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로 집에 가기 직전, 컴퓨터를 키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를 켰다. 그때 확인한 것은 내 계정이 해킹당해있었고 해당 이메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버렸다. 처음에는 놀라웠고 살짝 화가 났던 것 같다. 이유라면 당연히 나와 오랜시간 함께한 계정이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또다른 나를 만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집에 가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 부계정을 아무렇지 않게 로그인을 하고 있었고, 난 이런 나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분명 울기도 하고 화도 나고 괜히 신경질을 부렸을 것 같은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감정이 컷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무렇지 않은 이유를 내가 그 계정을 싫어해서가 아닌, 내가 그 계정을 사랑해서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거기다 나는 내 계정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을 언제나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하다보니 아무래도 점점 높은 점수를 보유하게 되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도 해야하고 그것을 내가 항상 충족시키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랬던 것을 나는 이번 기회에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이번 학기에 자유로운 내가 되고 싶다고 선언하였다. 내가 얘기하는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귀속되지 않는 것'이다!
잘가라 내 계정아 그동안 행복했다. 11년동안 함께해줘서 고맙다. 다음 계정이 너의 뒤를 이어 또 새로운 배움의 길로 나를 인도할 것이라 난 믿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