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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다니는 초딩 외손자가 느닷없이 추기경이 무엇이며, 왜 추기경이라 하는지를 물었다. 교황은 아느냐 했더니 천주교에서 제일 높은 분, 교회의 황제라고 말했다. 맞는 말 같다. 교황은 사도들의 우두머리였던 성 베드로의 계승자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로서 신앙과 도덕 문제와 교회 통치에서 모든 교회에 최고의 사법권을 갖는다. 바티칸의 국가 원수이다. 교황이나 법황(法皇)이란 말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인 것 같다. 아주 권위적인 말임에 틀림이 없다.
‘추기(樞機)’라는 말은 ‘중추가 되는 기관(機關)’을 뜻하며, 경(卿)은 높은 직위에 대한 경칭(敬稱)이다. 천주교 교직의 하나로 교황이 임명하는 교황의 최고 고문관을 가리킨다. 교황 선거, 교회 행정사업을 보좌하는 일을 한다. 한자 추(樞)는 지도리, 기(機)는 기계, 기관의 한자다.
추기경이 집의 문 지도리처럼 열리고 닫혀 교황을 대신하여 하느님과 소통하고, 교회 업무를 맡아보는 중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문 지도리처럼 천국의 문을 열어 신도들을 인도하는 분이 추기경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인으로 처음 추기경이 된 사람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천국의 지도리를 열어주셨다.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1931~2021 )으로, “사람의 행복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유언으로 행복의 문을 열고자 했다. 세 번째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1943~ )으로, 세례명은 안드레아이며, 1970년 사제로 서품되었고,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네 번째 추기경은 유흥식 추기경(1951~ )으로, 세례명은 라자로이며, “나는 세상의 빛이다”를 사목 표어로 내건 분으로 1979년 사제로 서품되었고 2003년 주교가 되었다. 이분들이 신도들과 소통으로 사랑을 실천하신 분들이다. 가톨릭에서 중추적인 지위에 있는 분들이지만 소통의 중심에 있었던 분들이라 생각한다.
문 지도리는 대문 같은 문을 여닫는 데 쓰인다. 암 지도리를 문설주에 마련하지 않고 아래 문지방과 위 문지방에 구멍으로 마련한다. 수지도리는 문의 장부라 한다. 문짝의 한쪽 위와 아래로 튀어나오게 만든 둥근 촉이다. 장부라 하면 구멍에 끼워 넣을 부분을 따로 깎은 것과 문짝을 깎은 것도 있다.
돌쩌귀는 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말한다. 문짝에 박아 촉이 밑으로 나온 것이 수톨쩌귀, 수톨쩌귀의 촉을 끼우도록 구멍이 뚫린 것을 암톨쩌귀라 하고 문설주에 박는다.
가구 종류의 문에는 경첩을 달기도 하지만 문에는 거적문, 사립문, 분합문, 여닫이, 미닫이, 장지문, 창문 등 여러 형태의 문이 있다. ‘거적문에 돌쩌귀’, ‘돌쩌귀에 녹슬지 않는다.’ ‘돌쩌귀에 불이 난다.’ 등 돌쩌귀와 관계되는 속담도 여러 가지가 있고, 호추불두(戶樞不두), 유수불부(流水不腐)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문은 그것을 통하여 들어가고 나가기 위해서 있다. 왕래요, 소통이다. 막기 위한 장지문도 있긴 하지만 모든 문은 분합문처럼 열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들창이나 창문은 사람이 들고 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 둔 통로다. 창의 근본 속성이 안에서 바깥의 경치를 감상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는 통로다.
추기경의 추(樞)가 종교적 중심역할, 소통역할을 해야 하고, 문 지도리나 돌쩌귀도 역시 안팎을 내왕하고 소통하는 통로라는 점에서 함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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