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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哲學)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문제들에 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자신의 논리로 체계화하여 세상을 이해하려는 이들을 일컬어 철학자라고 한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말과 글로 남겼기에, 그 내용을 통해 그들의 사상이 지닌 의미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었다고 하겠다. 반면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삶과 일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각자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며 살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의 생각은 체계적으로 설명되거나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기에, 그저 ‘생활철학’ 혹은 ‘생활의 지혜’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주변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 역시 나름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함과 창조의 새 길을 열다’라는 부제의 이 책은 한국철학사의 흐름을 살피면서,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한국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기획되었다고 이해된다. 역사를 재구하는 작업은 결국 기록을 토대로 하여 재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를 연구하고자 할 때, 고려시대 이전에 남겨진 기록의 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곤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경우에도 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철학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의 한 범주로 여겨지기에, 전통시대의 철학자들은 정치인이면서 문학가이기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해당 인물을 어떤 관점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철학자로도 혹은 문학자나 역사가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중국철학 혹은 동양철학의 인식과 방법론을 제외하고 한국철학을 제대로 조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철학의 바탕이 되는 유가(儒家)와 불가(佛家) 그리고 도가(道家) 등의 사상은 한국 고유의 것이 아닌 동양 전반에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사상을 받아들여, 우리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용시켰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최치원이 풍류(風流)를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포함(包含)이라는 개념에 착안했고,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사상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창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본격적으로 한국철학의 흐름을 살피기 전에 공자와 노자 그리고 부처를 통하여 유불도(儒佛道)의 사상적 원류를 먼저 살피고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조선시대의 주류 사상으로 존재했던 유가 사상 가운데 성리학(性理學)에 대한 장을 별도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최치원과 원효를 삼국시대의 주요한 철학자로 규정하며, 현재까지 전하는 그들의 문헌과 주변 기록을 통해 철학의 내용을 탐구하고 있다. 예컨대 최치원은 유불도의 삼교를 통합한 ‘풍류’로 사상적 특징을 설명하고, 원효의 경우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여 소통을 강조하는 ‘화쟁(和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실록(實錄)’을 통해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역사 기록의 ‘철학’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고려시대 철학자들이 별도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저자의 관점에서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 역시 조선시대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황’과 ‘홍대용’ 그리고 ‘정약용’ 등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사에서 근대전환기의 주요 사상으로 ‘동학’을 빼어놓을 수 없기에 그것을 하나의 항목으로 설명하고, 여기에 동학의 제2대 교주였던 ‘최시형’의 사상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20세기의 사상적 흐름을 고려하여 ‘원불교’와 동학에 뿌리를 두었다고 이해되는 ‘생명사상’을 통해 이돈화로부터 장일순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짚어내고 있다. 이상에서 한국철학사에서 주요 흐름을 짚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철학사의 온전한 면모를 논하기에는 이러한 구도가 매우 성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15주로 맞춰진 대학에서의 강의를 염두에 두고 철학사의 흐름을 개략적으로나마 포괄하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한국철학사에서 거론해야만 하는 주요 철학자들을 다룬 속편을 다루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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