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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공식과 복잡한 증명을 요하는 자연과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렵게 생각되는 분야임에 분명하다. 아마도 그 이론적 배경에 대해서는 가볍게 여기면서, 공식이나 특정 이론들을 외우기만 했던 과거의 학교 교육 방식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최근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을 접하면서,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 이론적 배경이 논리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위대한 과학 고전’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모두 30권의 내용을 몇 개의 범주로 구분하여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자연과학의 기초적인 내용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에게 ‘희열과 감동을 안겨 준 수많은 위대한 과학 고전들’을 ‘주변과 나누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 책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가 ‘지난 학문의 여정에서 만난 많은 과학고전들 중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30권을 선정’했으며, 그 이유로 ‘이 고전들은 인류가 추구해온 지식의 대장정에 가장 빛나는 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상 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여전히 소개한 책들의 주요 내용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왜 이들을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선정된 각각의 책들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해당 항목의 말미에 제시하고 있는데, 일부 ‘절판이나 품절된 책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가능하다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들을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과학에 푹 빠져들게 되는 재밌는 과학명저’ 6권이 1장에 소개되어 있다. 천문학의 고전인 튀코 브라헤의 <신성에 대하여>나 갈릴레이의 <별세계의 보고> , 그리고 다윈의 <종의 기원>과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등 익숙한 제목의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밖에도 패러데이의 <촛불 속의 과학>과 브로노우스키의 <인간 등정의 발자취> 등 저자의 기준으로 ‘과학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과학 고전들이 이 항목에 배치되어 있다고 하겠다. ‘과학 혁명가, 인류사를 바꿔놓은 위대한 과학 명저’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등 6종의 저서가 소개되고 있다. 윌리엄 길버트와 요하네스 케플러, 위리엄 하비와 아이작 뉴턴, 그리고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던 <과학 혁명의 구조>의 저자 토머스 쿤 등의 저작과 그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3장은 ‘오늘날 과학의 위상을 만들어낸 근현대 과학 명저’라는 제목으로 모두 7종의 저술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서양 중심주의에 일격을 가한 동양의 과학 명저’라는 제목으로 4장에서 모두 6종의 문헌들의 내용과 그 의미들이 서술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홍대용의 <의산문답>이나 최한기의 <기학> 등 조선시대 인물들의 저작도 보이며, 조지프 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과 함께 전상운의 <한국 과학 기술사>가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일생에 한 번은 꼭 읽어보고 싶은 고대의 과학 명저’라는 제목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등 모두 5종의 저술들이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저자에게는 5장의 저술들이 분명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여기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문학전공자인 나로서는 쉽게 접하지 못했을 다양한 저술들의 내용이나마 읽게 되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비록 각 저술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과학사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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