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이 피기 시작하자 송홧가루가 천지에 자욱하다.
꽃가루받이를 위한 송홧가루의 험난한 여정을 생각하니 구도의 열정이 새삼 솟아오른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우리 모두 열반의 언덕에 함께 오르리라...!
법회시간이 훨씬 넘어서 스님이 들어오셨다.
“요즘은 정신이 없어요. 탁본 전시회 준비로 밤에 잤다 낮에 잤다 합니다.
써야할 원고도 많고요. 오늘 법회도 잊고 법회 준비를 못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이야기 해보세요. 유선생님은 불교를 선택해서 덕 본 것이 있어요?”
“저는 평소에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데 불교를 믿으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특히 절을 하고 나서는 크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무릎이 아팠는데 절을 1년 반 정도 하고 난 뒤에 무릎이 완전히 나았습니다.”
스님은 나에게도 물으셨다.
“저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서 순간순간이 고맙고 기쁩니다.
일이 잘 안되면 제 탓이고 일이 잘 풀리면 부처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현대인은 영악하고 자기중심적입니다. 종교가 덕이 되는 것이 있어야 종교를 찾게 되지요. 그리고 저는 종교의 선택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견해를 달리 합니다. 성장 후 이성이 발달하고 나서 부모의 선택이 아닌 자기 선택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룸비니 유치원’이란 이름을 가진 유치원이라 하더라도 어릴 적부터 종교 행위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종교사회입니다. 각자 자기 종교에 충실해야 합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오는 법회시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10년 우리 사회의 흐름을 보세요. 작년에 아프가니스탄 선교 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의 선교 태도에 부정적입니다. 개신교는 적들을 만들면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불교 성직자는 포교에다 자기완성을 위한 수행이 뒷받침이 되어야합니다. 스님이 멋진 수행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포교당 10개를 세우는 것보다 더 포교를 잘 하는 것이지요. 우선 순위를 망각하면 안 됩니다. 다른 종교가 수천 년간 지탱해 온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만약에 더 이상의 매력이나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종교도 스스로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교는 나에게 무엇인가? 나는 불교에서 어떤 이득을 얻는가? 거듭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회장님은 불교에서 어떤 이득을 얻었습니까?”
“ 불교를 통해서 얻은 바가 적지 않습니다. 32년간 불교를 믿었습니다. 통도사 백운암에서 1년 반 동안 지낸 친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살면서 생존이 힘들거나 건강이 나빠서 많은 위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불교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경험으로 말씀드립니다. 몸 움직이기를 하십시오. 정보나 지식이나 말은 우리 삶을 바꾸는 힘이 미약합니다. 힘을 얻으려면 몸 움직이기를 해야 합니다. 절하기, 사경, 주력 등을 꾸준히 하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유익합니다. 삶에 도움이 됩니다. 종교가 자신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박명란 선생님이 사경의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하고 의미를 부여해야합니다. 꽃밭을 가꾸듯이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도리사에 가면 사리탑이 있습니다. 사리탑 안에 성우스님이 3,000번 쓴 반야심경을 넣었습니다. 성우스님은 매일 8시간 이상 반야심경을 썼다고 합니다. 직지사 극락전 가는 도피안교를 성우스님이 썼습니다.
수행자는 스스로 가난해야 합니다. 예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생활을 할 때 반 고흐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깁니다.
저 자신 군대에서 최전방 소총수를 3년간 했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에 인간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치열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풍족한 삶과 수행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다 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사찰 관람료를 받지 않아야합니다.
둘째, 수행자는 몸을 움직여서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선방에서 10시간 정진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4시간 정진하면 4시간 일을 해야 합니다.”
준비하지 않았다던 스님의 법문은 마치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펄떡인다. 묘법이다.
지혜의 보검으로 무명을 단칼에 내리치는 준엄한 선사와 같다.
불교를 알게 된 것이 기쁘고, 금강회에 나와서 눈맑은 법우님들과 스님의 감로법문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기쁘다.
법회 후 스님께 몽골 탁본전 언제 하냐고 물었다.
6월 5일에 몽골에서 전시회를 열고 7월 8일에 대구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하신다.
무사히 잘 회향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첫댓글 또박또박 스님의 법문을 다시금 듣는 듯 합니다. 훌륭하신 스승님을 모신 우리 금강회원들도 몸으로 불도를 이룹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