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심혈관 질환
"선생님, 가슴이 아픈 건 아닌데 좀 답답한 것 같아요. 숨이 차는 것도 같고. 좀 오래 걸으면 더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참 됐는데 뭐 고만고만해요. 나이 들었잖아요. 관절이 안 좋아서 운동하기는 힘들어요. 아휴 술 담배는 안하죠. 스트레스요? 자식이랑 가족들이 있잖아요. 안받는 건 아니지만 요즘 크게 뭐가 있지는 않았어요."
한나절의 짧은 외래시간이지만, 자주 만날 수 있는 '아주머니'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여성 사망의 중요한 사인의 하나였던 여성 암 즉 유방암 등의 질환은 그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5% 내외의 좋은 성적을 이루고 있으나, 심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여성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심혈관 질환환자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 하고 있으며, 2010년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관상동맥 질환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50-6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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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도표에서 주목할 점은 폐경기 이후 여성에서의 관상동맥 질환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폐경 자체는 질환이거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분명 심혈관 질병을 포함한 여러 질병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폐경기 이후에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는 고혈압, 고지혈증 그리고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폐경기 여성뿐만 아니라 '젊은'여성에서도 남성에서와 같이 심장 돌연사와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심혈관 질환은 여성에 있어서 중요한 질환인 것이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연구는 오랫동안 남성에게 초점을 맞추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말하는 전형적 증상이나 검사 결과들은 남성들의 특징인 경우가 많으며, 남성 자체가 위험인자로 분류되어 집중 관리 대상으로 여겨졌으며, 치료법 또한 남성에게 특화되어 있다. 최근 여성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여성의 심질환에 대한 관심을 촉구 하고 있으며, 이른바 '남성형 심질환'과 대비하여 '여성형 심질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는 심혈관 질환의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흉통을 시작으로 심한 경우, 심정지에 이르는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여성에서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서는 신체 전반에 걸쳐 점차적으로 쌓이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을 일으킬 만큼 진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서 심혈관 협착에 의한 증상이 교과서에 이른바 말하는 '전형적'증상과는 다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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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여성들의 대처 자세 또한 남성과 다른 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선'참아 본다는 점이다. 갱년기 증상이겠지, 나이들어서 그러겠지 하면서 전문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먹어 본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어머니들이 호소하지는 이러한 증상을 '홧병'과 연관 지어 '견뎌야'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서, 심한 증상 호소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병원에 방문하였을 경우, 상당히 경과가 진행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른바 홧병이라고 알려져 있는 스트레스도 관상동맥질환의 중요한 원인 요소가 될 점을 감안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애매한 증상을 간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성은 해부학적으로 가슴에 피하지방이 많고 앞서 언급한 동맥경화증의 발생과정의 특징 때문에 일반적인 심전도나 단일광자 단층 촬영(PET) 등에서 진단 정확성이 남성에 비해 낮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여성은 운동을 통한 부하 심전도 나 부하 심초음파 검사가 유용할 수 있으며, 최근 임상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는 심장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진단율을 높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검사들 자체가 모든 병원에서 시행되지 않아 진단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외에 여러 사회문화적 특징으로 인해 한국에서 여성의 심혈관 질환은 여전히 소외된 질환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모든 여성들이 심혈관 질환을 걱정하고 일률적으로 이와 관련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전문의의 판단 하에 정밀 검사가 진행 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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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한 위험인자가 있으면서 협심증이 의심 된다면 정밀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폐경기 이후에는 이러한 위험인자를 최소화 하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건강한 식습관과 매일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이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의 조절이 중요하겠으며,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집안에 흡연자가 있다면 간접 흡연 또한 위험인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가족 모두가 협조 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은 갑자기 발생하여 심정지 및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환이다. 서서히 진행 하는 다른 질환과 달리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짧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에서의 심혈관 질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의 특징을 반영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이루어 진다면, 이는 분명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외래에서 간혹 하는 말이 있다. "어머님/할머니, 그간 가족들한테 봉사하느라 고생 하셨잖아요. 검사 제대로 해서 건강하실 자격 있으세요." "맨날 그랬던건데… 이렇게 병원에 다니고, 식구들한테 미안해서…" "오히려 건강한 게 덜 미안하신 거에요!!" |
심장내과 임상강사 장정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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