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외 1편)
박태건
밤비 내리는데
처마에 빗방울 떨어지는 걸
툇마루에 발을 띄고 앉아 들으며
마당의 모래는 고와서 빗소리는 간지러운데
군산의 회현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나를 반기는 이가 있는 작은 커피숍이 있어
창문에 빗방울 듣는 밤이면
커피 물을 올려놓고 골똘히
내 생각에 잠길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것도 같아
나는 우산을 잊었노라 그곳을 들를 것만 같고
그이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을 생각하며
밤비처럼 까만 커피를 혀끝으로나 맛볼 것을
잠 못 들어 하는데
밤비 내리고
다른 쪽 무릎마저 젖는데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그대가 남기고 간 것
우체국 택배 박스 한 개
두루마기 휴지 2/3
빈 담배 케이스
동진강변의 산책길
바람이 불면 잎을 뒤집으며
자지러지게 웃는 느티나무
그대가 쉬 한 곳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한 들꽃 무더기
가만히 흔들리는
식탁의 빈자리
무심코 깨 버린 계란 두 알
계란 프라이 타는 냄새
마른 빵 조각 씹는 소리
너무 많이 내린 커피
불 꺼진 방
방바닥의 온기
그대 떠나고 비가 왔다
처마 끝에서 커피처럼
비가 내렸다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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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밤비 (외 1편)/박태건
박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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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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