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꿈을 꿔본 적이 있는가? 만일 한다면 어떻게? 열정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조각가 유영호 씨는 현대 미술을 통해 세계를 잇는 서로 다른 문화, 종교, 관점들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는 꿈을 꾸고 있다. “저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굳건한 목표와 책임을 가지고 현재 스테인레스 철강으로 만들어진 6미터 높이의 그리팅맨 조각품을 설치하기 위해 세상의 의미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의 그리팅맨 작품 뒤에 깔려 있는 메시지를 퍼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Yonesi Annals(연세대학교 영자신문)는 이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유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nnals : 언제부터 조각가가 되기를 꿈꾸었나요? 꿈을 꾸도록 만든 계기가 있다면요?
Yoo : 어린 시절 시골에 살았는데 그 때는 미술이 뭔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뭔가 끄적거리는 것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공책은 항상 낙서로 꽉 찼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던 어느날 미술 선생님의 조각품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조각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습니다. 미술 선생님께 새로 생긴 열정에 대해 말했더니 그(he)는 제게 다른 공부에나 집중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조각을 전공하고 있던 한 선배에게 찾아가 비밀리에 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죠. 그러나 저는 곧 선생님께 들켰고, 그는 정말로 진지하게 이 분야에서 꿈을 이루려 노력할 생각이 있는 지를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이것이 제가 조각을 전공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Annals : 당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그리팅맨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그리고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Yoo : 제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비디오 필름에 제가 인사하는 것을 녹화해서 미술관에서 전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문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때 홀랜드로부터 온 유명한 손님이 제 작품을 보고 인사는 모든 유대감의 시작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더군요. 그의 말은 제게 긴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인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사회적이건 정치적이건 간에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이 닫힌 마음이나 다른 이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능력의 부족 때문에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사는 자기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리팅맨은 존중의 표시입니다. 또한, 인사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인식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할 때 그(녀)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과의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인사는 쌍방향 소통의 중요한 신호입니다.
Annals :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리팅맨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에 관한 프로젝트이고 무엇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Yoo : 세계의 많은 지역에 그리팅맨을 세우고, 또한 그리팅맨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작업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허리를 굽히는 한국식 인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간단하고 보편적인 현대미술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팅맨은 파스텔 블루로 칠해진 보통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친근한 모습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조각품을 본다면 분명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저는 종종 제 목표가 세계의 서로 다른 1,000개 지역에 그리팅맨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것이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이 제 일생에 걸친 소원입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동안 이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Annals : 당신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까?
Yoo : 사실 저는 그리팅맨 설치를 위해 방문하고 싶은 곳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접점인 지브롤터입니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지배한 이후 두 문명은 화합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마치 과거 역사문제로 갈등을 계속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과 일본처럼 말입니다. 저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 화해의 표시로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그리팅맨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리팅맨을 세우고 싶은 또 하나의 지역은 태평양에 있는 키리발디 섬입니다. 이 곳은 현재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계속 바다에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높이는 해발 6피트(약 1.8미터)에 불과합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땅이 바다에 가라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들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팅맨이 설치된다면, 그것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세계에 계속 상기시킬 수 있는 상징물이 될 것입다.
Annals : 당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미래의 계획이나 바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Yoo : 하나의 그리팅맨을 세우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루과이와 파나마에 그리팅맨을 세우는데 각각 3년씩 걸렸습니다. 또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많은 의문점들이 제기됩니다. 이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한 후에 완성됩니다. 미래에 그리팅맨이 수 많은 곳에 세워지게 될 때 저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팅맨의 이면에 깔려 있는 메시지 - 저는 그것을 그리팅맨 정신이라고 부릅니다 - 를 이해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공손한 인사(greeting)가 중요한 이유를 스스로 깨닫고, 그들 자신의 특수한 입장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해석에 맞춰 자발적으로 그리팅맨을 세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Annals : 그리팅맨 이외에 당신의 유명한 작품으로서 상암동에 “Square-M Communication"이 있습니다. 그 작품은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요?
Yoo : 저는 사실 그 작품을 World Mirror(세계 거울)로 작명하고 싶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시면, 두 사람이 하나의 틀을 통해 손가락으로 서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한 사람이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구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생각해 봅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북반구(“제1세계”)와 남반구(“제3세계”)를 구별합니다. 세계는 불균형합니다. 그런데, 당신이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는 적도에 서게 된다면, 당신은 타인을 통해 당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변역자 주 : 남쪽 사람이 보면 북쪽 사람으로 인식되고, 북쪽 사람이 보면 남쪽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뜻인 듯?) 당신이 누구인가는 거울을 통해 당신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타인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아성찰이라고 부릅니다. 북반구와 남반구는 한 문명의 일부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의 열쇠라고 믿습니다.
Annals : 마지막으로 연세인들, 또는 당신이 하고 있는 것처럼 바깥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Yoo : 당신이 바깥 세계로 나갈 때마다 타인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불리한 상황에 있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완벽하게 좋습니다. 손해를 봐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정한 장소나 사고방식으로 자신을 가두지 마십시오. 안락한 상황을 뛰어 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고정관념을 갖거나 탐욕스러워지지 마십시오. 바깥 세상을 향해 나가려 할 때 당신보다 더 낫거나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 조각가로서 저는 하나의 간단하고 유연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다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아주 소상한 인터뷰기사로 유영호 작가님의 작가 정신과 세상을 보는 눈, 그리고 그리팅맨에 담긴 깊은 의미를 더 잘 알게되어 글 올려주신 진호님 참 감사합니다.~~^^
친절도 하셔라~^^
진호님 감사합니다 ^^
까막눈이라 못 읽고 넘어갔는데 진호님 덕분에 영호님 인터뷰 내용 소상히 읽었습니다.
영호님의 원대한 소원이 이루어지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