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성탄입니다!
로마 압제아래,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도 위협이 된다며 살해해 버린 헤롯이 다스리던 때에 오셨으니, 역사의 어둠이 참으로 짙었던 때였습니다. 어둡고 소란한 세상에 오신 것만으로 큰 위로와 소망이 되어 주셨습니다.
열대성 저기압 케루빈이 지나가는 중입니다. 비는 뿌리지 않았지만 밤새 공업용 선풍기를 튼 것처럼 바람이 세찼습니다. 새벽, 아직 어두운 옥상에 올라갔다가 한기가 느껴져 이런 날도 있다며 재킷과 바지를 껴입어야 했습니다. 동해에서 형성된 바람은 비사야 지방을 관통하여 팔라완 쪽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평안들 하시지요?
지난 12월 3일 이후, 가슴에 무거운 돌이 얹혀져있는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군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고요하고 거룩하게 하시는 은혜 안에 있음을 기억하며 감사합니다.
지난해 8월 전주 예수 병원을 퇴원한 직후 태백산 휴양림에서 하룻밤 지낸 일이 있었는데요, 숙소로 이어지는 회랑에 오색등을 달아두어 음산하고 괴기스러웠습니다. 사무실에 문의하고 돌아왔는데 건의를 받아들여 곧 철거했다는 연락을 사진과 함께 받은 일이 있습니다만 그 탁하고 불결한 기분과 인상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주술이니 무속이니 하는 것들을 옹호하거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성경 해석이란 것이 존재나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고후 6:15) 하지만 분별을 잃으면 무슨 일이 어려울까요?
예레미야를 통해 주신 말씀도 생각합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놀랍고도 끔찍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예언자들은 거짓으로 예언을 하며, 제사장들은 거짓 예언자들이 시키는 대로 다스리며, 나의 백성은 이것을 좋아하니, 마지막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렘 5: 30,31) 사랑하는 한국교회가 두려우신 하나님 앞에서 분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엎드릴 뿐입니다.
그젯밤 비콜로 수련회를 떠난 친구들이 지금은 카비테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밤 9시에 카비테를 떠난 지 무려 18시간 만에 목적지인 레가스피에 도착했습니다. 그 긴 시간을 좁은 밴 속에서 어떻게 견뎠을까 싶지만 모두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니 감사했습니다.
친구들은 잠시 휴식한 후에 주일 예배를 드리고, 이어서 크리스마스파티도 가졌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니 긴 여로가 주는 피곤함보다는 여전히 밝고 생기 찬 모습입니다.
사실 여행을 하면 내가 담고자 하는 것보다 담아주시는 것이 늘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모들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었으니 고생은 됐을 것이나 마음에 여러 생각들을 담아주셨을 것입니다.
긴 여행에 많이들 피곤했을텐데 이튿날 새벽기도회를 가진 후 각자 받은 은혜를 포스팅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모든 기록들의 기초와 기둥과 배경이 감사여서 또한 감사합니다.
이번 비콜수련회에 나는 주제를 나누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리더인 제리와 친구들이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어느덧 모이면 예배할 줄 알고, 주님이 주시는 마음을 기록할 줄 아는 친구들이 되었으니 아버지께 감사합니다. 특별히 6년 전에 네 명의 리더가 방문했던 존 마이클의 어머니와 새 가족이 살고 있는 이리가의 뽕올에도 들러 주민들과 교제도 나누며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오게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산마리노 친구들에게는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는데요, 2028년에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인 산마리노를 가는 것입니다. 지난해 바기오수련회와 올해 비콜수련회는 그 선물을 받기 위한 준비라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지경을 벗어나 더 큰 세계를 경험함으로 자신의 나라와 세계를 보며 준비하는 리더들로 세워주시길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났을 때 초등학생이고 중고등학생이던 친구들이 내년 2월에 입시 결과가 나오는 다를리를 빼고는 모두 대학생이 됐던지, 대학원생이 되거나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시간만 흐른 것이 아니라, 자란 것이고 키워주신 것이니 감사만 합니다.
친구들의 올린 사진에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정삼각형 모양이라는 마욘볼캐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친구들은 무려 25시간 동안 좁은 밴 안에서 견디며 바로 그 산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31년 전, 타가이타이에 있는 따알볼캐노에 한 가지 질문을 가지고 오른 일이 있습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우리 친구들은 어떤 마음으로 마욘볼캐노를 보았을는지 모릅니다. 따알볼캐노를 통해 제게 말씀해 주셨던 아버지께서 마욘볼캐노를 통해 또한 말씀해 주셨으리라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하나님의 선한 손의 도우심으로’ 입니다. 그 손이 있어 저희가 여기에 있고, 그 손이 있어 우리 친구들이 주님을 목표로 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철이 철을 빛나게 하는 것처럼, 목적지가 같은 여행길에서 같은 경험을 하며 즐거워지기도 하고, 상쾌히 지기도 하고, 서로 친밀해지기도 하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약속하신 분이 이루시는 것을 친구들의 삶을 통해 보았고, 지금도 이루고 계시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더 놀랍게 일해 주실 것입니다. 모두들 자신 안에 두신 새 생명의 진실을 따라 나비처럼 날아오르게 하실 것입니다. 아버지의 기쁨과 영광을 위해 독수리처럼 오르고 또 올라가게 하실 것입니다.
늘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밤에 오셔서 우리 사정을 다 안다 하시고, 살기등등한 세상에 아기로 오셔서 두려워 말라고 하시며, 목자와 이방의 동방박사와 시므온과 안나를 통해 이 땅에 구주가 나신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신 아버지의 은혜가 가득하게 하시길 기도합니다.
설령 칠흑 같은 시간을 지나는 중이라도 우리 사정을 다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며 위로와 소망이 돼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을 피할 자 없으니 시 1편에 말씀하신 대로 무엇을 하든 복된 삶도 있고,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은 삶도 있는 것을 기억합니다.
지난해 교회의 표어는 ‘분별의 해’였습니다. 주신 주제대로 우리 친구들 안에 분별의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새해는 “받을 것을 준비하는 해”입니다. 기름은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부어주시지만 그릇은 선지 생도의 아내가 직접 준비해야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 편에서 준비된 만큼 주실 수 있음을 기억하며, 많은 복을 부어주시길 기대하는 동시에 그 모든 복을 받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매일을 살기 원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장막터를 넓히며 네 처소의 휘장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되 너의 줄을 길게 하며 너의 말뚝을 견고히 할지어다 “(사 54:2) 이사야를 통해 주신 이 말씀대로 자신만의 좁은 세계에 안주하고 적응하는 대신에 장막터를 더 넓히며, 처소의 휘장도 아끼지 말고 널리 펴며, 줄도 길게 하고 말뚝도 견고히 하는 2025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늘 함께해 주시는 사랑과 빌어주시는 축복에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약속하신대로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우리의 온갖 구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것입니다. 부어주시는 은혜들마다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매일매일 주님과 접속되어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기도합니다.
존 마이클(중앙)과 엄마(왼편), 그녀의 새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