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에 들어보는 ‘급난지붕(急難之朋)’이야기(이용웅)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고려 후기 문신 추적이 중국 고전에 나온 선현들의 금언과 명구를 모아 엮은 교재 <명심보감(明心寶鑑)>에 ”급난지붕(急難之朋)“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급(急)하고 어려울(難)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朋)라는 뜻입니다./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술 먹고 밥 먹을 때 형, 동생하는 친구는 천 명이나 있지만,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정말 요즘 현실이 그러하기에 이 말이 더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을 때는 후하게 선심 쓰며, 그렇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내 앞에서 그렇게 잘하던 사람이 내가 막상 큰 시련을 맞았을 때 나를 외면한다면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예전에 한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직장 그만두고 1년 공백기 동안 진실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재정리가 되더라. 정말 값진 1년이었다.”고...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또한 나는 그들에게 진정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친구의 잘못은 모래 위에 적는 답니다. 밀물에 지워지라고! 친구의 고마움은 바위 위에 새긴답니다. 비바람에 견디면서 영원히 기억하라고! 친구의 눈물은 구름에 올려 놓는답니다. 힘들면 비가 내릴 때 같이 울어주라고!
더불어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섭섭한 일도 생기고, 고마운 일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마움은 빨리 잊고, 서운한 감정은 오래 남겨 두는 것 같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고마움은 오래 오래 기억하고, 섭섭함과 서운함을 빨리 잊고 삽니다. 내 자신이라도 급난지붕(急難之朋)이 되어 대인(大人)으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은 한 여름밤에 들어보는‘급난지붕(急難之朋)’이야기입니다.
옛날에 한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날만 새면 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대접하느라 돈을 낭비하는 것을 예사로 알았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가 어느날, 아들을 보고 타일렀습니다. “얘야, 너도 이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을 하거라. 어째서 날이면 날마다 밖으로만 돌아다닌단 말이냐?”- “아버지, 제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친구들이 모두 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버지.”
“그건 그렇지, 하지만 친구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다. 웃는 얼굴로 어울리는 친구는 많아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드문 법이니까...혹시 네 친구들이 너를 좋아하는 것은 너에게 받는 것에 재미를 들여서 그러는 것은 아니냐?”- “아버지는 제가 아직 어린애인 줄 아시는군요. 제 친구들은 모두 진실한 친구들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친구를 사귐에 참으로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이 애비가 시험해 보아도 되겠느냐?”-
“아이 참, 아버지! 아버지는 평소에 친구가 많지 않으셔서 저희들의 우정을 이해하실 수가 없으신 거예요. 하지만 좋습니다. 이 기회에 저희 친구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 밤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이렇게 약속한 아버지는 그날 밤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거적에 쌌습니다. 그리고 지게에 지게하고 맨 먼저 아들과 가장 친하다는 친구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은 친구 집의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보게 실은 내가 조금 전에 실수를 하여 사람을 죽였네. 그래서 여기 시체를 가지고 왔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좀 도와주게.”- “뭐라고! 시체를 가지고 왔다고? 나는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냉큼 사라지게.”- 아들은 이렇게 가까운 친구의 집을 연달아 찾아가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모두 다 냉정하게 거절만 당한 것입니다. -“자, 이번에는 내 친구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두 사람은 아버지의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아버지의 친구는 두 사람을 집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이네. 이 시체를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당분간 저 나무 밑에 내려놓고, 자네는 내 옷으로 갈아입게나. 그리고 수습책을 함께 생각해 보세.”- 아버지의 친구는 거적에 쌓인 것을 번쩍 둘러메고 자기 집 안마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서야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친구여! 미안하네. 그 거적에 쌓인 것은 시체가 아니라 돼지고기라네. 내가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왔네 그려!”-“뭐야? 에이 짓궂은 친구 같으니!”-“자, 우리 돼지고기 안주해서 술이나 싫건 마시세!”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알았을 것이다. 친구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요, 친구를 날마다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 형편이 좋을 때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많으나 위급한 처지에 있을 때 도와주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니라. 그것은 참된 우정을 나눈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많이 있으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과연 나는 진정한 벗이 얼마나 있을까요?..<명심보감 교우편>에 나오는 이야기! 거기에 ”불견자화(不見子花)는 휴요종(休要種)이요, 무의지붕(無義之朋)은 불가교(不可交)“라는 말이 나옵니다. 즉,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가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라’는 뜻입니다. ”주식형제(酒食兄弟)는 천개유(千個有)로되,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일개무(一個無)“니라 .- 그러니까 술이나 먹을 것이 있을 때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는 얼마든지 있으나, 위급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친구는 극히 드물다는 뜻입니다.
한 여름밤에 들어보는 ‘급난지붕(急難之朋)’이야기! 친구하면 생각나는 오성(鰲城)과 한음(漢陰)! 선조(宣祖) 때 충신으로, 영원한 우정으로 유명했든 오성-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1556-1618)과 한음 이덕형(李德馨1561-1613)! 대나무에 말처럼 머리와 꼬리를 붙이고 말타는 것처럼 사타구니에 끼고 뛰어다니던 죽마희(竹馬戱)를 함께 한 친구라는 의미의 죽마고우(竹馬故友)! [열자(列子) 6.역명편(力命篇)]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 이야기! 한국영화 <친구>도 생긱납니다. 필자는 현재 카톡 등으로 소통하고 있는, 서울사대부고 15회 동기 친구 방준영·조해석·이용이·이상은·정두경·조황래·강융길·최원명·김덕자 등등과 친구같은 제자인 정은상·임형준·심종철·이민희·성봉경·백창준 등등, 그리고 선데이뉴스 가족 신민정·양성현 등등, 박찬동 등(等)이 참 좋습니다! 귀한 친구들입니다!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