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구조대원들이 3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의 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AFP=뉴스1
네팔 "곧 우기…구조보다 구호에 중심"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그간 카트만두 공항 통관 지연과 여진 등으로 인해 투입이 지연됐던 미군 수송기가 네팔 강진 발생 9일 만인 4일(현지시간) 활동을 본격 개시하며 구호 활동에 활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인 3일 오후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한 미군 C-17 수송기 1기와 다목적 수직 이착륙기 V-22 오스프리 4기 등 총 8기의 항공기와 헬기는 구조대원과 구호물품을 실은 채 이날 아침부터 재난 지역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미 해병대 폴 케네디 준장은 "수송기 안에는 외딴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수색·구조팀원들과 텐트를 포함한 구호물품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텐트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지만 사실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준장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 이들 수송기를 투입한 것은 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아직 실종자 수색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외딴 지역에 대규모 구조대원들이 투입되기 시작해 희생자 수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공식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7276명과 1만4300여명으로 늘었다.
미국과 더불어 20여개국 구조대원들이 점차 활동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전날과 같은 생존자 구조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3일에는 카트만두 외곽 누와코트와 신두팔촉에서는 각각 1명과 3명, 총 4명이 구조된 것이 확인됐다.
특히 누와코트에서 지진 발생 1주일만에 구조된 푼추 타망은 101세의 고령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네팔 정부는 생존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실종자 수색 보다 이재민 구호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할 방침을 세웠다.
미넨드라 리잘 네팔 정보장관은 3일 긴급 구조회의 후 "카트만두와 인근지역에 대한 주요 구조작업이 완료됐다"며 "더 이상 구조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으니 외국 구조대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에서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34개국 4000여명의 외국인 구조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람 샤란 마하트 네팔 재무장관도 "50만명에 달하는 이재민 문제가 더 시급한 일"이라며 "우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가 우기 전에 내리는 폭우도 시작됐기 때문에 텐트 등 구호물품을 신속히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군 수송기의 운송작업 개시에도 불구하고 구호물품 전달은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계속된 여진으로 인해 전날 카트만두 공항에 내려진 총중량 196톤 이상의 항공기 착륙 금지는 이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군 수송기들은 지난 주말부터 대기하고 있던 탓에 이·착륙이 허가됐지만 다수의 항공기는 활주로 상태가 나빠 공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항에 쌓여 있는 구호물품도 운반인력과 트럭의 부족, 지속된 여진, 도로 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적체돼 있다.
한편 이번 지진으로 치안이 악화된 틈을 타 사원 등에서 문화재를 훔쳐가는 범죄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 사원'으로 유명한 카트만두의 스와얌부나트 사원에는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석상과 동상 도난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에 스와얌부나트 사원의 문화재 피해규모를 측정하고 절도 피해를 막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했다.
유네스코 파견단원이자 고고학자인 데이비드 안돌파토는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소형 석상의 경우 절도에 취약하다"며 "석가탄신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부터 사원을 찾는 신도들이 석상을 가져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원 승려인 파나카지는 "우리는 지난 1600년 동안 이 곳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여진으로 언제 쓰러질 지 모르는 석상들 사이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청했다.
주요 등반업체들은 네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 봄철 등반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2차례나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등반업체 '아시안트레커' 소속 셰르파 다와 스티븐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원정을 시작할 수가 없다"며 "로프나 사다리 등도 사라져서 이번 시즌을 소화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등반업체인 미국 '히멕스'도 등반일정을 취소했으며 '마운틴가이드'와 네팔의 '세븐서미트'도 유사한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히멕스의 셰르파 탐딩은 "우리 멤버들은 현재 등반을 중단하고 하산하고 있는 중"이라며 "모든 상황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등반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주말동안 유명 트레킹 코스인 랑탕에서는 이번 시즌을 맞아 이곳을 찾은 외국인 7명을 포함해 희생자 100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현지 관료인 우다브 프라사드 바타라이는"아직 120여구의 시신이 눈 아래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호우와 흐린 날씨로 인해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네팔 관광부는 앞서 산악지역에 대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번 지진으로 중단됐던 에베레스트 등반을 이번 주부터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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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네팔강진]"이젠 산 사람이 중요"…美수송기 투입 본격 구호활동
원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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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0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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