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한파에 죽었다고 탕친 수국 새순이 돋았다
버릴까 생각하다 물을 주고 포기하지 않았더니 봄 되어 잎 나고 꽃망울도 머금고 있다
천대하고 버렸다면 이런 기쁨은 없었겠지
죽었다 살아난 수국이 사랑스럽다 견디고 이겨내면 수국처럼 사랑받을 날 그런 날이 오겠지 |
군불을 때다
아침 저녁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니 한 겨울 강추위 얼어붙은 청솔가지로 군불을 땐다
매운 연기가 온통 초갓집을 둘러 싸고 매운연기에 눈물나고 기침도 났다 귀뚜라미 귀뚤귀뚤 부엉이는 부엉부엉 밤새도록 울고 있다 마음까지 춥다고 울고 있다
겨울을 이겨내라고 깡 추위도 이겨 내라고 부엉이는 부엉부엉 귀뚤이는 귀뚤귀뚤 청솔가지 불이 붙어 겨울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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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 황갑주
낙타 같은 산자락에 억새꽃 무리 지어 은물결로 찰랑인다
동장군 기세에 엎드렸던 산들이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켜면 칼끝 추위에 흔들리던 억새꽃 바람 내 머리 위에서 춤을 춘다
은빛 머리카락 살아온 발자국이다 오늘 하루해가 무겁다 |
화롯불
황갑주
날씨가 추우면 저녁마다
군불 때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군불을 지피고 나면 마지막 남은 뼈 무더기에서
빨간 불덩이들 눈부시고 쳐다본다.
그것을 모아서 화롯불로 사용한다
방안이 환하게 따뜻해지면 별들도 삐죽이 고개 내밀고
방안으로 들어 온다
가족 틈에 함께 끼어
옛날이야기에 화롯불 알밤이 툭툭 터져 나온다
겨울밤 윗목에 있는 콩나물시루에
물 내려고 가듯
우리는 추억을 먹으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날 화롯불 속에 익어가던
우리의 겨울밤
아직도 가슴에서 꿈틀거린다.
아버지 황갑주
아버지는 나뭇 지게에 진달래꽃 한 아름 딸들에게 주고 싶어 꺾어 오셨네
나 어릴 적 보릿고개 견디기 힘들어 남의 집 암송아지 배내기로 키웠지
그 소가 엄마 되어 송아지를 낳으면 그 소는 우리집 살림 밑천
새끼 떼놓고 돌아가는 어미소는 엄마 닮았네
육남매 품에 안고 배내기처럼 살아왔던 어머니 진달래꽃 지게에 심어놓고 넘실넘실 춤 추던 아버지 오늘은 어머니 아버지가 진달래꽃으로 피었습니다 |
카페 게시글
문세 8집 작품
황갑주 시
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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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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