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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들려주는 정원인문기행’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답사했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원들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정원에 남겨진 수많은 기억들을 찾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우고 있다. 모두 30개의 정원이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는 자신이 ‘직접 한 번 이상 찾아간 곳’의 특징과 자신의 ‘사적 기억들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기획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구체적으로 정원이 조성된 배경은 물론, 각각의 정원을 만들고 거쳐간 인물들과 그에 얽힌 사연까지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정원인문기행‘이라고 성격지울 수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자신이 답사했던 정원의 성격을 모두 8개의 항목으로 구분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예술(Arts)’을 가장 첫 번째 항목으로 꼽으면서,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구엘파크를 ‘천재 예술가 가우디와 그 후원자 구엘이 꿈꾼 정원도시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모로코의 ‘마조렐 정원’과 영국의 ‘시싱허스트 캐슬 정원’ 그리고 프랑스의 ‘지베르니 정원’ 등 4곳을 그 예술적 가치와 정원의 조성에 관계했던 이들의 면모를 결합시켜 논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격(Authentic)’이란 의미의 항목에서는 영국의 옥스퍼드셔에 소재한 ‘러우샴 정원’ 등 4곳에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여기에서는 대구 달성에 위치한 백팽년 후손의 고택인 ‘삼가헌’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이 항목에서 소개한 정원의 경우 저자가 나름대로 ‘정원으로서의 격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이해된다.
세 번째는 ‘역사(History)’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광화문 육조거리’를 비롯한 4곳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창덕궁 후원’ 등 3곳에 한국에 소재한 정원이다. 여기에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정’이 추가되어 소개되고 있다. 또한 특별한 ‘아이디어(Idea)’를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안동의 병산서원’과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 ‘강릉의 오죽헌’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의 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4곳에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형식으로 ‘명상(Meditation)’과 ‘열정(Passion)’, ‘식물(Plants)’와 ‘도심 녹지(Urban Green)’ 등의 항목으로 통해서 각각의 분류에 맞는 정원들이 소개되고 있다. 정원 디자이너로서 저자의 안목을 곁들이면서, 각각의 정원에 깃든 역사적 사실과 그것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어 읽는 내내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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