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학작가론, 민족문학사연구소, 소명, 1998.
문학 연구에서 작가론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생애는 물론, 작품의 창작 경위와 내용 그리고 해당 작품이 작가의 사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 종합적으로 탐구해야만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작가와 작품은 진공 상태에서 출현할 수 없으며, 문학사의 흐름에서 해당 작가의 위상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국문학의 시대 구분에서 20세기 이전의 문학을 편의적으로 고전문학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 그 범위는 고대로부터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더욱이 그러한 논의 결과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하는 논의를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고전문학의 주요 작가 19인에 관한 작가론을 전개한 연구 성과들을 엮어 만든 결과물이다. 실상 이 책에 수록된 작가론만으로 방대한 시기에 걸쳐 있는 고전문학사의 주요 흐름을 포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전문학 연구사에서 거론되었던 주요 작가들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전과는 다른 해당 작가와 작품 그리고 문학사의 위상을 고려하여 논의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분야에 오랫동안 연구했던 필자들이 참여하여 논의를 펼쳔 결과물이며, 연구자의 관심에 따라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분담하여 이전의 작가론과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대체로 고전문학은 크게 한문학과 국문문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훈민정음이 창제(1446)되기 이전에는 구비문학과 한문학의 성과만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말을 한문으로 번역하여 수록한 고대가요, 한문의 음과 훈을 빌어 당시의 노래를 그대로 표기한 향가 등이 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향가나 고대가요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한다면, 고려시대까지의 작가들은 한문학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도 신라 말의 최치원을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정지상과 이규보는 물론 일연과 이제현 그리고 이색 등이 한문학 작가로서 고전문학 분야의 주요 작가로 거론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지식인들 역시 과거를 통해 입신양명을 추구했기에 어려서부터 한문을 익혀 한문학에 능통했으며, 한글이 창제된 이후 일부 작가들이 한글로 노래를 부르거나 한글 소설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시조나 가사 작품을 창작한 이들도 한문학 분야의 성과를 두드러지게 남겼으며, 작가 위주로 문학사를 전개할 때 한문학 분야가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조선 전기의 이황과 정철 그리고 박인로와 윤선도가 국문 시가와 함께 한문학의 성과를 남긴 작가이며, <홍길동전>을 남긴 허균 역시 한글소설과 당대의 비판적인 산문을 남긴 작가로 거론할 수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한문학 작가로 <금오신화>를 남긴 김시습과 당대의 천재 시인으로 평가되었던 임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까지 전하는 고전문학의 성과들은 조선 후기에 집중되어 있는 바, 문학사와 달리 작가론에서는 해당 시기의 논의가 소략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고전소설 <구운몽>을 남긴 김만중과 판소리 사설을 정리한 결과물을 남긴 신재효 등이 국문 문학 분야의 관련 작가로 언급되고 있다. 중국 사신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여행기인 <열하일기>를 남긴 박지원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김려, 그리고 조선 후기 대표적인 지성으로 평가되는 정약용과 일제의 강점에 맞서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한 황현 등의 작가론이 수록되어 있다. 고전문학을 연구하면서 ‘참신한 시각과 진지한 역량’이 담긴 연구 성과들을 제출했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또 다른 작가들에 관한 성과들이 덧붙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