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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씨앗 갓 태어난 아기는 무능력하지만 눈앞에 자주 나타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애착(사랑스런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눈앞에 자주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정한 미소와 사랑스런 말씨와 따스한 가슴과 감싸고 안아주는 포근함과 꿀 같은 젖을 공급합니다. 엄마처럼 아기를 잘 보살피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합니다. 안정된 애착이야말로 ‘사랑의 씨앗’이지요. 동물생태학자인 로렌츠는 동물들의 본능적 행동에 대한 연구를 하였는데, 이러한 연구는 훗날 애착이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로렌츠는 동물들의 경우, 종에 따라서 다르지만 어미에 대한 애착반응은 생후 초기에 결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오리와 같은 하류동물은 출생 직후부터 어미를 따릅니다. 만약 오리새끼를 낳자마자 어미와 분리시켜 인위적으로 다른 움직이는 물체로 대치시켰을 때, 새끼는 그 물체를 따르게 되며, 어미가 자기에게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그 물체를 따르게 됩니다. 하류동물에서의 이러한 애착상태를 ‘각인’이라고 부르지요. 이러한 각인은 이후의 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됩니다. 로렌츠의 연구가 인간발달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동물에 속하는 인간도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입니다. 하류동물에 대한 연구에서 어떤 종은 태어난 지 몇 시간이, 또 어떤 종은 며칠 동안이 애착형성의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동물 연구에서 애착의 결정적 시기는 공포반응이 시작될 무렵에 끝난다는 것을 볼 때, 인간의 경우 8, 9개월경에 낯가림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이전에 애착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보울비는 영유아가 애착대상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한 개념들이 성장하면서 점점 정교하게 발전되어 사회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울비(John, Bolby)는 1907년 런던에서 출생하여 외과의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의학공부를 했습니다. 임상의로서 보울비는 제 2차 세계대전 후 고아원에서 성장한 아동들에게는 타인과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동들이 생애초기에 어머니와의 애착을 확고하게 형성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보울비는 애착발달 단계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생후 3개월까지는(1단계) 애착 대상이 따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떠한 얼굴에 대해서도 미소를 지으며, 누구라도 곁에서 떠나가 버리면 울지만, 3개월에서 6개월(2단계)에 이르면, 낯익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아기의 애착행동은 몇몇 익숙한 사람에게만 한정되며,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게 되고, 3단계(6개월-3세)에 이르면, 아기는 보다 활동적이 되어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애착 대상을 가까이 하게 됩니다. 아기는 부모가 갑자기 떠나려고 하면 뒤따라가려는 반응을 보입니다. 3세 이후(4단계)는 보호자의 목표나 감정, 입장을 이해하여 자기의 행동을 그에 맞추기 시작합니다. 그 후, 에인스워스(M. Ainsworth)가 애착이론을 더 발전시켰는데 대표적 연구가 '낯선 상황'이라 불리는 실험입니다. ①엄마와 어린 아이(1세)가 실험실에 들어와 엄마는 아이를 작은 의자에 앉히고, 다른 편에 가서 앉습니다. ②그때 낯선 사람이 들어와 아이와 놀이를 하려 하면, 엄마가 돌연히 방을 떠납니다. ③잠시 후 엄마가 다시 돌아와 아이와 놀고, 낯선 사람은 떠납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엄마가 돌아왔을 때마다의 아이의 반응에 따라 세 가지 애착반응을 확인했는데 이를 안정애착, 회피애착, 저항애착으로 분류했습니다. (1) 안정애착 안정애착유형의 유아는 혼자 있게 되거나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와 남아있게 되면 때때로 불안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불안해한다면 이는 분명히 엄마가 없기 때문이고 단지 혼자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따라서 친숙하지 않은 성인과 놀지 않으면서 놀잇감 탐색도 하지 않습니다. 낯선 사람에 의해 다소 진정되거나 친숙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유아는 분명 낯선 사람보다 엄마와의 상호작용이나 접촉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즉 엄마가 곧 돌아오면 유아는 엄마를 반갑게 맞으며 엄마와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자 합니다. 재결합 장면에서 엄마를 회피하거나 저항하는 경향은 거의 없고 엄마와의 접촉을 통해 이내 안도감을 느끼며 편안히 놀이를 합니다. 관찰 결과, 이러한 안정 애착 유형 유아의 부모들은 유아의 정서적 신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주며, 아기 스스로 노는 것을 충분히 허용해 주었습니다. (2) 회피 애착 아기는 낯선 상황에서 엄마가 떠나가는 것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분리 전 장면동안에도 거의 엄마와 접촉하지 않으며, 만약 아기가 엄마에게 접근한다면 대개 도구적인 목적으로 접근합니다. 첫 번째 분리 동안 엄마를 찾는 행동을 거의 보이지 않으며, 불안해하더라도 엄마가 없어서라기보다 혼자 남겨져 있어서 불안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은 낯선 사람이 있을 때 불안을 보이지 않고, 혼자 있을 때의 불안은 낯선 사람이 등장했을 때 감소됩니다. 이러한 유아는 엄마가 방에 다시 들어와도 무시하고 다가가려 하지도 않으며 접근하려 하면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립니다. 또한 안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안아 올렸을 때 내려가려고 버둥거리며, 내려놓아도 별 저항을 하지 않습니다. 회피적인 아기는 낯선 사람을 엄마와 마찬가지로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론 엄마에 비해 낯선 사람을 덜 회피하고 만약 화가 났다면 엄마보다 낯선 사람에 의해 보다 잘 진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3) 저항 애착 이 유형의 아기는 최소한의 불안상황에서도 과잉 경계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낯선 상황에서 부적응 행동을 보입니다. 다른 유형의 아기들보다 더 화를 내는 경향이 있거나 눈에 띄게 수동적입니다. 엄마와의 분리 전 장면동안 낯선 이에 대해 접촉하거나 상호작용을 시도하지 않으며 심지어 분리 동안에도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엄마의 부재에 대한 심한 불안으로 분리 동안 격렬한 행동(화내기, 울기, 뒹굴기, 발로 차기 등)을 나타냅니다. 엄마가 돌아오면 강한 정도의 접근과 접촉을 추구하지만 그와 함께 분노와 저항적인 행동을 나타내면서 편안해하지도 않고 놀이도 하지 않습니다. 즉 엄마에게 양가적인 행동(접촉하려고도 하고 저항하려고도 하는 행동)을 심하게 나타내는데, 이런 고양된 분노 행동은 반응을 잘 보이지 않는 양육자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장된 애착 행동의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애착발달 단계가 나타나는 것은 아기의 인지발달 때문이라고 봅니다. 7개월쯤에는 낯선 사람과 낯익은 사람을 인지하는 과정에 도달하며 그 낯익은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항상 존재한다는 대상영속성을 인지해 가는 과정에서 애착 또한 발달한다는 것입니다.
애착형성과 관련하여 ‘애착이론과 심리치료’(마리오 마론) 7장에 나와 있는 ‘자녀에게 병리를 유발하는 부모의 소통방식’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1)아동이 위안을 요청하면 비난한다. (2)아동이 목격한 집안일을 부인한다. (3)죄책감을 유도하는 언행 (4)아동의 주관적 경험을 쓸데없는 것으로 취급한다. (5)위협 (6)비생산적 비판 (7)수치심을 자극하는 언행 (8)독심술과 간섭 (9)진퇴양란 (10)역설법 (11)부정적 비교 (12)반발심을 자극하는 언행 (13)끊임없는 질책 (14)자녀의 좋은 의도까지 비하하는 언행 (15)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언행 (16)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부모 (17)자녀를 귀찮아하거나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18)과민반응 (19)병리를 유발하는 커뮤니케이션 (20)원천과 의미를 생각해 보지 않은 이름 모를 공포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는 위에 열거한 역기능적인 부모의 역할에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애착유형에 대한 결과에서 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애착유형이 단지 부모-자녀 세대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세대 간으로 전이된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할머니 - 엄마 - 아기, 3세대 간의 애착 유형을 연구한 결과, 할머니와 엄마의 애착유형과 엄마와 아기간의 애착유형간의 일치도가 매우 높음을 발견하였습니다. ‘학대받고 자란 아이가 커서 학대하는 부모가 된다.’ 어려서 자신의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이 부모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고, 결국 자신의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세대 간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자녀 양육에 대해 배우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합니다. 애착이론이 발표되기 전에는 아이가 울 때마다 안아주면 더 울고 버릇이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는 아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 덜 울며 짜증을 덜 부린다는 점과 엄마의 민감성에 기초하여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영유아가 주변 환경을 더 잘 탐색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 관계에서 더 유능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영아를 돌보는 양육방법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애착이론은 주로 신체적 돌봄에만 치우쳤던 영유아 양육방식으로부터 심리적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데 공헌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을 통하여 아기와의 안정적인 애착, 즉 ‘사랑의 씨앗’을 틔우기 위하여 엄마가 행하여야 할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2010. 7.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