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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얘기해요. 스크랩 라오스, 라오스 사람들 6
심수환 추천 0 조회 134 08.01.30 15:07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방비엥 새벽시장을 가다

새벽시장을 보기 위해 6시 반에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하고 나섰다.

상설시장이라 낮에도 시장은 열리지만 산에 사는 소수 민족인 라오퉁 족과 라오쑹 족, 특히 몽 족 사람들이 그들의 특산물을 팔기도 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몰리는 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시장을 꼭 가야한다.

소수민족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라오스 민족을 소개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우선 라오스를 지배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저지대에 사는 라오? 족이 있고, 산지 중간에 사는 라오쑹 족이 있다.

그리고 고산지대에 사는 라오쑹 족이 있는데, 이들 중에서도 몽 족은 고산지대에 사는 대표적인 소수민족이다.

특히 몽 족에게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우리와 가장 많이 닮았다.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진 눈이나, 다른 소수민족이 옆으로 아이를 안는데 비해 뒤로 업고 포데기를 싸고 끈을 교차해서 매는 것(우리 어릴 땐 이걸 까끼로 맨다고 하던데...), 우리와 비슷한 숫자 발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학자들도 그들 민족의 이동경로를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조상과 같은 뿌리일 가능성이 많다고 해서 특히 정이가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몽 족은, 그러나 라오스 역사에서

불행한 민족으로 힘들게 살고 있어 더 마음이 안타깝다.

고산지대에 살며, 상대적으로 경제수단이 넉넉하지 못한 몽 족은, 베트남 전쟁 때 미국 비밀정보조직의 편을 들은 전력으로

전쟁이 끝난 후 들어선 공산 정부에게 대대적인 박해를 받고 지금도 깊은 산속에서 숨어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라오스에서 발생된 정부반군사건은 대게 이런 몽 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한다.

물론 우리가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몽 족은 그들 중에 상대적으로 미군 편을 들지 않은 사람들이라 별 문제없이 사는 듯 해보였지만

아무튼 우리와 같은 갈래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좀 더 아프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새벽시장에 갔지만(7시 반쯤 ^^;;) 대부분 소수민족은 장사를 끝내고 돌아갔는지 별로 보이지 않고

조금은 평범한 시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시장을 가면 그 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어 좋고,

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여행할 때도 다른 고장을 갈 때면 가능하면 꼭 시장을 들르려고 애쓰는 편이다.

방비엥의 새벽시장은 우리의 시골 시장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우리와 꼭 닮은 얼굴이라 외국에 왔다는 느낌이 별로 실감나지 않는 얼굴생김도 그렇고, 시장 구조도 나무판자로 가설 좌판을 놓고

물건을 파는 모습이 우리들 여느 시골시장과 똑같다.

다만 그들이 팔고 있는 음식이나 물건들이 달라서 겨우, 우리가 낯선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할 정도다.

그렇다고 우리와 별 다르지 않는 시장모습에 실감했다는 말은 아니다.

시장은, 뭐니 뭐니 해도 활기찬 상인과 손님들, 그리고 조그만 좌판에 그들이 지난밤이나 오늘 새벽에 정성껏 준비했을, 정감이 가는

야채나 생선 등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물건이 잘 안 팔린다고 초조해하거나 아득바득 장사에 여념 없는 모습은 잘 없고, 그저 이웃과 한 때를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들처럼

여유로운 사람들의 푸근한 웃음이 좋고, 그런 자연스런 모습을 담고 싶어서 카메라만 들이대면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는 바람에,

정작 원하는 모습을 찍기는 힘들었지만 그 순박한 웃음에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 돼지고기 보다는 야생동물의 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김미진 씨의 말처럼 육고기를 파는 쪽으로 가보니 쥐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네다리를 뻗고 누워있어서 아침 먹은 속이 편치 않기는 했지만, 언젠가 구포 시장 개고기 골목을 지나며 숨을 참고

황급히 뛰었던 기억이 있었던 것처럼 사람 사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기호나 풍습을 감안하면 이색적인 풍경으로 볼만했다.

시간만 바쁘지 않다면 느긋하게 구경하고, 그들과 흥정하며 이야기도 나누고, 쌀 국수나 바나나 잎으로 싼 찹쌀밥도 사먹고 하면

참 좋았을 텐데 우리 여행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여유가 없어서 아쉬웠다.

음악으로 치면 쉼표가 빠진 악보라고 해야 할까?

 

방비엥을 떠나 루앙프라방으로

아쉽게 시장구경을 끝내고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제부터 목적지까지는 8시간가량 가야 한단다.

거리는 250km 남짓, 우리나라에서라면 2시간 정도면 거뜬히 갈 거리지만 라오스의 국도 1호인 이 도로는

중앙선이 없는 편도 1차선 도로다. 그나마도 태반이 포장이 안 된 길을 가야하고, 가다가 소가 지나가거나 누워있으면

지나가는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가야만 하는 꽤 불편한 도로다.

그러나 비록 우리 일행 중 한 두 분이 멀미를 하긴 했지만 내겐 고산족 사람들 마을이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버스 입구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가도 지겨운 줄 모르고 갔다.

대부분 고산족은 화전을 일구며 산다는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화전을 못하게 하고 낮은 곳으로 이주하게 하여 전보다 줄었지만,

아직 남아서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불을 지르고, 그 자리에 옥수수나 바나나를 심어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길을 가다 보면, 마을이 길 바로 옆에 있어서 길이 마치 그 집 마당 같은 느낌을 준다.

아이들은 길 가까이까지 나와 놀거나 동생을 보고 있고, 어른들도 빗자루를 만들 풀을 베어와 길옆에 말리고 있다가

차가 지나가면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켜 슬쩍 옆으로 비킬 뿐이다.

우리처럼 차량 이동이 많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가끔씩 오는 차인데다가, 속도도 빠르지 않으니 그러고도 별 문제가 없나보다.

그렇지만 차가 한 번 지날 때마다 흙먼지를 뽀얗게 덮어 쓴 아이들이나 집을 보니 환경에 민감한 나라 사람 아니랄까봐

저 먼지 다 우얄꼬, 싶어 안타깝다.

 

길을 반쯤 갔을까, 산골길을 돌고 돌아가다 가끔씩 만나는 마을들이 반가울 쯤에 우리 일행은 한 조그만 마을에 들어섰다.

그 마을에 조그만 학교가 있어 배구공을 주고 가려는 때문이다.

김승현 씨는 이렇게 자주 여러 학교를 방문하여 학용품이나 여러 물품을 전달하기도 한다는데 그들 수입의 10%를

라오스를 위해 쓴다고 한다. 앞으로 희망도 학교건립이 꿈이라니 정말 선생님을 엄마로 둔 딸답고 라오스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 지극하다.

공만 전달하고 곧 떠날 예정이었는데 순식간에 몰려든 아이들을 보고 지난번 방비엥에서 학교를 찾아가 노래와 율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여기서도 한판 공연을 벌였다.

'곰 세 마리'와 '산토끼'를 김승현씨가 아이들에게 라오스말로 설명해 주고 나서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니, 노래는 잘 따라하지 못해도

율동은 제법 따라하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이들 학교에는 노래시간이나 율동이 특별히 없다니 그래서 더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 얼굴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한결같이 맑은 눈동자에 천진한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돌아와서

김미숙 샘 작은 딸, 진하가 보고는 아이들이 예뻐서 라오스가고 싶다고 할 정도다.

우리 어릴 때도 분명 갖고 있던 저 눈빛과 표정을 우리는 언제부터 잃어버렸을까?

인간 본연의 행복과 문명의 발전이나 경제의 부유함이 비례하지 않음을 여행하는 내내 느끼게 한다.

 

루앙프라방과 야시장

오후 4시가 넘어 루앙프라방 도착, 방통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

오늘 저녁은 오래된 프랑스식 건물의 식당에서 라오스 음식으로 먹기로 하였다.

유럽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루앙프라방은 새로운 건물보다 얼마나 오래되고, 옛 것을 잘 보존하였느냐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다르단다.

그래서 유럽 사람이 좋아하는 호텔은 가격이 매우 비쌈에도 불구하고, 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창문이 고장나있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굳이 그런 곳을 좋아한단다.

반면 우리는 시설좋고, 번듯한 새 곳을 좋아해서 이번에 묵을 방통호텔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짱짱한 새 건물이다.

프랑스 식당에 들어서니 정말 분위기도 좋고, 오래된 관록이 절로 묻어나는 좋은 곳이었지만, 식사를 하는 동안 개미가 온 몸을 타고

올라 다음날 보니 물린 자국이 여러 군데나 되었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뜻 깊은 도시다.

특히 라오스전통과 프랑스 문화가 잘 조화되어 독특한 문화를 이루는 것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곳으로

건물 보호를 위해 건물마다 고유번호와 연대를 표시한 패찰을 붙여두고 있어 우리나라 경주와 같은 곳이다.

시내는 버스의 출입도 금하고 있고, 소형 차량이나 툭툭, 자전거 정도만 다닐 수 있게 하는 데, 곧 원동기는 모두

금지할 계획이란다.

그동안 다닌 도시와는 다르게 프랑스풍의 건물과 카페, 하얀색 건물마다 시원한 테라스가 달려있고, 예쁜 화분들이 가득한

거리는 잠시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거리다.

그러고 보니 유럽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와 낮엔 카페에서 어슬렁거리고, 밤엔 사람들과 만나 라오 맥주를 마시며 즐기며

여행 중의 한가함을 즐기는 여행자의 낭만이 물씬 풍기고 있어 한 눈에 마음을 빼앗는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왕궁을 사이에 두고 양쪽 담을 따라 형성된 몽 족 야시장을 찾았다.

내일도 쇼핑할 시간을 줄 테니 오늘은 살만한 물건을 점찍어 두기만 하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살만한 물건이 많아

주어진 1시간으로 골목을 반도 채 다 못 봤다.

김미숙 샘과 은하랑 같이 여기저기 물건을 고르던 중 한 곳에 가니, 7,8살 정도 됐을까싶은 어린 소녀가 손님을 부르고 있기에

호기심에 가보니 은제 장신구나 귀걸이 등을 팔고 있다. 꼬마아가씨가 하는 양이 너무 예뻐 살만한 물건을 보다가 김샘이 예쁜

인형이 달린 폰걸이를 골라 가격을 물어보니 1개에 2달러. 비싸다고 하자 잠시 옆에 앉은 엄마와 의논하더니 2개 3달러를 달라고 한다.

사전에 김미진 씨가 너무 많이 깎지 말고 사라는 주의를 준 바가 있지만 꼬마 아가씨가 하는 양이 너무 귀여워 일부러 더 깍아서

2개 2달러에 하자고 하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 끝에 옆에 있는 줄팔찌를 끼워서 2달러 반에 달라고 한다.

옆에 앉아 있는 엄마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아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이 꼬마아가씨는 야무진 표정으로 영어로 얼마나

흥정을 잘 하는지, 할 수만 있다면 내내 이 아이와 놀고 싶을 지경이었다.

결국 김샘이 가격을 치르고 물건을 사면서 '너 참 예쁘다'고 말하니 날름 그 말을 주워 받아 '아줌마가 더 예뻐요'해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자지러졌다.

참 야무지고 예쁜 아이, 가정이 어려워 비록 장사를 하는 엄마를 돕고 있지만 이 아이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라오스도 지금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가 되어 있겠지. 그 때는 우리처럼 경제만 발전하고 사람 사는 일은 더 고달프지는 잘못된 전철을 밟지 말고,

사는 것도 나아지고 사람 모습도 지금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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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1.30 17:53

    첫댓글 샘! 언제 이렇게 상세한 걸 적어두셨나요? 나도 메모를 했는데 간단 간단히만 적었는데 역시 샘은 훌륭한 쎈스쟁이~ 요즘 여행기 읽는 재미로 들어옵니다.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하고.... 감사,또 감사합니다.!!!

  • 작성자 08.02.01 00:38

    감사합니다....만 센스쟁이는 박금수님 부부의 전용이라 제게 붙이기가 좀 그런데요...^^;;

  • 08.01.31 07:33

    기억의 뒷편에는 항상 체험적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요기 저기를 둘러보고 그네들의 삶의 현장을 잠시나마 둘러 본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 박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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