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찻물 두번째 이야깁니다.
그 동안 찻물에 관한 경험, 실험, 논문, 문헌으로 알게 된 내용을 각색하고 다듬어 요약하였습니다.
차와 물의 관계에 있어 고려해 볼 수 있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좋은 물을 찾아 써야 하고
끓이는 정도를 맞춰야 하고
우리는 방법(온도, 시간, 물과 차의 비율과 이들의 조합 등)이 합당해야
관능적으로 가장 합당한(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잘 조합 되었을 때 일 것입니다. 언급한 세가지 항목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차우림을 반추해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먼저 물의 일반적인 성질을 살펴보겠습니다. 차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특성은 용해성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물은 대부분의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용해성 덕분에 물에 여러 가지 물질이 함유되는 것이며 함유된 물질의 양과 종류에 따라 물의 종류를 구분하게 됩니다. 찻잎에 함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을 용출시키는 것도 이 특성 때문입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대부분의 물질은 물과 결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찻잎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성분들(좋거나 나쁘거나)과 활발히 결합합니다. 더불어서 유리, 흙, 도자기, 금속의 여러 성분과도 결합하길 좋아합니다. 여기서 다구의 선택의 중요성을 착안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물이라 함은
몸에 좋은 물일까요?
맛있는 물일까요?
몸에도 좋고 맛있는 물은 찻물로도 좋은 물일까요?
차와 관련하여 물을 살펴보는 중이므로 여기서 좋은 물이란 차 우리기에 적합한 물로 정의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리탄산과 철분이 많이 함유된 물을 몸에 좋은 약수라고 하는데 이 물은 찻물로는 적당치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 장복 시에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오색약수가 좋은 약수라고 하나 철분을 다량 함유한 탄산수로 철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좋은 물이겠으나 철분이 넘쳐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겠고 더구나 찻물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니 말입니다. 약수라서 좋겠거니 동네 약수터에서 길어온 물이 좋은 찻물일 리 없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 품질이 나누어지는 것은 물에 용해되어 있는 물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종국엔 우려낸 찻물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는 것인데요. 특히 산, 알칼리 농도와 금속이온 성분에 따른 영향은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은 (요약컨대)pH와 경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몇 가지 검토해 본 결과 결론부터 요약하면
- pH 6.5~7.5 정도(약 알칼리 또는 중간 정도의 산도)
- 경도 50mg~110mg 정도(연수 또는 중수)
- 철분이 20ppm이하일 것
- 망간과 아연 등의 중금속은 적어야(떫은 맛)
- 질산, 암모니아, 질소, 염소등은 적을수록(나쁜 냄새)
정도로 요약하면 찻물로서 합당한 통상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합니다만 통상의 기준이 된다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찻물이란 말이 아닙니다. 1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생수는 위 기준에 부합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능 시험을 해 보면 물마다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 이상의 정리는 몇 가지 자료(국가표준, 법, 논문 등)를 바탕으로 요약된 것이므로 가감될 수 있음.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물을 어떻게 식별해 내느냐 하는 것인데요. pH미터나 경도계 등의 계측기를 늘 들고 다니는 것(요즈음은 TDS측정기도 많이 쓰더군요.)도 아닐 뿐 아니라 꼬부랑 글씨에 알아 먹기 힘든 단위들까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쩌죠!
선조들께서 남겨 놓으신 기록들과 위에서 언급된 현대과학의 결과물을 가지고 평어체로 다시 써 보았습니다.
- 온도가 낮고 : 대략 10℃ 내외 정도라고 하는데 이건 계절 따라 다르므로 여름 깊은 산 계곡을 흐르는 물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물을 보관할 때도 이 정도 조건의 건냉암소에 보관하면 되겠습니다.
- 움직이는 물이며 : 계곡이나 돌무더기 사이를 활기차게 흐르는 물 정도로 이해합니다. 우물물과 같이 고여 있는 물이나 쫄쫄쫄 병아리 눈물 같은 물은 찻물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시원하게 꽐꽐 계곡(지하에도 계곡이 있음_용천수 등)을 흐르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이면 좋겠네요.
- 연수(중성의 경도) : 달달하고 매끈하며 가벼운 구감의 물입니다.
- 용존산소를 충분히 담고 있는 물 : 시원하고 깔끔하며 활성이 느껴지는 물이겠지요.
- 흡착 여과된 물 : 깨끗한 토양이나 암석류 등 지표면에 닿아 여과된(낙엽류 등이 아닌)물이어야 합니다.
- 유해물질 및 유해금속을 포함하지 않고 : 검사해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겠습니다. 검사결과가 있는 물이면 좋겠네요.
- 세균의 번식이 적은(유기물의 양이 적은) : 이상의 조건이 만족되면 당연하겠습니다만 이런 물은 오래두어도 변질되거나 하지 않습니다. 물때가 끼인다거나 하는 것도 없고 말이죠.
여기에 더하여
좋은 찻물은 무색, 무미, 무취의 투명한 물이라고 하나 이 중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됩니다. 구감에 관한 것인데요.시원하고, 개운하며, 부드럽고, 매끄럽고 등을 일컫는 것입니다. 제가 쓰는 표현으로는 이런 특징들을 뭉뚱거려 조밀하고 깨끗하다고 하는데요. 글쎄 이걸 어떻게 전달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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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pH와 경도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봅니다.
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산도(ph)가 찻물의 색, 향, 미에 영향을 주는데 산도가 높은 강알칼리수 일수록 침출이 빨리 되며 색은 탁하고 쓴 맛이 강하게 침출됩니다. 알칼리수가 건강에 좋고 찻물로도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험결과 약 알칼리수가 찻물 품질에는 더 합당하다고 하는데요.
pH에 따른 물의 느낌에 관한 실험 자료가 있더군요.
-신맛 5~6.7pH
-보통 6.7~7.3pH
-달다 7.3~7.8pH
-쓰다 7.8~10pH
여차하면 뒷주머니에 pH미터를 꼽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의 느낌은 경도차에 의해서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경수보다 연수(경도 50mg~110mg 정도)가 찻물로 적합하다고 정리해 드렸는데요. 이게 또 차의 특성에 따라 조금 다릅니다. 녹차, 청차류는 상대적으로 경도가 더 낮은 (±50~60mg대) 물에서 가장 합당하고 흑차류는 어느 정도 경도가 있는 물(±80~90mg대)이 향과 맛에서 더 좋다고 합니다. 바꿔 말하면 부드러운 차들은 더 부드러운 물에 조금 거친 차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거친 물에서 더 좋은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급차는 흑차류 따지 필요없이 상대적으로 경도가 낮은 물이 좋습니다.(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하시고요)
또 한 가지는 질산염에 관한 것입니다.
질산염은 다른 오염물질과 혼합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척도로 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입니다. 리터당 질산염이 3mg 이하로 포함되어야 좋은 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무색, 무취, 무미하기 때문에 측정기를 통해서만 알수 있습니다. 성분분석표등을 볼 때 주의 깊게 확인해 봐야 할 대목이 되겠습니다.
이상으로 좋은 찻물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습니다. 제가 믿는 믿음 중에 한 가지는 훈련된 관능은 지식에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못 믿을 것이 관능이지만 역설적으로 잘 훈련된 관능만큼 믿을만한 것도 없는 것인데요. 합리적인 것은 지식에 경험이 더해질 때일 것입니다. 현대과학이라는 것도 선조들의 경험들을 실증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과거로부터 미래를 읽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겠으나 현재로부터 옛 것을 계승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이죠. 하여 고리타분한 지식에 얽매여 답 안나오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기보다는 선배제현의 경험에 무임승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처럼 주위에 좋은 물 찾아다 마시는 사람 컨닝해서 따라서 하든지 뺏어서 마시는 것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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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정리]
* 용천수(湧泉水)?
지하에서 물이 흐르는 층을 따라 이동하던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아나오는 곳을 용천(spring)이라 하고, 이 물을 용천수라 한다.
* pH(수소이온농도)
pH는 수소이온의 농도로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표시한다.
pH7.0 미만은 산성, 7.0이상은 알칼리성.
보통의 자연수는 6.5~7.5의 범위.
* DO(Dissolved Oxygen:용존산소)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을 말한다.
오염되지 않은 물일수록 용존산소의 농도는 높고 BOD는 감소한다.
* BOD(Biochemical Oxygen Deman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수중의 유기물이 호기성 세균에 의해 분해 되어 오염물질이 안정화 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산소량을 말한다.
BOD 3ppm이하의 물이 먹는 물로 사용가능하며 2급수 이상의 물이 된다.
* 경수(센물)와 연수(단물)
차에 사용되는 물은 흙 속에서 가장 용해되기 쉬운 칼슘, 마그네슘의 양에 따라 크게 좌우 되는데 물에 들어있는 칼슘이나 마그네슘의 합계량을 수치화한 것을 경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도 1도는 약 18ppm에 해당된다. 이는 물 1리터에 광물질이 18mg 녹아 있다는 것이다. 경도 6(108mg)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경수 낮으면 연수라 한다. 아래 두 가지 정리에서 큰 차이는 없다
정리 1.
0~75 mg/l 연수(단물)
75~150mg/l 약한 센물(강한 단물)
150~300mg/l 센물
300mg/l 이상 강한 센물
정리 2.
0~17mg/l 부드럽다(약한연수)
17~60mg/l 약간 부드럽다(연수)
60~120mg/l 중립(중수)
120~180mg/l 세다(경수)
180mg/l이상 매우세다(강한경수)
한줄 요약 : 걍 사다 먹자.
이걸 누가 읽겠...ㅠㅠ
[2010년 6월 17일 / 2011년 10월 04일 초고를 윤문하고 보충하였다. _ 2020. 4. 10]
첫댓글 ㅎㅎ 이십대에 할 일이네. 시원하고 부드럽고 아무 냄새도 없이 달며 오염이 안된 차를 끓이기 좋은 물. 이제 동내 물도 다 오염되 사먹는 물이나 정수물로 차 끓이는 분이 더 많아져서,
요즘 물맛 가려 차 마시는 까칠한 사람은 조구아니면 仙人 일걸요.
형편이 안되서 떠다 먹어유~~ ㅎㅎ
그 쪽분들이 옛날부터 유별나요. 80년대 중반에 이아무게도 이 동네에 물 받으로 오시드군.졌네요.
어...음.....삼다수나 주문하러 갑니다 ㅎ
젤이쥬~~ㅎㅎㅎ
대단하시네요ᆢ 잘읽었습니다ᆢ
저도 ᆢ한때 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ᆢ
지금은 계곡물 떠서오거나
전기분해 약알카리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ᆢ
우와~~읽어만 주셔도 감사할 지경입니다^^
잘 계시죠.
멋진 차벗들이 주위에 많이 계셔서 걱정 없으실듯요.
우리 소시민들은 따라하기 어려워요.ㅋ
연구회니깐 연구도 가끔 해야쥬~~이벤트나 하고 노는 줄 알잖습 ㅋㅋㅋ
외계어다...이건..ㅋ
잘 못 했슈~~ㅠㅠㅠ
저는 그냥 맘 편히 코*** 생수 이용합니다.
부럽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