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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를 새롭게 그려낸다는 기획으로,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아울러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특징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퇴임한 지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문학사를 새롭게 꾸며보겠다는 저자의 생각을 실천하여 <새 한국문학사>로 저술한 결과물이다. 표지에는 ‘고대문학에서 현대문학까지 한 권으로 그려 보는 우리 문학의 지형도’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현대문학에서 비평을 전공해 온 저자의 학문적 자취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이해된다. 더욱이 자신의 전공 분야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전문학과 한시, 경제학과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보여준 저자의 문제의식이 곳곳에 배어 있음을 책을 읽는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문학사의 흐름을 개관하면서, 시대 개관은 물론 주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아우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학사를 개관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우선 시대 구분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라 하겠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관점에서 시대를 구분하고 있는데, 먼저 신라 향가까지를 ‘고대문학’으로 규정하였고, 이어서 고려시대를 ‘고려문학’으로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조선시대의 문학을 대부분 전기와 후기의 문학으로 구분했는데, 이 책에서는 ‘유교조선전기문학’과 ‘유교조선후기문학’ 그리고 ‘왕조말기문학’으로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기존의 문학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조선’과 ‘현대 조선(북한)’과는 다르게 유교를 주요 이념으로 채택했던 조선시대의 특징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반영된 시대 구분의 명칭이라고 하겠다. 그 하위 항목은 대체로 15세기로부터 19세기까지 세기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시대적 특징과 더불어 주요 작가와 작품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그 내용을 채우고 있다.
그동안 ‘개화기’나 ‘애국계몽기’로 불렸던 1910년까지의 시기의 문학을 ‘왕조말기문학’으로 명명한 것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대부분의 문학사에서 이 시기는 조선시대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전환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책 역시 명칭을 제외하면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이해된다. 흥미로운 것은 국권을 빼앗겼던 일제 강점기를 나라를 잃은 시대라는 의미로 ‘실국(失國)시대’로 명명하고, 이를 다시 ‘현대시의 형성’과 ‘현대소설의 형성’이라는 항목으로 구분하여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광복 이후 한국문학’ 역시 몇몇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 특징을 서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관점에서 문학사를 기술하고 잇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지만, 시대 개관을 논한 부분을 제외하면 각 시대별 문학을 시(가)와 소설로만 구분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더욱이 고전문학의 경우 한문학의 성과는 다뤄지지 않고, 현대문학에서도 비평적 성과나 희곡문학 등의 성과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특히 각 시대별로 제시된 작가와 작품들의 경우 비교적 내용적 측면에서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지만, 대체로 그 내용은 개별 작가론의 성과를 확인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왔다. 특히 ‘광복 이후 한국문학’의 경우 시 분야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김소월의 성과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월 우파 서정주’와 ‘소월 좌파 신동엽’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상의 문학적 성과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이상 우파 김춘수’와 ‘이상 좌파 김수영’ 등 이 시기 ‘현대시의 양상’을 4명으로만 한정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소설의 전개’라는 항목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는데, 여기에서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그리고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등 모두 3작품만이 다뤄지고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 ‘남한과 북한’, ‘노동과 실천’ 그리고 ‘사랑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과연 광복 이후 현대문학사를 이들 작가와 작품이 온전히 포괄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함께, 지나치게 문학사의 구도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실상 대상 작가와 작품의 선정은 비단 이 시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전문학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아울러 한 권으로 서술하겠다는 저자의 의욕이 엿보이지만, 그 문학사를 온전하게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독자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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