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해가 뜨나 동해에서 해가 뜨냐 뜨는 해는 똑같은데
일출하면 우선 동해를 떠올리게 되는게 우리네 심정이다
오늘은 가까운 서해 바다로 일출맞이를 하려고
일찌감치 길나섬을 했다
우선 거대한 공장 건물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녹여 만든
철강을 반출하는 현대제철 앞을 지나
10.6 km에 이르는 긴 석문방조제에 당도 했다
바다를 막아 넓은 공장지대를 조성한 국가 산업단지에
하나 둘씩 시설물들이 들어서고는 있지만 아직 허허벌판인 이 곳을 보니
국제 잼버리 대회로 말썽이 났던 새만금과 연상이 되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방조제 끄트머리의 포구에 멈춰서서
마침 여명을 벗기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마주 한다
석문 산업단지의 관리 시설물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해무로 희미해진 장고항의 촛대바위
아직 일출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아
부지런히 차를 몰아 고개 너머의 장고항으로 달려왔더니
"어렵쇼 이건 예전 장고항이 아니잖어~!"
좁았던 길을 간신히 교행하며 국화도 가는 배를 타곤 했던 장고항은 사라지고
바다를 매립하여 항만을 만들고 넓은 주차장과 캠프 사이트까지 조성한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한 장고항이 내 눈앞에 있더라!
이른 아침인데도 낚시를 즐기는 조사(釣士)들이 곳곳에서 낚싯대를 휘두르고 있었고!
해가 뜰 시간이 거의 된 것 같아 우선 방파제로 올라가
노을진 하늘과 바다를 응시한다
배가 드나드는 포구의 등대도 으젓하게 세워졌고!
넓은 선착장에 가득 들어 찬 어선들의 규모도 만만찮아졌다
드디어 일출!
서해 바다의 일출 명소라면 으례 왜목이었는데
장고항의 일출도 호쾌한 맛이 동해바다의 일출 못지 않다
세상이 온통 붉은 노을까지....!
고깃배들이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물결을 개키며 연신 오고가는데
고기야 잡히던 말던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은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마냥 평온한 모습이다
국화도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섬이지만 관할은 엄연히 경기도 땅인데
이제는 배편도 사라졌는지 승선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포구 안쪽으로 옮겼나?
장고항 하면 이른 봄철에 나는 실치가 유명하니
방파제 벽에 실치잡이의 변천사를 그리고 써 놓았구나!
해맞이를 끝내고 장고항의 또 다른 명소인 촛대바위로 다가 가 본다
가는 길에 바닷새인지 산새인 모를 새 한마리가 날아와 눈치를 본다
뭐 먹을게 있으면 내놓으라는 겨~?
바윗덩어리로 된 암봉은 올라 가자면 못올라 갈 정도는 아니지만
생김새가 좀 험악한 편이고!
해가 넘어 갈때면 일몰 구경도 가능한 곳이란다
촛대바위
몇년 전까지만 해도 방치되다시피 버려져 있던 곳인데
이제는 주변에 데크도 깔고 정비를 하여 명소다운 환경을 만들었다
안면도의 할미 할배 바위를 닮았나?
붉은 사암(沙岩)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간 모습이 고울리가 없다
촛대 바위 사이에 융기한 이 조그만 바위도 이제는 관리 대상이 된 것 같다
물이 빠지면 사람들이 갯벌로 내려가 해루질을 한다고 호미를 들이대던 곳이었는데...
등대도 생기고 항구다운 면모를 갖춘 장고항은 아마 꽤 번성해질 것 같다
허나 봄철에만 잠깐 나오는 실치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니
다양한 어종을 구비하여 고객들의 구미를 맞춘다면 말이다
장고항을 물러나와 바로 옆동네인 '용무치'로 이동했다
이곳도 어촌이라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인데
물이 들어오는 선착장에서 아예 섬을 낚아볼 셈인지
낚시꾼 한 명이 꼿꼿하게 바다와 맞서 있다
발이 물에 적실만큼 선착장 끝으로 다가가서
촛대 바위를 담아 보려 했으나 제대로 포인트를 맞출수가 없었다
용무치 어촌 마을
이제는 고기만 잡는 어촌이 아니라 해변에 펜션들이 줄비한 잠을 파는 동네가 되었다
다시 왜목 마을에 도착하여 바다에서 솟은 왜가리 조형물을 만났다
날카로운 부리가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왜목에서 보는 촛대바위
왜목 일출이 유명해진 것은 해가 바뀌는 1월 초에 저 촛대바위 위로 해가 떠오르고
그 모습을 담은 사진가들의 사진이 입소문이 나면서
당진의 왜목은 전국의 일출 명소가 된 것이다
아침이라서인지 해수욕을 하려는 사람도 없고 상가도 한산하고
빈 파라솔만 날개가 접힌채 길게 도열해 있댜
위치가 바뀐 국화도의 모습도 쓸쓸해 보인다
심심했던지 갈매기 한마리가 내가 벗어 놓은 신발 주변을 자꾸 맴돈다
이제는 삼길포로 가는 길인데 먼발치의 초락도가 자꾸 눈앞에 알짱거린다
그간 숱하게 저 옆을 지나쳐 다녔건만 한 번도 발길을 디밀어 본 적이 없으니
눈을 흘길만도 하네 그려!
당진 화력 발전소와 도비도를 거쳐 대호 방조제를 따라 삼길포로 들어왔다
예정에 없던 삼길포를 들르게 된 것은 당진화력 부근에 있는 선짓국밥집을 지나쳐버려
아침식사할 곳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이 곳도 마땅한 식당이 없어 편의점에서 물 부어 온 컵라면을 먹는 곳이 됐다
이후 대산을 지나 지곡리에서 도내 나루터쪽으로 진입하여
어은리, 팔봉산 등산로 입구와 산후리를 거쳐
태안 - 만리포 노선인 서해로를 가로질러 근흥면으로 들어섰다
도내 나루터
최종 목적지는 신진항으로 요즘 제철이라는 생오징어를 구입하려
이른 아침부터 먼길을 돌고 돌아 달려 온 것이다
조기
오징어는 한상자 20마리에 65,000원으로 즉석에서 손질까지 해준다
신진항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매년 여름에 다리밑으로 1일 피서를 왔던 곳인데...!
오징어를 구입한 후 식당을 소개받아 간 곳에서 오징어 회를 한 접시 시켰다
가격은 한 접시 35,000원으로 싼 편은 아닌 것 같다
도다리와 광어
귀가하는 도중에는 연포 해수욕장도 잠깐 들려 봤다
주차장에 세워진 서해랑길 제 66코스와 67코스 안내판이 눈에 들어 온다
나도 언제 불현듯 걷게 될지 모를 길이기에 안내판을 찬찬히 살펴 봤다
이곳 연포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로
입추와 말복이 지났고 아이들도 개학을 했으니 해수욕객들이 붐빌리가 없는 것일게디
서해바다의 일출을 감상하고 풋풋한 시골길을 약 200km쯤 달리며
적당한 곳만을 골라 들여다 보는 서해안 여행은
지난 주일의 서천 여행에 이은 팔월의 두번째 서해 여행인데
이번 여행의 목적은 사실 구경보다는 신진항의 오징어 구입이 목적이었다
팔월의 휴일은 역시 차 안의 드라이브가 최상인 것 같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