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맹무상(群盲撫象)(김예영)
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군맹무상은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곧 좁은 식견을 가지고 어떤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 또는 어떤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열반경(涅槃經) 등 불경에 나오는 비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군맹평상(群盲評象), 군맹모상(群盲摸象)이라고도 합니다.
인도의 경면왕(鏡面王)이 어느 날 소경들을 궁중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코끼리라는 동물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지요.
“코끼리를 끌어내어 소경들에게 보여 주라.”
대신은 코끼리를 소경들 앞에 데려다 놓고 소경들이 각자 만져보게 했습니다.
대신이 왕에게 “임금님이 명령하신대로 코끼리를 소경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하고 보고하자 왕은 그 소경들을 불러내어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코끼리를 알았는가?”
소경들은 입을 모아 “네, 알았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왕은 다시 소경들에게 물었습니다.
“코끼리는 무엇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러자 맨 먼저 코끼리 상아를 만진 소경이 대답했습니다.
“코끼리란 것은 큰 무와 같습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키처럼 생겼습니다”, 귀를 만진 소경이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바위와 같습니다”, 머리를 만진 소경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절굿공이 같습니다”, 코를 만진 소경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절구통처럼 생겼습니다”, 다리를 만져 본 소경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평상처럼 생겼습니다”, 등을 만져본 소경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배를 만진 소경이 “항아리와 같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끝으로 꼬리를 만진 소경이 “아닙니다. 코끼리는 꼭 밧줄처럼 생겼습니다”하고 대답했습니다.
“선남자(善男子)들이여, 이 소경들은 코끼리의 몸뚱이를 제대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말하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코끼리는 아니지만 이것을 떠나 또 달리 코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코끼리는 불성(佛性)을 비유해서 말한 것으로 소경은 모든 어리석은 중생을 비유해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중생이 불성을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 즉 모든 중생에게는 다 불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우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교훈은 모든 중생들은 부처를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즉 모든 중생들에게는 각기 자신이 생각한 부처가 따로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는 보통의 중생들은 위대한 성인이나 성인의 큰 사업을 비판한다고 할 때도 단지 자기 눈에 비치는 일부만을 가지고 할 뿐 전체를 보지는 못한다는 뜻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들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