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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장기려 박사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져 있으며, 평생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이 책은 일생을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온 장기려의 삶과 의사로서의 헌신하는 자세에 대한 의미를 리더십의 차원에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미 저자는 장기려 박사의 일생을 소개한 평전 형식을 글을 저술한 바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그의 삶을 리더십의 차원에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성자와 리더’라는 제목으로 두 표현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성자'라고 표현해 온 장기려의 생애를 리더의 관점에서 재정리해보고자 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이어지는 항목에서는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으로 구분하여, 리더십의 개념을 저자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다. ‘거래적 리더십’이란 반대급부로 어떤 대가를 주기로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대가를 주거나 바라지 않으면서 대중들을 이끌어들이는 능력을 ‘변혁적 리더십’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장기려의 삶과 활동 등이 바로 변혁적 리더십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가난한 사람도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로 이끈 변혁적 리더십'이란 부제가 그것을 명확히 설명해주고 있다.
세 번째 항목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장기려의 생애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해방 이후 평양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장기려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을 따라 내려와, 갑작스럽게 부인이나 자식들과 헤어져 이산가족이 되어 평생을 보내야만 했다. 다행히도 둘째 아들만은 데리고 올 수 있었지만, 죽을 때까지 일평생 북쪽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 북쪽에 가족들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때로는 정권의 감시에 놓이기도 했었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던 장기려 박사의 행적은 어떠한 정치적 해석조차 용납하지 않는,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을 지니면서 평생 봉사하는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장기려 박사가 선택한 삶은 바로 가난한 이들에게 의료혜택을 베풀 수 있는 의료 봉사였던 것이다. ‘장기려와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이라는 네 번째 항목에서 의사로서 헌신했던 그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피난지였던 부산에 정착하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만들고, 지금의 전국민 의료보험의 토대를 닦을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는 다섯 번째 항목에서 ‘장기려 리더십’을 다음의 네 개의 범주로 압축하여 설명하고 있다. ‘카리스마: 희생을 통한 신뢰’와 ‘영감: 동기 부여’, ‘지적인 자극: 함께 배우고 성장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별적인 고려: 모두에 대한 존중’이라는 항목들이 바로 그것이다.
정년퇴임을 하는 순간에도 본인의 퇴직금을 환자들의 밀린 의료비로 대신해야만 했던 의사 장기려.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환자들에게 병원 원장으로서 조용히 병원 뒷문을 열어주고 도망가도록 배려했다는 일화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다 장기려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의사로서의 소명 의식을 지니는 것은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지금도 소외된 현장을 찾는 참 의사들이 적지 않지만,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상업적인 마인드의 의사들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절박했던 의료 현장을 벗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했던 의료인들의 행위가 새삼 떠오르면서, 참 의사로서 살았던 장기려 박사의 숭고한 뜻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가를 새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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