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협업 열풍 속 ‘시딩 마케팅’ 논란…박탈감 커지는 소비자들
최근 뷰티 업계에서 캐릭터 협업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시딩 마케팅이 확산되는 가운데, 되팔이와 형평성, 소비자들의 박탈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뷰티 업계는 캐릭터 IP(지식재산권)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나디, 망그러진 곰, 산리오, 미피 등 SNS와 메신저 이모티콘 시장에서 수십만 명의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인기 캐릭터들이 그 중심에 자리한다. 이들은 식품과 패션 등 산업 전반에서 협업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성을 입증했고, 이러한 캐릭터 협업 열풍은 화장품 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품 자체의 소장 가치와 화제성이 커지면서, 브랜드들은 출시 전 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딩(Seeding)'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씨앗을 뿌린다는 뜻의 시딩은 신제품 출시 전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을 무상 제공해 자연스러운 확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자율적인 노출 구조 속에서 브랜드들은 더 많은 주목을 끌기 위해, 초대형 사이즈의 제품을 제작하거나, 협업 캐릭터를 활용한 '시딩 키트'를 제작하는 등 시각적 요소를 강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화장품이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시딩 마케팅이 일반 소비자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뛰드X가나디’, ‘롬앤X미피’ 등 인기 협업 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오픈런과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구하기가 어렵지만, 정작 번개장터나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시딩 키트가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일반 소비자는 구매할 수 없는 ‘시딩 한정’ 제품이 별도로 제작돼 SNS에 노출되는 점 역시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2월 진행된 브랜드 ‘퓌(fwee)’의 캐릭터 협업은 이러한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식 출시일은 2월이었으나, 출시 전인 1월 26일부터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퓌 망곰이 시딩 키트 미개봉 판매’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26만6,000원에 거래되었으며, 일부 구성품만 따로 떼어 판매하는 글도 잇따랐다.
해당 게시글 캡처본이 X(구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누리꾼들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구하지 못하는데 아무에게나 뿌리는 게 맞느냐”, “무상으로 제공받은 제품을 재판매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은 인플루언서 간 ‘급 나누기’ 문제로도 번졌다. 팔로워 수가 많은 대형 인플루언서에게는 신제품 전 컬러가 포함된 풀세트 키트가 제공된 반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계정에는 일부 구성만 전달됐다. 이러한 방식은 업계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지만, 구성품이 빠진 시딩 키트를 수령한 A씨가 X(구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사태가 커지자 브랜드 측은 “구성의 차이로 인해 느끼실 혼란이나 서운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마음을 전하고자 전 컬러로 구성된 시딩 키트를 (누락된 분들께) 추가 전달하겠다”고 대응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영향력에 따른 차등 지급은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는 옹호 의견과, 차별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딩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관련 규제 기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르면, 현금성 대가 없이 제품만 무상으로 제공받았더라도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게시물 작성 시 반드시 '제품 협찬' 등의 문구를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게시 의무가 없는 자율 시딩'이라는 명목하에 광고 표기를 누락하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공정위의 2024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당시 적발된 광고·협찬 표기 누락 의심 사례 22,011건 중 26.5%가 이러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였다.
개인 SNS에서 화장품 리뷰 콘텐츠를 운영하는 B씨는 "브랜드들이 인플루언서 영향력에만 매몰되어 실제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경험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시딩 마케팅이 낮은 비용으로 높은 노출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쉽게 배제하기 어려운 방식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