 새색시였고, 자녀들을 도시로 보낸 어머니였고, 지고지순한 아내였던 분들이 지금은 손자와 증손자까지 둔 후덕한 할머니가 됐다. 그분들의 가슴에 품어온 씨앗들이 없을 수 없다. 저마다 자신 만의 이야기가 있고 소회가 있듯, 저마다의 마음에 시가 있다. 부르지 못한 노래가 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그분들의 손에 연필을 쥐어주고 마음의 화원을 가꾸어 보길 권했다. 본인들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마음 한편을 일구자 놀랍게도 신비로운 생명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가 쓰였다. 그 덕분에 만난 전남과 경북에서 사는 할머니들은 함께 영화도 찍었다. 많은 이들이 야생화 같은 그 소박함과 투박함에 감동을 받았다.
할머니들에게 없는 것을 넣어주었다기보다는 이미 할머니들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하도록 도왔다.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애벌레가 나비로 우화 하도록 도운 일과 같았다. 세상을 떠날 날을 셈하며 사신 분들 안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잊고 있던 꿈들이 생각나고, 가뭇한 옛 기억들도 신기하게도 꼬리를 물고 소환되기 시작했다. 시인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힌 뒤에는 마술처럼 세상이 시로 바뀌었다. 흙을 만지던 손에서 피어난 시들은 아름답고 힘이 있었다. “잘 살았고, 잘 견뎠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만의 언어였고 노래였다. 삶이었다.
갈릴리 어부들의 눈을 열어 자신을 보게 하신 것처럼, 수가성 여인과 사마리아 사람들의 마음을 깨워 당신을 알리신 것처럼, 세리 마태에게 말씀을 건네 초청하신 것처럼, 우리를 깨우셨다. 익숙했던 일상을 흔드셨다.
상실과 실패 가운데 있었든, 자기 연민으로 슬퍼하고 있었든, 찾을 수 없는 답으로 번민하며 스스로 마음 문을 닫아버린 사람으로 살고 있었든 간에 예수님께서 오셔서 우리에게 행하신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셔서 그 문을 두드리시고, 들어오셔서 우리 안에 있는 화원을 함께 가꾸어 주셨다.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그 비밀의 화원이 향기로 가득하도록 일해 주셨다.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이야기들이 매일 샘솟게 하셨다.
감사하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 일해주셔서.
감사하다, 글과 노래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하다, 친구들을 주셔서.
감사하다,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무지개를 보듯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