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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문화혁명은 중국의 지식계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사건으로 기억된다. 고루하고 낡은 사상과 문화를 척결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된 문화혁명은 대대적으로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살던 곳에서 떠나 지방에서 생활하게 하는 이른바 ‘하방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당시 문화혁명의 시대에 앞장서서 설쳤던 인물들을 일컬어 ‘홍위병’이라고 지칭하는데, 그 단어는 지금도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성이 없는 인간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이호우잉의 소설 <사람아 아, 사람아!>는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문화대혁명의 경험을 살려 집필한 것으로, 당대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고 평가되는 작품이다. 저자 자신이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반혁명 분자’로 몰려 고난을 당했으며, 1980년에야 비로소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 문예이론을 강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념을 앞세우면서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던 시절, 작가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 그것을 역설하고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저자가 왜 ‘중국 현대 휴머니즘의 기수’로 불리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품에는 모두 11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인물들을 소제목으로 내세워 자신의 관점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가의 분신으로 이해되는 ‘손유에’와 그녀가 당국으로부터 고초를 겪던 시절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혼을 선택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한 전 남편 ‘자오 젠호안’,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딸 ‘손 한’과 손 유에를 오랫동안 흠모했던 ‘호 젠후’ 등의 관계와 사연들이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기회주의자로서의 ‘슈 홍종’, 중문학부 상사로서 권위적 인물인 ‘시류’와 그에 맞서서 휴머니즘의 가치를 옹호하는 그의 아들 ‘시 왕’의 대립은 세대 갈등의 한 단면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엮어내는 사연들이 문화혁명 이후 혼란스런 중국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개개인이 그 시대의 아픔에 어떻게 대응하고 타협하며 또 극복하는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저자는 작품 속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기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유형의 면모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했던 휴머니즘의 관점에서 각 인물의 상황과 처지를 스스로의 입으로 서술하게 함으로써, 당대 사회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여겨진다.(차니)
*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은 개정판이 아닌 초판이라, 인명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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