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壇法席 - 시로 쓰는 법문)
자연이나 일상생활(野壇)속에서 경전의 지혜(法席)를
깨달아 보자는 것이 野壇法席이다. 돌이나 풀(野壇)이
진리요 참 法席이다.
<野壇>
寧 너머 영월/최길하
동강은 동편제.
우르릉쾅쾅 돌을 굴리며 울고
서편제 서강은 반짝이는 물비늘
진달래꽃 물들이며 운다.
동강은 아우라지 뱃사공
목메인 소리로 울고
서강은 메밀꽃 피는 달밤
장짐 진 나귀방울소리로 운다.
동편제도 서편제도
하늘은 세 평
물소리는 천 리 란다.
<法席>
동편제는 판소리 같이 잔기교를 부리지 않는 껄쭉한 羽調다. 서편제는 애절한 계면조다.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 지리산 산악지역 남원 구례 순창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거칠고 목
으로 우기는 소리다.
훈민정음에 보면 최만리등 집현전 학자 8명이 훈민정음 반대상소를 올리고 세종대왕과
맞짱토론을 붙는다. 그만큼 세종대왕은 이론가였다. 여기서 세종은 결정적으로 음운학을
꺼내든다. "너희가 4성 7음을 아느냐? 음운을 아느냐?"한다. 4성은 상성 평성 거성 입성
이다. 입안의 이빨, 혀, 입술 등에 부딪치는 소리(자음)가 아닌 , 목에서 나오는 통음인
"모음"을 말하는데 <쭉 끌어올리는 상성. 들판처럼 편편하게 이어지는 평성, 놀란듯 크게
내는 거성, 꺽꺽 울듯이 안으로 우겨넣는 입성>이 있다. 동편제는 이 4성을 주로 쓴다.
발림(몸짓) 없이 고수의 북장단과 추임새가 다다. 고졸하다. 서법에 서세여고송일지(書勢
如孤松一枝)라는 말이 있다. 글씨는 외로운 소나무 가지 같아야 한다. 글씨와 일맥상통한
다. 우리나라 지형은 東高西低다. 동쪽은 거친산맥이니 이 동편제 소리가 된다. 영월 동쪽
험준한 산맥이 동강을 만드니 돌이 많다. 동강은 돌을 굴리며 흐르니 우뢰같은 소리를 낸
다는 뜻이다.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 평야지대를 흐르는 강을 닮아 사람의 기질과 삶의 방식도 잔가락 발
림 界面調의 슬픈가락이다. 화법유장강만리( (畵法有長江萬里) 유유한 화법으로 강물이 흐
른다. 서편제는 발성의 음색을 중시하여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소리가 늘어지는 특징을 지
니며 매우 기교적이며 애간장을 녹이는 선율을 구사한다. 영월의 서쪽에서 흘러드는 서강
이 이와 같다.
동편제 동강이 모음의 통소리 4성이라면 서강은 7음이다. 입안에서 부딪치는 소리 자음이
다. 7음이란 어금닛소리,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 반혓소리, 반잇소리다. 나무
줄기나 기둥이 4성이라면 7음은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부딪치는 소리다. 자음이다. 서
강은 7음으로 흐른다.
고려가 망하고 고려의 충신들이 정선땅으로 흘러들었다. 동강은 그래서 목메인 소리를 하
고, 서강은 단종의 한이 서린 청량포가 있다. 진달래꽃 두견새의 붉은 울음이 젖어있고, "메
밀꽃 필무렵"의 서강인 평창강 삶의 애환과 산골의 정서가 스며있다.
서강은 畵法이 장강이 뻗힌 듯하고 동강은 書勢가 외로운 소나무 기지와 같다. 그래서 동강은
동편제로 羽調의 목메인 소리고, 서강은 서편제로 애절하고 정한이 많다고 본 것이다.
허지만 한을 넘어서게 되면 동편제도 없고 서편제도 없다. 득음의 경지만 있을 뿐이다. 강줄기
를 따라 산등선이를 갈라 발성과 성음이 다르다. 따라서 인간사도 자연이기 때문에 이와 같다.
말과 음악 춤도 그래서 지방마다 다르다. 세종대왕은 이를 간파하고 중국과 다른 우리 음악을
만들어 종묘제례에 적용하고, 우리의 하늘운행 시간이 중국과 다름을 알고 천문을 재는 기구
와 우리의 역을 적용했다. 그리고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하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영월은 동편제의 동강과 서편제의 서강이 합류하는 좌표에 있다.
자연이 그 사람을 만든다. 즉 결을 만든다. 소리에 음정과 음색이 있는데 음색 같은 것을 환경
이 만든다. 그래서 어느 "山影"에서 낳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소백산 지리산 월악산 그 산그림
자라는 뜻으로 기질을 상징하는 말이다. 影響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무엇의 그림자와 어떤 무
엇의 울림이란 뜻이다. 참 아름답고 깊고 넓은 메아리 같은 단어다.
그래서 매난국죽 사군자를 치고 蘭을 기르고 書法을 익혔다. 여자들은 수를 놓고 꽃을 가꾸었
다. 이것이 다 마음의 결을 다듬는 일이 된다.
부처님 앞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기르고 염원과 염불을 하는 예불 예배도 나를 기르는 일이고
아름다운 문늬결을 다듬는 일이다. 그래서 부처나 보살이 되려는 것이다. 냇물이 강물로 강물
이 끊임없이 흘러 바다에 이르듯이.
影響! 나는 어떤 영향을 받고 싶은가? 나의 그림자 나의 메아리를 어떻게 만들까? 나는 지금
어떤 영향으로 어떤 결과 울림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