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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신문이나 책들은 한자와 한글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었다. 당시에는 신문 사설을 베끼는 일은 문장 공부와 더불어 한자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출판물이 한글을 전용으로 하고 있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자를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한자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자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있어, 정도에 따라 급수를 부여하는 제도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한자를 많이 아는 것과 한문을 능숙하게 읽는 것은 많이 다르다. 예컨대 외국어 단어를 많이 암기하고 있다고 해서, 외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흡사하다. 물론 한자를 많이 아는 것이 한문을 잘 할 줄 아는 전제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자나 한문을 잘 모르지만, 우리말에는 한자를 사용한 '한자어'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모든 사람들이 전적으로 한문을 배워야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하지만, 필요한 경우 한자를 익힌다면 어휘력과 이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 하겠다.(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국한문 전용론에 대해서는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이 책은 어느 정도 한자를 익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9가지 항목으로 한자어를 구분하여, 각각의 한자의 형태와 역사적 변천은 물론 그 의미를 통한 다양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애초에 한자 공부를 하면서, 한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그냥 한번 되는대로 적어본 것들'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것을 기초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아진 글들을 다시 정리하고, 가필을 거쳐 현재의 체제로 출간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사색 산문집'이라고 밝히고 있다. 7백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정리하고, 이를 한자의 자의에 따라 분류하여 서술하는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한자가 지닌 원리들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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