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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문학 작품은 작자가 알려져 있고, 그로 인해 작자의 삶과 그가 서 있던 시대의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주요한 방법론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반영된 경우 딱히 시대적 상황을 들지 않더라도, 작품 해석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작품이 창작된 시기의 역사적 상황과 연관시켜 작품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주의적인 방식만이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 작품을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활 수 있기에, 연구자에 따라 동일한 작품에 대한 해석이 전혀 상이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옳고 나머지 해석은 그르다고 단언할 수 없으며, 다만 어떤 해석이 설득력이 있는가를 따져 독자로서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고려가요를 대상으로 당대의 역사적 상황과 결부시켜 작품을 해석하고자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이해된다.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남아있는 향가(鄕歌)와 달리, 대부분의 고려가요는 작품의 창작 동기나 작가를 알 수 있는 정보가 남아있지 않다. 그렇기에 작품 해석에 있어 다양한 추론이 적용되고 있으며, 동일한 작품이라고 해도 그 해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면서 고려가요 작품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데, 제목에서 보듯 ‘강화 천도’라는 역사적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강화도로 천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는 몽고(원)의 침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강화 천도’를 전제로 내세운 것은 몽고의 침입과 그로 인한 강화에로의 천도 과정에서 해당 작품들이 창작되었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고려가요 작품들의 해석을 몽고의 침입과 연관시켜 해석해온 연구들이 있었지만, 저자처럼 전면적으로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연관시켜 논의를 펼치는 작업은 지극히 새로운 시도라고 이해된다. 작품에 대한 관련 기록이 남아있지 않기에 고려시대의 실록과 각종 기록들을 근거로 작품의 창작과 향유에 대한 상황을 추론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가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고려가요 작품들 가운데 <서경별곡>과 <가사리>를 비롯화여 다양한 작품들이 저자의 관점에서 몽고의 침략과 이에 대한하는 고려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 호출되고 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자못 흥미롭게 여겨지고, 특정 작품에 대한 해석에 일견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저자의 논의에 전제릃 삼고 있는 근거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실록’ 등 관련 기록에서 음악에 관한 다양한 내용들이 등장하고 있으나, 그 기록이 특정 작품과 연관된다는 것은 저자의 주장으로만 제시되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관련 기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근거를 통해서 추론하는 것은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해석에 동의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논리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논리 구성이 상당히 흥미롭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췄는가는 미지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 고려가요를 연구하거나 가르칠 때에 흥미로운 경해로 인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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