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님 오시고 가을날의 쌀쌀함을 느끼게 해주시네요.
아침산책길 옷차림과 말들이 달라졌어요.
춥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덥다는 소리는 사라졌네요.
불과 하루 이틀 사이의 일입니다.
그래도 옷깃을 꼭 여미며 걷다가 점점 옷깃을 열게 만드는 것이 걷는 것의 묘미중 하나이지요.
해날 들살이 온 부산 참빛학교 동무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삼삼오오 즐겁게 아침산책을 마무리 합니다.
오늘은 짜장면 먹는 날.
아침 열기를 하며 득량반점 셰프님과 박화강, 오수성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담으며 수업을 시작합니다.
불날은 마음공부의 날이지요.
두더지, 할아버지의 마음공부, 들국화 할머니의 이야기, 오늘맘의 바느질, 재민파의 영어공부, 우리안 아기선생님의 수업이 각각의 교실에서 신나게 펼쳐집니다.
아침산책길에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난 태율이는 할머니께 자기가 다쳤다며 어리광을 부립니다.
형, 누나들에게도 자기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위로 받습니다.
넘어진 태율이를 일으키던 형, 누나들, 태율이 말에 걱정하는 형, 누나들의 따뜻함 덕분에 태율이는 밝은 모습으로 생활의 힘을 얻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떤 누구든 힘들 때 태율이 마냥 자기가 힘들었다 이야기 할 수 있고, 그 힘듦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위로해 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뭉클하게 느껴집니다.
짜장면 먹기 15분전.
말씀과 밥의 집으로 가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이미 멘보샤, 만두(고기, 콩고기, 새우), 곳새야(곳감, 새우 야채 다진 것)가 훌륭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 밥선생님인 하늬, 라율이가 밥상을 닦는데 아차! 화력좋은 버너가 없다 합니다.
그것이 있어야 면을 뽑고 삶아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데...
하던 일들이 순간 얼음 입니다.
할 수 없이 짜장밥을 먹어야 하느냐 아님 급히 불을 구해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네요.
얼른 여러곳으로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 거의가 할아버지 마음공부에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마침 마음공부를 하던 현동이 나와서 노월마을회관으로 불을 빌리러 갑니다.
이제 기대했던 짜장면을 먹겠구나 했는데 현동으로 부터 전화가 왔어요.
자기가 불을 가지러 갔다가 창고 문이 닫혀서 창고에 갇혔다구요.
그 짧은 시간에 온갖 일이 다 벌어지네요.
그래도 어찌어찌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 해결되어 우리는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ㅎㅎ
재미있지요?
짜장면 먹는다는 소문 덕분에 여러분들이 오셔서 그 귀한 짜장면을 나눌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온 마을인생학교의 승철이, 새로운 길로의 과감함 선택을 한 재희, 늘 반갑게 불쑥 나타나시는 파파야, 참빛 동무들...
저희에게 짜장면을 사주신(?) 보성의 박화강, 광주의 오수성 교수님, 관옥할아버지 모두 오셔서 함께 짜장면을 맛있게 드셔서 더욱 그득했구요.
특히 득량반점 셰프님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후에도 짜장면 기운 받아 수업 잘 하고 늦은 저녁까지 8,9학년 수학수업이 이어졌지요.
날마다 풍성한 먹을 거리도 주시고
버라이티한 상황들도 만들어 주셔서
몸과 마음으로 잘 먹고 있습니다.
지구행성 학교에 와서 여러 연결된 사람들 속에서
잘 배우고 가면 좋겠다 싶네요.
오늘 아침에 초등 동무들과 어머니숲정원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연결'이란 단어가 마음에 담겼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기 전에 1년간 인도 방랑여행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인도사람들의 세계관은 모두가 연결된 존재, 모두에게 천지와 우주가 깃들었다는 가르침을 믿고 사는데 그를 본 스티브 잡스가 혹시 핸드폰 하나에도 우주를 넣으려 했던것은 아닐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동무들과 나누며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우리가 꿈꾸는 어머니숲정원에도 그런 대단한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니 동무들의 기발한 상상력들이 터져나오더라구요.
그 이후 줄곧 머릿속에 '연결'이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고 있네요.
연결된 존재로의 나.
오늘도 그렇게 연결되어 무궁무진한 좋은 하루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따뜻하게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요.
안녕.
첫댓글 사랑어린 가족들의 관심덕분에 태율이 상처는 잘 아물고 있어요~~♥
근사한 점심식사도 정말 최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