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무등산 정상 개방이 이뤄졌다.
코로나 여파로 중단되었다가 햇수로 4년만에 재개되어 반가움은 그만큼 크다.
늘 저만치서 보고 가던 지왕봉 인왕봉을 가까이서 볼수있는 기회다.
2주전 부터서 먼저 요청했던 동생들이, 힘들까봐 용기가 안난다고해서 혼자 집을 나섰다.
예상한대로 충민사에서부터 갓길 주차로 차와 사람이 엉켜 원할한 주행이 어려웠다.
추석날 지리산 성삼재의 갓길 주차는 애교 수준이랄수 있겠다.
전국에서 몰려든 대형 관광버스들 사이를 곡예하듯 지나쳐 원효사에 도착하니 역시나 인산인해다.
공복의 산행은 힘들까봐 벤치에 앉아 팥빵 하나를 우겨
넣은후 힘내어 옛길로 출발이다.
오랜만에 찾은 옛길엔 조릿대가 내 키보다도 더 자라있고 흙길이긴하나 자갈이 많아 걷기 편한 길은 아니다.
경상도 말을 쓰는 사람, 젊거나 나이든 사람 모두가 섞여 오르다보니 서로의 기운을 받아 힘들지않게 오를수있었다.
옛길은 조망권이 없어 꼬막재에 이르는 길처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코스다.
호흡을 조절하며 한번도 쉬지않고 무난히 걷다보니 11시 23분,
1시간 23분만에 목교 도착이다.
국립공원 직원분들의 안내로 서석대로 향하는 돌계단에 올라서니 길게 늘어선 행렬이
계단 하나 오르고 쉬고 또 한 계단 오르고 쉬어야할만큼 정체되어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수월하기도했다.
목교에서 20여분이면 오를것을 한시간 정도 걸려
서석대에 올라서니 그야말로 진풍경이 펼쳐져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고 긴 행렬과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줄이 어디까지 뻗어있는게 몇해전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신분증 확인이 더디어서 정체되는가 했는데 두 줄이 중간 지점에서 한 줄로 줄어드니 그런것같다.
지루한 줄서기를 끝없이 펼쳐진 억새의 향연이 위로하듯 달래주어 오히려 즐긴듯하다.
1187미터 고지대여서 그런가,
추워서 준비해 간 겉옷을 겹쳐 입어도 손은 시럽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라 섰다.
인왕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또 줄이 늘어서있다.
두어번 밟았던 땅이기에 포기하고 화순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니 풍력기도 안 돌만큼 바람은 없으나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 하늘이 시커멓다.
그러나 너덜겅과 구비구비 산맥의 푸르름이 더할나위 없는 청량감을 준다.
공기의 다름을 느낀다.
듣기론 조만간 군부대 이전이 이뤄져 천왕봉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거라 했는데 높은 이중 철책이 새로 한 듯 깨끗하다.
경관을 헤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볼썽 사납기 그지없다.
군부대쪽을 향해선 촬영도 안되고 혼자이다보니 찍어줄 동행자도 없어 휘적휘적 내려가는데 아는 분을 만났다.
두달간의 산티아고 순례이야기, 무등산 환경대학 55기 수강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군부대 정문까지 내려가니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요기를 하느라 소란스럽다.
나도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앉아 달걀을 까먹고 구어 간 고구마를 먹으려니 넘어가지 않는다.
3일전 영주 옥숙과 중봉에 앉아 같이 먹을땐 그렇게 맛이 있더니 역시 혼자는 재미가 없나보다.
2시 7분.
하산을 준비하며 아쉬움에 한바퀴 돌며 조망한다.
남도는 아직 단풍의 기미는 없지만 가을의 기운은 느껴진다.
길동무의 절실한 필요성을 누르며 긴 긴 하산길이 이어진다.
묵상의 걷기 피정이다.
아들은 관악산에서, 엄마는 무등산에서 서로 사진을 교환하며 교감을 나누고 동행하듯 평온을 유지하며 원효사에 도착.
길디긴 버스 줄에 서 있는데 앞에 있던 대여섯명의 아저씨들 중
"내일도 놀고 모레도 놀고 마누라는 없고...철원갔어...비무장지대래...1박2일로..."
"와따 철원까지? 대단하시"
우스갯소리를 엿듣다보니 우리 교수님과 사모님도 영란언니도 가셨는데.
가보지않은 비무장지대를 상상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보니 14.8km 21719보를 걸었다.
첫댓글 이틀간의 정신적 고단함을 씻으러 무등산에 올라 위로받고 왔어요.
잘 돋지않는 혓바늘이 돋아 침 삼키기도 어렵지만 기분은 어찌나 좋던지요.
낮에 마신 커피때문인지 아무리 자려고해도 잠이 안와 일어나 쓴 글입니다.
정말 무등산 멋있네요. 광주를 대표하는 혼이 깃든 광경들. 억새풀인가요? 멀리 보이는 구름, 산. 얼마나 감격스러웠을지. 무등산의 지킴이 영희언니. 3년만이라니 그 모습 상상만으로도 벅찹니다. 하하산행 기대해봅니다.
와~~ 무등산 정상 개방에 이렇게 많은 등신객이라니...
정상에 오른 감격을 함께 나눠야 더 컸을텐데~~
얼마 후엔 무등산 정상을 상시로 개방할듯 싶던데요 그 때는 뻔질나게 함께 다닙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