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아스팔트로 나온 농민들
농민들이 '쌀값‧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투쟁에 나선다. 충남 당진시 농민들은 지난달 30일 천막 농성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45년만에 쌀값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며 "쌀 1kg당 2000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4만 7780원으로 전년 5만 3480원보다 10.7% 하락했다. 쌀의 과잉 공급과 비료대, 난방비, 인건비 등의 생산비 대폭등, 대폭적인 금리 인상이 그 이유이다. 이에 농민들은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과 쌀값도 생산비를 반영한 ‘공정가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민들이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은 ‘쌀값 보장’과 ‘양곡관리법 개정’, ‘농업 예산 증액’이다. 현행 양곡관리법엔 수확기에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자동시장격리제를 담고 있으나, 임의조항이라서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농민들은 지난 달 16일에 이뤄졌던 전국농민대회서 쌀 한 가마(80kg) 24만원 보장, 쌀 최저가격제를 법제화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가 긴급 생활지원금 500만원 지급, 시장격리곡 수매 품종 제한 폐지 등을 비롯한 자세한 11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올 한해 농민들이 정말 열심히 싸웠지만 달라진 건 하나 없고 오히려 더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할 때까지 무대책으로 일관하더니, 기껏 내놓은 것이 시장격리였다.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다음에 시장격리를 시행하니 효과가 있을 리 있겠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격리는 정부가 비상시를 대비해 공공비축미라는 명목으로 매입하는 제도이다. 정부가 시장격리로 공공비축미를 농가에게 사들이는 가격은 10~12월 산지쌀값의 평균값으로 확정된다. 생산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떨어진 쌀값으로 정부가 조건하에 매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농민들은 불만을 표했다.
한편 외식업계에서는 공깃밥 값이 오를까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쌀값이 보장될 경우 공깃밥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지금은 쌀값이 낮다 보니 공깃밥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비와 인건비가 올랐고, 다른 식재료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공깃밥 인상 유혹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라며 “만약 쌀값이 오른다면 그때는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와 전북도 지사는 쌀값이 안정되고 있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곡 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아무래도 벼농사는 기계화율이 90%가 넘어 밭작물보다는 효율이 좋은 벼농사만 지으려는 심리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90만톤 시장격리에도 하락하고 있는 쌀값에 대해 경기도 지역의 쌀값 할인행사가 타지역 쌀값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과 다수확 저가미 중심의 유통 등이 최근 가격하락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변상문 과장은 “12월말까지는 지금 가격 추세가 이어지다가 농협 수매가가 확정되고 재고미도 소진되면서 1월부터는 가격 상승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듯 농민들의 소득 보장이 외식업계와 서민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는 여러 방향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나락적재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농민 2차 릴레이 상경투쟁을 시작했고, 오늘 8일 예정됐던 투쟁은 끝이 난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정부와 마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정환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