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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부제를 단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동서양의 중세에 대한 의미와 평가를 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흔히 '암흑의 시대'라 평가되고 있는 서양의 중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 가치가 절대적 권력으로 작동하던 서양의 중세는 일반적으로 상식보다 권위가 앞서던 '암흑의 시대'라 지칭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암흑을 뚫고 시작된 이른바 근대 이후는 그 시절과 어떻게 다른가? 절대적 권력에 의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저술한 저자의 관점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맞춰져 있다고 이해된다.
한 마디로 서양의 관점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중세’에 대한 의미와 평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특히 서양 중심의 세계사 서술에서 중세와 근대를 비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하는가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서양의 중세만이 아니라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반도로 대표되는 동양, 그리고 이슬람 문화까지 아우른 종합적인 고찰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서구 중심의 역사와 과학에 대한 판단, 여전히 그것을 절대적 가치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고 하겠다.
‘중세의 성격에 대한 새로운 조명’,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서양의 중세만 다루어져온 것과 달리 인도, 이슬람, 중국, 한반도의 중세 인문을 서양 중세 인문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즉 '서양 근대 중심 세계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암흑시대라고 알려진 서양 중세와 달리 비서양 중세는 개명시대였음을 새롭게 주장'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하여 1장은 '중세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움베르토 에코에 의해서 새롭게 조명된 서양의 중세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지배계급의 종교였던 기독교의 성격을 서술하고, 서양의 중세를 '폐쇄와 불관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저자는 가장 먼저 '인도의 중세'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 여전히 사회적 갈등과 종교 분쟁이 진행되고 엄격한 신분 구분을 당연시하는 카스트제도가 지배하는 21세기의 '인도는 지금도 중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밖에도 전체 4개의 장에 걸쳐서, 인도의 사상(3장)과 문학(4장) 그리고 예술(5장)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현장을 찾아 직접 목격한 인도는 '다양성의 나라'라는 일반적인 관점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이 어우러져 인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친일파'였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인도에서는 '간디'가 경멸시되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중세라는 기간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서양 중심에서 벗어나, 인도를 대상으로 시작한 중세에 대한 진단은 이슬람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자행된 초등학교 교사의 '참수사건'으로 인해 언론에서는 이슬람의 폭력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는 이를 이슬람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지만, 저자의 진단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코란>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일부 신자들의 '맹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즉 종교의 경전을 자의적 관점에서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 신도들에게 이를 절대적 신앙으로 주입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 뿌리가 같은 서양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충돌하면서, 서로 적대적인 감정으로까지 발전한 종교 전쟁의 성격도 배제할 수가 없다. 저자는 인도의 근대와 함께, 과연 이슬람의 근대도 얼마나 중세의 '암흑'에서 벗어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시각이 '이슬람 중세 이야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모두 고유한 저마다의 문명이지, 어떤 문명이 다른 문명을 대체하는 우월성을 가진 것일 수가 없다.' '물질주의에 사로 잡힌 인문이 아닌 진짜 인문 이야기'를 표방하며, 저자가 그동안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서양 중심의 문화사를 지양하며, 이슬람과 인도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중세에 대해 조명한 내용인 것이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계상은 그저 단순하기 짝이 없으며, 암묵적으로 우리 역시 그러한 시각에 물들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편향된 시각을 조정 혹은 극복하기 위해 다양성을 강조하며, 각 문화의 고유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이슬람을 호전적인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는 서구 언론의 시각이 그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을 대표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구호는 중세의 신학자인 코마스 아퀴나스가 '이슬람을 폄훼하기 위해 퍼뜨린 과장된 선전'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종교적 권위에 눌렸던 서양의 중세에 비해, 이슬람의 중세는 사상과 문학 그리고 예술적으로 더 다채로웠음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중세의 전부인 것처럼 그려졌던 서양 중세의 경우 '제국주의'와 십자군으로 대표되는 호전적이고 침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음을 설명한다.
중세 당시 서양의 사상과 문학 그리고 예술조차도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조명하고 있다.서양의 중세를 ‘제국주의’라는 제목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흔히 ‘위진 남북조’로 구분되던 시기를 중국의 중세로 설정하고, 한반도에서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를 중세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특히 족보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 본질적인 의미보다는 조상의 위세를 앞세워 사회적 명망을 획득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나 역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하게 내세울 수는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주관이 지나치게 강해서 의견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으나, 기존의 보편적 견해와는 다른 시각에서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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