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클 제906차 제7기 신곡 지옥편 제20곡 (26) 2022-07-09
지옥편 제20곡 (Inferno Canto 20)
머리가 뒤로 붙은 점술사(제4낭)
강사: 김태연선생
● <20곡의 개요>
1.서언(1-30)
a)제20곡에 대한 서언(1-3) b)점술사들의 몰골(4-18)
c)독자에의 호소(19-24) d)단테의 눈물과 버질의 책망
2.버질의 점술사들소개(31-99)
a)암피아라오스(스타티우스,31-39) b)테이레시아스(오비드,40-45) c)아론타(루카누스,46-51)
d)만토(버질의 아이네이스,52-56) e)만토와 만투아의 연혁(57-99) f)단테의 반응(100-105)
3.버질 다시 점술사들 소개함(106-123)
a)에우리필로스(버질,106-114) b)미켈레 스코트(115-117) c)구이도 보나티(118)
d)아스덴테(118-120) e)여점술사 무리(121-123)
4.결말(124-130)
a)버질이 단테에게 길을 재촉함(124-129) b)두 시인이 길을 떠남(130)
1. 줄거리
19곡 성직매매자(聖職賣買者)들의 형벌(刑罰)이 상하 즉 위(머리)와 아래(발바닥)의 도착(倒錯)이었다면, 20곡 점(占)술사들의 그것은 앞(가슴)과 뒤(등어리), 즉 전후(前後)의 전도(轉倒)이다. 여기는 지옥 8환 제4낭이다. 때는 4월 9일 토요일아침 6시경이다. 두 시인은 계곡의 바닥을 주의 깊게 내려다본다. 그들의 몰골은 흉측하기 이를데없다. 얼굴은 뒤틀려 등 쪽을 향하여있고 발은 뒤로만 걸어가게 되어있다. 머리털은 가슴으로 내리고 눈물은 엉덩이로 흘러내린다. 등가죽이 바로 가슴패기이다. 단테는 이 모습을 보고 바위에 기대어 몹시도 서럽게 운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꾸짖으며 머리를 들라고 한다. 암피아라오스, 테이레시아스, 아론타 그리고 만토 등을 보라면서 그들을 소개한다. 이어서 자신의 고향(故鄕)인 만토바의 내력(來歷,27-99)을 길게 이야기해준다.
2. 눈물이 등골을 타고(1-30행)
① <1-18행>망령들의 몰골- 겁벌(劫罰 ,1행)은 형벌(刑罰)이고, 첫 노래(2행)는 3계(界)중 지옥(地獄)전체를 가리킨다. 기도의 행렬(7행, 주에 있음)-원불교와 환경단체(環境團體)가 최근 새 만금호의 간척사업(干拓事業)의 중단을 호소(呼訴)하는 3보1배(三步一拜)같은 기도행렬(祈禱行列)을 하고 있다. 7행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 저들은 ‘묵묵히(8행)’ 걷는다. 이승에서 말을 많이 했고, 목이 비틀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9행)’은 형벌받는 점술사들이다. ‘턱에서 앞가슴까지(11-12행)’는 턱과 윗 가슴 사이가 소름끼칠 정도로 뒤틀려있다고 번역하면 좋을 것이다. 목이 뒤로 비틀어 졌으니 뒤로 걸어 갈 수밖에 없다(13-15행). 이런 모양을 처음 보았으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다고(16-18행) 말했다. 얼굴의 전후도치(前後倒置)가 저들에겐 치명적(致命的)인, 형벌이었다.
② <19-30행>단테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경(19-24행)을 말한다.
‘독자여!(19행)’는 자주 쓰는 탄원의 말이다. 지금부터 쓰는 것을 읽고 이익(열매)을 얻게 할 것이니(하나님), 독자는 잘 판단하라는 뜻이다. ‘우리와 같은 얼굴이면서도 뒤틀리어(21행)’는 존엄은 인간의 본질이고 하나님의 형상이다. 점술사는 인간의 품위를 깨뜨린 자(창1:26)이다. 너무 불쌍해서 지옥의 현장임을 망각하고 울다가 단테는 스승에게 책망을 받는다. ‘여태 너는 어리석었구나(27행)’는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희도 아직 깨달음이 없느냐(마15:16)’라는 말씀을 생각나게 한다. 자비를 없애버림이 자비를 살리는 것이니(28행)’-이태리어 pieta는 pity(자비)와 piety(경건)의 동의어이다. 지옥에선 자비를 말끔히 지워 버리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경건이다(28-30행).
3. 이름난 점술사들(31-96행)
① 암피아라오스(31-39행)는 교재의 주(註)를 참고하라.
그리스의 큰 점(占)쟁이 이며 영웅이었다. 테베를 공격한 7왕 중의 하나(지옥14곡 67-72행)이다. 전투에 나가면 죽을 것을 예견했으므로 피신했는데, 적의 뇌물을 받은 아내가 그의 은신처를 알려주어 지옥에 떨어졌다(Statius에서 인용), 구약의 예언자도 앞을 내다보고 백성들의 갈 길을 제시했다.현실을 직시하고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예언자들의 역할은 우리시대에도 절실하다. 그러나 점쟁이들은 현실의 직시도 없고, 도덕성도 없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하나님의 세계를 엿보고 초능력을 도적질한 자들이며 또 그것을 사사로이 사용한자들이기에 한치 앞도 보지 못하고 뒤만 보게(38-39행)된 것이다. 콘트라파소(contrapasso)의 형벌을 받은 것이다.
② 테이레시아스(40-45행)는 테베의 유명한 점술사이다.
성을 즐기던 쌍뱀을 지팡이로 쳐서 여자가 되었다가 다시 다른 쌍뱀을 쳐서 남자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오비드'에서 인용).양성을 경험한 그에게 어느 성이 성적 쾌감이 더하냐고 여신들이 물었다. 여성이라고 대답하자 장님이 되었다. 제우스가 그에게 예언(占)의 능력을 주었다고 한다.
③ 아론타(46-51행)는 시저(카이사르)와 폼페이의 싸움에서 시저의 승리를 예언한 유명한 점술사이다(Lucan에서 인용). 누가 누구에게 이길 것이라는 예언은 도덕성이 없고 치자(治者)로 하여금 점을 더욱 의지하게 만들 뿐이다. 현재 그의 몰골역시 앞이 뒤가 되고 뒤가 앞이 되어있다. 점쟁이에 대한 형벌이 너무 코믹하며 또 한편 기가 막힌다.
④ 만토와 만토바(도시)의 내력(52-60행)
나까야마(中山)역(譯)의 제20곡 서두에 ‘~후방으로 걷는다. 그중에 만토라 불리는 요녀(妖女)가 등장(登場)하고, 만토를 만났으므로 베르길리우스는 그 일과 관련하여 상세히 지방의 지리와 도시형성의 연혁을 단테에게 이야기해준다.’고 썼다.99행까지가 이런 내용이다.
만토는 테이레시아스의 딸이다. 바쿠스(58행)는 바카스(Bacchus)를 주신(酒神)으로 섬긴 테베이다. 테베는 터키의 더베(행전14:20)가 아닌지... ‘헝클어진 머리채(53행)’-단테는 여기서 때때로 밤에 요녀(妖女)가 벌거벗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배회(徘徊)하는 모습을 암시(暗示)한다.
⑤ 만토바의 지리(61-96행)
이태리인에게 지리산의 지형 과 지명이 생소하듯, 이 대목 역시 우리에겐 어렵고 지루하다. 단테는 여러 곳에서 강 의 흐름이며 이태리 지명에 비상히 관심이 많다. 강의 흐름에서 굽이굽이 인생행로를 연상한 듯하다.
4. 눈여겨 볼 다른 점술사들(97-129행)
① 만토바의 연혁에 대한 다른 전설을 믿지 말라(97-102행). 아이네이스(Aeneid)에도 만토바의 전설(傳說)이 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입을 통하여 여기서의 전설이 더 옳다고 주장한다.
② 단테는 지옥에 온 김에 대단한 욕심을 부린다. 하나라도 더 보고 한 가지라도 더 알려고 애를 쓴다. 여행자들이 귀담아 읽어 둘 대목이다. ‘눈여겨 볼만한 자를(104행)’소개해 달라고 한다. 만토바의 내력을 듣고 진력이 날 것이어늘 단테의 호기심은 솟아나는 샘물과 같다. 탐구심, 학구심이 개인과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중지(中止)하면 정체(停滯)되고 뒤쳐지고 버림받는다(103-105행).
③ 스승은 다시 에우리필로스(112행)를 소개한다.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함대가 떠날 시간을 예언한 자이다. ‘내 장엄한 비극(113행)’은 아이네아스를 가리킨다. 베르길리우스의 비곡(悲曲)은 라틴어의 고아(高雅)한 문체인 반면 단테의 희곡은 통속어이며 구어체(口語體)로 쓰여졌다. 그 다음은 미켈레스코토(AD1175-1235)이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학자이며 점성가(占星家)였다.프레데릭2세를 비롯해 많은 군주에게 봉사했던 자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인이었다. 그 다음은 구이도 보나타(Guido Bonata)이다. 그는 기와를 잇는 기술자였다. 플로렌스에서 활동하던 자였다. 아스텐데(Asdende)는 전직이 제화공(製靴工)이었고 잇빨이 없는 자였다. 제 직업을 제쳐놓고 '점(占)’에 몰두 한 것을 베르길리우스는 안타까워하고 있다(120행).
④‘카인과 가시(124행)’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처럼 중세 이태리인은 가인이 벌(罰)을 받고 가시를 지고 있는 달 속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북반구의 끝은 예루살렘이고, 반대쪽은 연옥(煉獄)의 정죄산(定罪山)이다. 이를 남북으로 관통한 선(線)이 지구의 중심이었다. 동(東)은 간지스강, 서(西)는 스페인이었다(124-126행).
⑤‘간밤’은 4월8일 전야(127행)이다. 지옥1곡 1-2행에서 단테가 길을 잃고 헤맬 때 희미한 달빛은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달빛은 은유적(隱喩的)으로 고전철학(古典哲學)이다. 20곡은 지루하고 생소한 대목이 많았지만, 19곡에 이어 점술(占術)이 얼마나 무서운 형벌을 불러 오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점쟁이는 현실의 직시없이 윤리성과 도덕성이 없이 하나님의 세계를 엿보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사탄에게 이끌려 예언한 자이다. 전환기의 지금 이 시대에 역술인(易術人)은 전문직종(專門職種)으로 자리를 굳히고 신문에도 자주 광고(廣告)를 내고 있다. 교회(敎會)안에서도 예언 기도라는 것이 있다. 남편의 진급, 자녀의 대입시, 사업선택 등에 대하여 시원한 대답을 기다리는 여신도(女信徒)들이 많다. 대통령선거(大統領選擧),국회의원선거(國會議員選擧) 때 역술인(易術人)은 성업중(盛業中)이라고 들었다.
( 2003.5.23. 홍응표 씀) 2016. 4.1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