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낙산사를 반세기만에 찾았다.
강원도 여행 코스에서 빼놓을수 없는 명소이기도 하지만 여고때 수학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다.
관세음보살이 항상 머무르는곳
천년고찰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대표적인 관음도량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사찰이라고 한다.
원통보전 건칠관음보살상 칠층석탑 해수관음상 홍예문 홍련암 등 보물,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볼거리가 다양한 사찰이다.
세조 1467년에 축조된 홍예문은 2005년 대형 산불로 전각은 소실되어 2006년에 다시 복원되었다.
선암사의 승선교를 떠올리게하는 아치 형태의 홍예문 앞에 서자
'남의 허물 꾸짖기를 좋아하지않고 자기 몸을 살피는 일에 힘써라'
마치 내게 해당되는 구절인가 싶어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원통보전으로 가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지나 아련한 추억의 장소 의상대로 발길을 재촉한다.
의상대사가 좌선수행을 했던 곳이라는 아담한 정자로,
50년전 마룻바닥에 엎드려 조그마한 구멍으로 출렁이는 파도를 내다봤었다.
지금도 그 구멍은 남아있다고 하는데 그러나 보수공사로 출입금지 상태였다.
아쉬움을 달래며 의상대사가 홍련속의 관음보살을 친견하여 설치했다는 깎아지른 절벽위의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서자
노송들과 어우러진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2005년 큰 산불로 낙락장송들이 크게 소실되어 예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찾아보기 힘드나
다행히 의상대와 홍련암 주변은 피해가 그나마 적었다고한다.
화재자료전시장에서 본 참혹한 사진들이 아니어도 tv를 통해 상흔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어
안타까움에 눈물이 나오려했다.
그러나 절망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기 위해
불에 탄 기와를 활용하여 천 지 인, 세개의 삼성 기와 탑을 세우는가하면
보물로 지정된 예종때의 동종은 현대의 과학기술로 완벽하게 복원되어
누구나 타종할수 있게 문을 열어두었으니 그것으로 마음을 달래고자한다.
의상대에서 홍련암으로 이어지는 동해의 찬란한 경관에 넋을 놓고 있을재 서울에 오셨냐는 사부인의 안부전화로 알게 되었다.
마루바닥의 구멍은 의상대가 아닌 홍련암이라는 것을.
나의 잘못 입력된 기억력을 탓해야하나
세월 탓을 해야하나
당혹감에 서둘러 홍련암에 당도했으나 너무나 많은 인파로 50년전에 보았던 구멍속의 파도는 끝내 볼수 없었고
그저 오랫동안 틀림없이 뛰어날 일출의 장관을 눈을 감고 그려본다.
生을 마감할때까지 잊지않고 기억하고픈 아름다운 풍광이나 절경이 몇군데 있다.
다홍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해당화를 배경으로 같은듯 다른 무늬의 단청이 단아한 홍련암의 주변이 그러하다.
화마에 놀랐을 겨우 보존된 의상대와 홍련암을 마치 아기를 다독거리듯 눈으로 위로를 한다.
교복입은 소녀들의 재잘거림과 밝은 표정으로 둘러봤을 그때의 나를 들춰내고자 안간힘을 써본다.
홍련암 주변을 뜨지 못하는 내게 아들딸은 여유로울 여행을 마치 공부하듯이 한다고 놀린다.
바다를 바라보는 해수관음상으로 향하는 길에
작은 연못 속 석상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동전던지기에 실패하고 낙담하는 세윤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데 바알간 복숭아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다.
높다란 해수관음상 앞에 나서 넙죽 절을 하는 세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낙산사를 찾은 날이 마침 백중날이어서 천도제를 지내는 모습이 법당 가득히 보인다.
우리가 귀로 듣는 소리 중에서 가장 좋은게 해조음, 즉 물소리라고 한다.
속초의 옥계 외웅치 해변을 끼고 나있는 속초 사잇길 5길을 파도소리를 들으며 한가로이 걸어본다.
과거엔 군부대 초소가 있던 곳으로 해설이 있는 해변길이다.
늦은 오후 당도한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흰색과 푸른색의 조합이 산뜻한 삼척 쏠**리조트는 기가 막힌 오션뷰를 갖춘
절벽에 위치해있어 휴양지로서는 으뜸이라는데 손색이 없다.
드넓은 바다와 워터파크의 즐거움이 한 눈에 보이는 조망 좋은 방에 짐을 풀자마자 수영복을 입은채
바다로 나아갈수 있는 데크를 따라나가 신나는 물놀이에 지칠줄을 모른다.
다음날도 딸네 식구는 바다에서 보내겠다고해서
아들과 셋이서 해안도로도 달리고 바다 위를 지나는 케이블카도 타고 아들과 남편은 스노쿨링도 하고
그야말로 휴가답게 즐겨본다.
다음날은 이른 새벽에 남편과 조용히 나와 리조트 뒷편으로 걷기로했다.
이른 새벽의 바다는 잠시 후 있을 몸살에 대비해 휴식하고 있는 느낌이다.
원주민을 이주시키고 새로이 조성항듯 비교적 잘 갖춰진 추암해변이다.
고양이에 쫒겨 우왕좌왕 어쩔줄 모르는 오리떼들을 뒤로 하고 증산해변의 수로부인이야기, 헌화가,
고대가요인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아내를 납치한 죄 얼마나 큰 줄 아느냐
네가 만약 거역하여 내어 바치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잡아서 구워 먹겠다' 는 내용을 읽는다.
결국 용을 겁박하자 부인을 도로 내주었다는 이야기다.
추암해변 멀리에 촛대바위가 보인다.
능파대란 누각을 지나 '행복한 섬길'엔 안보교육을 상기시키고자 일부 철책을 보전한 구간이 이어지고
드디어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으로 유명한 촛대바위를 영접한다.
동해 해돋이 10선에 선정되었다니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위 출렁다리도 지나고 석회암이 노출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해변을 지나 조각공원을 걷다보니
이곳이 해파랑 33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해파랑길의 의미는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과 함께라는 합성어로
푸른 바다와 파도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제주 올레길처럼 스탬프도 찍고 빨강과 주황색의 리본도 보인다.
뜻하지않게 동해의 예쁜길을 걸었다.
여행을 구성하는 요소 중 음식의 비중은 꽤 크다.
지역을 대표하는 춘천닭갈비,강릉초당순두부. 가자미회국수. 한치물회, 속초아바이순대, 메밀막국수, 메밀전 등등
향토 음식을 두루 섭렵했고
3박4일간의 세윤이와 즐겁고도 행복한 여행을 마쳤다.
일상으로 돌아와 꿈결처럼 지난 며칠간을 행복하게 음미한다.
누군가는 그랬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하는 여행이라고.
첫댓글 전국에서 선호하는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강원도입니다. 제법 많은 곳을 돌아다닌 기억도 있지요. 낙산사 아주 오래전 간 기억때문에 가물가물. 다시 기억을 되돌립니다. 세윤이도 아주 좋아했겠어요. 가족여행 언제나 따스한 품이 느껴집니다.
여름 피서지에 바다는 늘 뒷전에 두는데 leehan202 언니의 휴가기를 보니 막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낙산사, 저 또한 고등학교 수학여행지였어요. 지금 간다면 더 세세하게 느끼겠지요. 가족끼리 하는 여행기, 시간 맞추기 쉽지않은데 1년에 두어번 하시네요. 가족들과 함께 하시는 여헁, 참 오붓하고 화기롭고 즐거움에 저까지 행복해집니다. 여행하신 곳곳, 자세하게 안내해주셔서 눈에 그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언니~
무지 반가워요.^^
세세히 잘 표현 해 주신 글.~
되새김 하시며 긴 여운이 머물르셨지요?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신 3박4일 참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셨네요?
찐빵 속 앙꼬 처럼 세유니와 함께여서 더욱 재미나셨을거 같아요.~
많이 부럽습니다.^^
저도 빨리 할머니 되고 싶어요.~
언니~정성 가득 안고 침침한 눈 붙들며 아기편지 올려주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가족여행기잘읽었습니다
20대갔던적 있어서기억이
가물거리지만일부러시간내어
꼭가보고싶은곳입니다
항상눈으로보듯세세히써내는
글솜씨 감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