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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느낌표 / 이경란]
이경란 25.12.03창밖에 내려앉은 새벽빛이하루의 온기를 먼저 깨우며 나를 불러 세운다얼어붙은 골목마다 숨결이 맴돌고그 사이로 오래 묵힌 마음이 천천히 김이 된다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는스스로 밝아지려는 작은 등불처럼 떨리고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12월은 조용히 어깨에 눈을 얹어 위로를 건넨다사라진 것들은 눈송이로 돌아와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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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밤/ 이경란]
이경란 25.11.28밤과밤겹쳐진 어둠 사이로낮의 그림자가 스며든다한쪽 밤은 잠을 삼키고다른 밤은 말들을 씹는다불 꺼진 창문마다생각의 불씨가 타오른다나는 그 사이에서허기와 침묵을 번갈아 먹는다달빛은 잔에 남은마음의 찌꺼기를 저으며 묻는다오늘도 너는세상을 다 삼켰느냐대답 대신나는 또 한 입의 밤을 베어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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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 위의 그대/ 이경란..
이경란 25.11.19가을인 나는 오늘도그대 뒤를 조용히 따라 흐른다발끝에서 흩어진 바람이먼저 내 이름을 스치고 간다그대 마음은가벼운 잎맥처럼 흔들리고길가의 낙엽들은내가 접어 둔 오래된 그림자들이다밟힐 때마다 번지는금빛의 얇은 울음 속에서사라질 것들이 먼저 밝아지는 건내 시간이 거슬러 흐르기 때문이다안개는 내 숨결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