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상담하기 위해 마포구청에 들렀다가 구내 은행을 찾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은행도 만원이었다.
요즘은 점포가 자꾸 줄어들고 ATM 기계로 간단한 입출금과 송금이 가능해 창구는 볼 일이 긴 사람들이 많아
대기자도 많다.
번호표를 뽑았다. 차례가 오려면 열 일곱 명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더 시간이 지체되었다.
마침 바쁘지도 않아 마음을 편히 가지기로 했다.
칭구에서 일을 본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닌 계좌개설. 해약 같은 일이어서 그런지 한 번 앉으면 일어날 줄 모른다.
창구 직원은 3명 뿐. 한 팀은 30여분도 넘게 일어날 줄을 모른다.
모두 기다리기 지친 모습이지만 꾹 참는 눈치다.
드디어 내 앞에 몇 명 남지 않게 되었는데 그나마 기다리기 지루해 자리를 떠버린 사람들 몇 때문이었다.
이제 조금만 참자 하는 찰나. 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당신의 번호가 불리자 한 어르신이 굼뜬 몸짓으로 창구에 다가갔다.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은행업무를 보기에 너무 나이가 들어보여서다.
굽은 등과 모자밑으로 보이는 백발, 그리고 지팡이. 전체적으로 몸이 둥근 공처럼 보인다.
기다리기 초조해진 사람들이 어르신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시선이 쏠린다.
간단한 출금이라 안도했는데 아뿔싸 마지막 관문 비밀번호를 모르는 것이다.
아무리 번호를 바꿔 눌러도 안 되고 세 번인가 틀리면 찾을 수 없다.
직원도 쩔쩔 매고 보다 못한 청년 하나가 도와드리러 가도 소용없다.
결국은 통장을 새로 발급. 비밀번호도 새로 만들어주며 직원이 신신당부한다.
'절대 잊어버리시지 마세요~'
그래도 주민등록번호는 갖고 오셨다.
대기자들의 관심이 온통 쏠려서 이제 그분이 얼마를 찾으시는지도 다 알게 되었다.
"십 만 원 같으면 그냥 갖고 쓰시지... ㅉㅉㅉ"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걱정한다.
드디어 새 통장이 나오고 십만원은 가방 안으로 들어가, 이제 드디어 끝났구나 안도할 즈음
조용한 웅성거림이 또 한번 메아리처럼 대기자 사이로 퍼져간다.
"'왜요? 왜요?"
자리에서 일어난 할머니는 그 자리를 떠나는 대신 가방을 뒤져 비닐 주머니 하나를 내민다.
"500원짜리 몇 개 있는데 통장에 넣어주셔~~"
오마이갓.. 사람들의 신음소리.
얼마 전 공주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금요일이라 좌석이 없을 것 같아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
터미널에 내려 올라갈 승차권을 사려고 표파는 곳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대합실을 빙빙 돌아도 없다. 한쪽에 버젓이 서 있는 키오스크를 이용해야 살 수 있었다.
나이는 들어가고 세상살아갈 일은 점점 복잡해지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찾기 힘든 것인가. 어쩐지 선 밖으로 밀려나는 고령자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