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서리 내리는 날”
오늘 10월 23일은 상강. 서리가 내리는 날이다. 이어지는 24절기는 입동(立冬) 겨울이 드는 날이니 상강은 가을이 끝나는 시기가 된다. 상강은 식물이나 동물이나 모두 겨울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식물 이파리들은 가지에서 수관과 체관이 차단당하여 누렇게 마르는 갈변현상을 보이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고 “단풍 들었네~”라면 좋아한다. 동물들은 초후(初候)부터 도토리 줍고 사냥하여 겨울 식량 준비를 하고 말후(末候)에 이르면 겨울잠, 동면(冬眠)에 든다고 한다. 내년의 경칩(驚蟄)이 올 때까지......
아 천지 사방이 겨울 준비를 하는데 사람은 안 할까? 그럴 리가 있나? 논밭의 오곡백화 다 거둬들인 시기에 이미 국화주는 만땅 먹었겠다. 등고(登高) 풍속 따라 산에 가니 산꼭대기에는 새벽에 상고대(霜高帶) 가득 피었음을 보게 된다. 상고대는 무송(霧淞), 수개(樹介), 수괘(樹挂), 수빙(樹冰), 목가(木稼), 목개(木介), 수가(樹嫁), 빙화 (氷花), 무괘(霧挂).... 라고도 하는데 겨울이 드는 시기에 산꼭대기에 핀 상고대.. 얼음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짜든동 천기는 이미 냉기 들었고 서풍은 차지는데 그냥 놀면 메뚜기 신세 되겠지? “애고 추워라 이제 겨울준비 해야제?”
경칩(驚蟄)에 이르러 땅이 풀릴 때 까정 먹고살 준비를 해야한다. 민간에서는 김장하고 군대에서도 월동준비를 한다. 저 먼 조선시대에는 ‘둑제(纛祭)’를 지냈다. 纛(원래 음은 독이나 ‘둑’으로 발음한다)은 커다란 군기다. 소사(小祀)에 속하지만 조선군의 겨울준비를 행하는 제사라 대규모로 이루어졌는데 그 장소가 바로 ‘뚝섬(纛島)’이다.
어린시절 동대문 동쪽의 이스턴 호텔 옆에 있던 기동차역에서 기동차를 타고 왕십리 미나리꽝을 지나 뚝도, 뚝섬에 가서 수영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터에 경마장이 들어섰다가 과천으로 이사간 후에 ‘서울숲’이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가 생겨 옛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그냥 거닐어 보면 추억은 하나 둘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늘은 교회 갔다가 뚝섬의 낙엽 쌓인 서울숲이나 걸어볼까나?
“秋日抒情” (其一) (추일서정 첫 번째)
庭邊一樽酒 (정변일준주) 對月相對飮 (대월상대음) 一杯又一杯 (일배우일배) 月光樹枝蔭 (월광수지음) 映池翠紫薇 (영지취자미) 階下蟋蟀吟 (계하실솔음) 仲秋日日深 (중추일일심) 秋風如琴音 (추풍여금음)
마당 귀퉁이에 한 동이 술을 두고 달을 상대하여 술을 마시네. 한잔 또 한잔을 마시니 달빛은 나뭇가지에 그늘을 드리운다네. 푸른 배롱나무 연못에 비추이고 계단 아래선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리네. 가을은 나날이 깊어가는데 바람 소리는 가야금 소리 마냥 늘려오누나.
-------------------------- “秋日抒情” (其二) (추일서정 그 두 번째)
路傍波斯菊 (노방파사국) 憾時秋色滿 (감시추색만) 北山楓未盛 (북산풍미성) 時節已霜降 (시절이상강) 一樽五粮液 (일준오량액) 金杯水井坊 (금배수정방) 不願茅台酒 (불원모태주) 未醒關四方 (미성관사방)
길가의 코스모스. 느껴지는 가을 정취 이미 깊구나. 북한산 단풍은 아직 익잖았는데 시절은 이미 상강일세. 한 동이의 오량액, 금배에 담긴 수정방. 모태주는 바라지도 아니하면서, 술 취한 채 세상을 바라본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