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에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영화를 본다.
2013년 10월 이청준 작가의 '축제'로 시작된 하하씨네는 장소를 옮겨가며 9년째 이어져 오고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통해 울고 웃고 뭉클하고 안타깝고 슬퍼하며 때로는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씨네는 영화 감상을 위한 만남의 장으로 수업할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8월의 영화는 '안나 카레니나' 였다.
감상 후 느낌은 각기 다를수 있고 인물 평 또한 시각이 다를수 있다.
내 목소리를 내는 일에 다소 인색하지만
내가 본 안나는 선을 한참 넘었고 불륜이 죄악이라면 안됐지만 댓가가 따른다.
총은 커녕 비비탄의 충격도 받아보지 못해서일뿐
정말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상대를 만난다면 어찌할지 모른다는 우스개도 있었지만
내가 만일 안나라면......가정도 해본다.
자신의 감정과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신은 감정에 충실했다고 할지 모르나 남편은 물론 아들의 감정은 중요하지않나.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고 혼외 아이까지 낳았다.
사랑이 부족하고 정치가로서 권위와 체면을 중시해서 아내의 외도를 덮으려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남편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은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이다.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하나' 홀로 읆조리는 남편의 인내와 지성에 눈물이 나왔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게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방대한 분량의 안나 카레니나는 물론 죄와 벌을 읽고
어찌보면 권선징악의 메세지로서 비천한 출신의 소냐의 거룩한 희생에 책장을 덮고 눈을 감은채 긴 숨을 내쉰 기억이 난다.
많은 책을 읽은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것들이 알게 모르게 자양분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작금의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으로서 지탄을 받고 있어 안타깝지만
러시아의 역사적 배경은 내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
닥터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톨스토이' '도스토 예프스키'같은 대문호를 배출한 나라에 대한 경외심은 있다.
8월의 씨네는 풍성했다.
숫자가 주는 넉넉함과 여럿의 즐거움을 위해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베품에 씨네의 첫 작품인 제목 '축제'와도 같다.
더위는 물러가고 코스모스가 보고픈 선선한 가을의 초입에 하하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키티와 레빈의 사랑에 감동을 느꼈지요. 브론스키로 인해 가려진, 자신의 눈으로 예전 알지 못했던 진실한 마음을 찾아가는 사랑. 느끼한(바람둥이 같은) 브론스키 백작보다 오히려 남편 카레닌이 오히려..체면 중시 가식적인 면이 상상 그대로지만. 그래도 주위 시선으로 가정을 지키려 끝내 참아보는 마음. 마지막 장면, 안나 없이도 행복한 예전과 변함 없음에 소름끼치긴해요. 사랑에 빠진 안나. 아들 세로자를 향한 마음, 크면 자신의 사랑을 이해할거라고? 또 소름. 완전히 미치는구나.^^ 가끔 무대 형식으로 진행되던 화면에 인생은 진짜 연극같다고 느낍니다. 눈 쌓인 기차 풍경 아름다웠구요. 불행의 시작과 끝을 알립니다.
난 영희언니가 감정 몰입해 씨네 끝난 후 비밀처럼 안개에 쌓였던 이야기가 안개꽃처럼 조금 펼쳐질 줄 알았죠.^^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