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면 누구나 휴가를 꿈꾸며 기다린다. 나도 휴가날을 받고 보니 어떻게 멋지게 보내볼까? 기대 해 봤다.
휴가 일주일을 남겨 놓고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 날 오후 큰 아들 경원이가 부산으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호캉스를 즐기고 오시라 톡 선물을 했다. 생각지도 안 했는데 기특하고 고맙다.
가끔 속도감을 느끼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아침7시 30분에 자가용을 이용해 들뜬마음 부여 잡고 간단한 짐을 꾸려 가볍게 출발이다. 지루할 시간조차 느낄 수 없이 휴게소 마다 들러 쉬어가며 번갈아 운전대를 잡았다.
진분홍과 연보라 꽃을 활짝 피운 백일홍이며 짙녹색의 가로수와 하늘의 맑은 뭉개구름까지 너무도 선명하니 맑고 아름답다.
경쟁하듯 요즘 휴게소는 갈때 마다 새롭게 단장 되어진다. 화장실에 천장형 에어컨까지 헉 소리가 난다. 이렇게 잘 차려놓고 기다리는데 패스하면 미안할 일이다. 당걱정 없는 사탕수수로 단맛을 냈다며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과자봉지를 데리고 탔다.
점심은 꼭 거기서 먹고 오라는 친구 말에 따라 살아있는 산곰장어를 짚불에 구워준다는 기장군 으로 거침없이 향했다 맛도 맛이지만 남편의 챙겨 듣고 온 성의가 고마워 기분 만큼은 아주 좋았다. 비밀이지만 사실은 조금 실망도 했다. 그저그런 밑반찬에 야채 듬성듬성 썰어 볶아 놓은 모양새다. 하지만 애써 기대하며 데려왔을 마음을 알기에 역시 살아있는 곰장어라 맛이 틀리네 라며 엄지척에 호들갑을 떨어줬다.
입맛이 다 다르기에 그 뿐 ᆢ유명세에 그래도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리는 장사진이다 잘 길들여진 우리 입맛에 우리네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는 것 처럼 전라도 음식이 역시 최고라는 걸 확인한다.
8월 초로 휴가의 절정일 텐데 의외로 막힘이 없다. 부산 입성은 불쑥불쑥 솟아 올라 있는 호화로운 초고층 아파트들이 사방으로 병풍처럼 둘러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비쥬얼의 국제도시답다.
오션뷰로 최근 지어진 듯한 고층 아파트들과 바다와 바다 사이를 잇는 3층 대교들은 낯선 도시를 증명했다. 불 붙는 밤 바다는 몇 해 전 지방의 어느 밤 바다와는 비교불가이다. 뻘 물로 바다에 발도 못 적시고 주변경관 조차도 썰렁 해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었다. 더군다나 젊은 커플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는데 이곳 부산은 오색 찬란한 빌딩서 쏟아져나오는 불빛과 노을 빛이 더해져 젊음을 달달 볶고 있었다.
거대한 퍼즐이 여기 저기 살아서 맞추어 지는 듯 출렁거린다. 끝없는 수평선도 퍼즐의 여백으로 한 몫한다.
이야~~그냥 좋다.~가슴이 뻥 뚫리는 바닷바람이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실컷 해변을 돌며 주거니 받거니 실소를 나눈 뒤 출출한 배를 안고 근처 식당가를 서성거렸다. 여기저기 북적북적 살아있는 도시다. 외관이 법상치 않는 한눈에 들어오는 고급진 횟집 앞에 멈추었다. 자연산 회 만을 취급한다는 통 유리창의 끝내주는 오션 뷰를 골라 바다위의 일몰을 바라보며 저녁을 했다. 오롯이 우리 부부만 오붓하게 가져보는 이 훌륭한 상차림이 참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아끼지 않고 물질과 배려를 안겨주는 남편이 벌써 한도초과 감동을 준다. 이 남자 진솔하고 부드럽게 우리의 익어가는 앞날을 이야기하는데 술 한잔이 술술 들어가니 막 사랑스러워진다. 일상탈출의 넉넉한 밤은 몸을 흔들며 노래 한 곡도 뽑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렇게 밤새 움직인 도심 속의 아침 풍경은 프랑스 화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의 작품을 보는 듯 부지런한 여인들이 밀집 모자를 눌러쓴 채 밤새 파도에 쓸려 내 밀어 놓은 미역을 따고있다. 아침상 차려놓고 엉덩이 두드려 깨우는 어머니 손 끝 처럼 파도는 오늘 아침 바닷내음 풀풀안고 내 발밑에도 왔다.
이른 아침 인적 드문 바닷가 모래 사장을 걷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나를 뒤돌아보며 더 멀리 뛸 수있는 다짐을 가져다 준다. 보드라운 백사장에 발을 맡기고 어디서 보고 배웠드라 모래에 그적그적 쓴 달콤한 글로 함박 웃음을 안겨줬다. 남편에게 주는 내 선물이다.
아ᆢ좋다~
나는 호텔서 먹는 조식을 특별히 좋아한다. 간단한 한식 차림도 있지만 분위기 좀 내보려고 이제 갓 구운 토스트에 잼과 버터를 두르고 베이컨과 치즈를 얹어 커피를 곁들인다. 식당이 전면 오션뷰로 되어있어 건물이 둥둥 떠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오션뷰를 아침까지 즐기며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로운 휴가가 얼마 만 인지 모르겠다. 핸드폰 충전은 잘하면서 내 삶에 충전은 못하고 사네 란 노랫가사말이 있는데 오늘 부로 충전 가득이다.
낯선 도시에서 광활한 수평선을 마주하고 두손 꼬옥 잡고 내 옆에 어깨를 내어 준 남편과 꿀 맛 같은 휴가를 보내준 아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하고싶다.
하하님들~휴가 잘 다녀 오셨나요?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 제게도 추억과 여운, 갈망이 있는 도시예요. 세담 님 부부여행이 저희 부부 여행 분위기와 사뭇 다름이 느껴졌어요. 휴게소의 매점에 대한 배려? 우린 아예 눈요기도 하지 않고 바로 패스. 남편의 성의에 대힌 세담 님의 마음씀씀이, 술 기운 얻어 즐기는 여흥, 모래위에 글로써 새긴 사랑 고백... 후일 낭만과 젊음이 철썩대는 부산에 가면 세담 님처럼 충만된 여행해야겠습니다. 여행기 아주 실감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첫댓글 백일홍 같이 알록달록한 여름 휴가 잘 읽었어요. 단편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바닷가 수평선, 모래사장, 핑크빛 현경 모습이 하늘하늘. 평화로운 풍경 추억 사진 멋집니다. 직장인이기에 휴가의 보배로움은 더 꿀맛이겠지요.
부산!!!
제게도 추억과 여운, 갈망이 있는 도시예요.
세담 님 부부여행이 저희 부부 여행 분위기와 사뭇 다름이 느껴졌어요. 휴게소의 매점에 대한 배려? 우린 아예 눈요기도 하지 않고 바로 패스.
남편의 성의에 대힌 세담 님의 마음씀씀이, 술 기운 얻어 즐기는 여흥, 모래위에 글로써 새긴 사랑 고백...
후일 낭만과 젊음이 철썩대는 부산에 가면 세담 님처럼 충만된 여행해야겠습니다.
여행기 아주 실감나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
귀여워라~
둘만의 호젓한 여행이라...
백사장에서 나잡아봐라~ 사랑해~라고 손글씨도 써보고 다 해봤어?
해봤을거같은데?
살아가면서 때때로 즐겨보는 시간들.
소중해요.
그렇게 방전되기전에 충전하면서 살아가는거예요.
예쁜 웃음 지으며 즐거워했을 모습을 떠올려보니 빙그레 미소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