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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기 이전의 기억이지만, 저녁의 술자리가 끝나면 으레 2차는 노래방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잘 부르지 못하는 나에게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순번에 밀려 한 곡이 끝나면 이내 마이크는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고, 나는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다음에 부를 곡을 찾기 위해 두꺼운 노래방 책을 뒤적이곤 했다. 우리나라의 초창기 가요부터 최신 곡까지 섭렵해보겠다는 생각에 간혹 오래된 트로트를 선택해서 부르면 대체로 한번쯤은 들어준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계속해서 느린 가락의 트로트가 이어지면 분위기를 처지게 만든다면서 다른 이들의 지청구를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혼자서 와서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을 실천한 적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없다. 한 시간 내내 혼자서 노래 부른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유행가의 곡목을 훑으면서,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노래방에 가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저녁 술자리가 있더라도 노래방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일상(뉴 노멀)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해방 이후 유행했던 대중가요를 시대순으로 선정하여, 저자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유행가’는 TV나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나 공연 등을 통해서 유행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노래를 의미하며, 흔히 대중가요라고도 부르고 있다. 한 방송국의 창사 60주년을 기념하는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을 맡으면서, 대중음악 평론가로서 1년 동안 매일 한 곡씩 모두 365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저자가 대중가요라고 하지 않고 굳이 ‘유행가’라고 한 것은 아마도 당대의 대중들에게 유행을 했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고 이해된다.
이 책의 목차는 ‘1945년 이후’ 이른바 ‘해방공간’에서 불려진 <귀국선>을 비롯해 7편의 노래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쳐, 대중음악이 보다 활발하게 유행되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유행가들을 저자의 소개에 따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내가 예전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들도 있고, 아쉽지만 어려워서 포기해야만 했던 곡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요즘도 여유가 있을 때 간혹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카세트테이프의 음악이나 음악 CD를 재생하여 듣곤 한다. 물론 가지고 있는 음악CD는 모두 MP3파일로 만들어 USB나 외장하드에 저장해 놓고,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 잔잔하게 틀어놓기도 한다. 저자가 소개한 것들 가운데 내가 즐겨 듣는 곡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대체적으로 ‘1990년대’의 노래들까지는 노래의 장르나 가수는 물론 소개된 노래의 수도 너무도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여겨진다. 그 가운데에는 때로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그에 맞서 불렸던 노래들이 있었음을 저자의 소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와 그 이후’의 항목들에서는 소개되는 노래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가수들의 활동이나 만들어지는 노래들이 과거에 비해 적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대중가요를 접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가 다양하고 그것읋 통해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 당시에 활동했던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를 어느 정도 섭렵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최근의 노래들은 이른바 대중가요의 시장에서 주류로 취급되는 노래들에 집중되어, 수많은 노래들은 일부러 찾아 듣지 않는 한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음반을 통해서 대중음악을 듣기보다는 음원사이트에서 스트리밍을 하거나 검색하여 영상으로 소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때로는 각자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반복적으로 스트리밍해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명 지금도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만들고 부르는 수많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터이지만, 대중들이 모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대중음악의 흐름과 현재 상황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 이 책의 구성을 통해서 조금은 분명하게 인식되었다고 하겠다. 저자는 ‘시대와 유행을 만든 노래들’을 통해서 해방 이후 60여년 동안의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대중음악에 대한 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으며, 소개된 곡들 가운데 간혹 듣고 싶은 노래들을 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주말이면 주로 오후에는 TV와 컴츄터가 없는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가지고 있는 음악 테이프와 CD들을 눈여겨 보면서, 이 책에 소개된 노래들을 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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