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의 도시 경주에서 개최되는 제26회 경주 벛꽃마라톤에 신청을 하였다.
내고향 경주땅에서 열리는 역사가 깊은 마라톤대회이며, 경주관광공사와 일본 요미우리사가 자매결연을 맺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가는 명품대회이기에, 규모면이나, 대회준비하는 마음으로도 정신무장이 필요한 대회이다.
3월31일에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그 모임에 참석하는 바람에 대회 우승은 기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최근 2년동안 일본에서 선발되어온 선수가 한해는 2시간 20분을 뛰었고, 또다른해에는 2시간35분을 뛰었다.
2시간 20분 러너는 하프코스를 1시간09분에 통과하는 괴력을 보인 러너이기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마음을 비워야했고, 사실 몸 상태는 선두경쟁을 할 만큼 좋지못하다.
모임때문에 늦게 심야버스를 타고 경주에 도착하니,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비가 내린다.
비도 피해야하고, 대회시간도 제법 남아서, 사우나에 들러서, 피로도 풀겸, 온,냉탕을 부지런히 왔다리 갔다리 했다.
대회장으로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굵은 빗줄기를 피할곳을 찾게 되었고,
인근에 소방서가 있어서, 그곳에서 몸을 의탁한채 스트레칭과 피치훈련으로 몸을 데워 나갔다.
책자에 명단이 없기에 누가 참석했는지, 알수가 없다.
출발선상에 서니,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복장은 싱글렛 상,하의에 비닐옷을 입었고, 복대에 전투식량으로 조제약 2개[옥타코사놀].에너지젤 1개를 지참하였다.
언제나 언어의 마술사 배동성 아나운서의 물흐듯한 안내로 대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드디어 출발총성이 울린다.
초반을 천천히 가려고, 다섯번째줄 정도에서 예열을 시작하였다.
선두는 손살같이 밀고나갔고, 선두에 누가 치고 나가는지는 알아야해서, 같이 속도를 올려가본다.
초반 1km는 거리가 많이 짧았고, 2km도 역시 그러하였다. 좀 더 나아가니, 다시 2km 펫말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2km 구간이 적정한갓 같았다.
5km를 18분00초에 통과하였고, 앞에서 세사람이 달리고 있다. 선두는 17분 중반에 통과한듯...
좀 더 나가가다가, 앞쪽에 아주 기교로 달리는 일본인으로 보이는분뒤에 달라 붙어간다.
이분이 나를 의식했는지, 차선을 요리조리 바꾸면서 신경전을 펼친다.
그래도 뒷쪽에 바짝달라붙었다.
그리고 한마디 던진다. 당신은 일본사람입니까? 대답이 없다. 그럼 일본사람 맞구만....ㅋㅋㅋ 일본어 몰라서 영어로 했는데...
다시 신경전이 이어지고, 그분이 나를 싫어하는것같아서 100m 앞쪽에 달리고있는 선두를 잡아나간다.
사실 나와 신경전을 펼친 그분의 자세와 주법이 가장 따라뛰기 적당했지만, 상대가 나를 싫어하니 방법이 없다.
그분은 분당 피치수가 202~204피치수를 꾸준히 나왔고, 완전 프런트착지[앞발로만 달리는주법]를 구사하고 있었다.
짧은 인터벌로 간을 보았는데, 따라오지 않길레. 앞서가는 선두주자가 이제나의 목표치다.
선두는 주법이 영 이상하다. 완전히 스트라이드주법을 사용하는데, 저런주법은 풀코스에 쥐약이다.
그래도 선두에서 달리니 수준급 러너라 생각하고, 간격을 좁혀가다가 8km지점에서 선두에 합류한다.
그런데, 일본인이라 생각했는데, 광양의 김동욱님이시다.
한때, 2시간33분까지 달렸던분이지만,작년까지는 기록이 좋지않았는데, 금년에 기록이 많이 좋아져, 울산대회때도
선두에서 달렸고,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39를 하신분이시다.
그러나, 지금나의 몸상태라면, 어렵지않는 상대라서, 레이스를 가급적 내가 리딩해간다.
곧이어, 추월했던 그분이 합류하여 삼파전으로 이어진다.
보통 1~2km정도씩 선두에서 끌다가 뒤로 빠지면서 15km까지 나아간다.
초반이 과열되어 속도가 18분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달려간다. 오늘 239이내의 기록을 원하시는 김동욱님의 주문에
맞춰 15km부터 35km까지는 내가 선두에서 지속적으로 페이스를 리딩해간다.
15~18km까지 거리가 겁나게 길다. 속도가 3분45초 늦어도 3분50초 페이스인데, 계속 4분~5분5초가 찍힌다.
거리가 엄청길다.그래서 원하는 기록대에 맞춰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239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길래,
속도를 올려나간다. 30km까지는 2시간38분 후반이 가능한 페이스이다.
37km지점보다 보문호의 가파른 언덕을 생각하면, 1분이상의 여유가 있어야하는데, 빠듯하다.
34km부터 페이스가 급격이 떨어지는 김동욱님을 챙겨가는것도 한계를 느낀 35km 지점즈음에, 이 대회 마지막까지
자웅을 펼친 박한주님이 선두로 치고 나간다.
사실 나도 피로도가 있었기에, 앞에서시는분께 기꺼이 자리를 양보한다.
오늘 대회는 일본선수가 예상보다 전력이 강한분이 오지않아서, 만만하게 생각하였고, 준비한 젤과 옥타코사놀을
15km지점에 하나만 먹고 나머지는 복용하지 않았다.복대엔 옥타코사놀과 젤이 하나씩 남아있었지만, 안먹고 간다.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라톤은 자만하면 큰일난다는것을 이 대회를 통해 느꼈다.
대회전날 관리부족과 피로, 그리고 레이스중에 에너지 보충이 충분하지 못하니, 마의 35km 지점이 시작되는것이다.
그것도 한순간에 느껴지는 싯점에 복용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달린다.
39km표지판이 나오는 순간, 제가 먼저 갑니다하고, 앞으로 쭉~ 밀고 나갔다.
한참을 달려 뒤를 보니, 박한주님이 내 뒤를 바짝 뒤쫒고 있었다. 순간 기분이 묘했다. 제법 빨리 달린것인데...
40km지점에서 다시 인터벌을 사용하면서 힘있는 주법을 사용하였지만, 간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는 긴장모드가된다. 보통 내가 인터벌을 사용하면, 이겨내는 마스터즈 러너가 없는 편인데...
결승점 1km를 남기고, 남은힘을 모두 쏟아 넣어 버린다. 일요일 대회가 있어서, 전투력을 아낀것인데,
마지막까지 긴장모드가 이어지니, 올인모드가 된다.
그제서야 간격이 벌어지고, 약간의 여유가 있어, 한숨을 돌린채 결승점으로 골인하였다.
결국은 마지막에 힘을 모두 쏟아넣는바람에 일요일 대회는 깔끔하게 접게 되었다.
기록은 예상했던대로 매우 저조하다.2시간42분05초이다.
먼저 요미우리사 방송국 인터뷰를 하였고, 뒤이어서, 한국방송국과 인터뷰를 하였다.
초 고수가 참가하지 않아서 운좋은 우승을 하였지만, 나름 힘든 레이스를 하였다.
동마이후 잦은 음주에 훈련까지 갖춰지지 못하니, 전투력은 바닥을 기고 있다.
다시 훈련한다면, 지금보다는 기량이 많이 올라갈 듯 보이지만, 요즘 나태해진 내모습을 보면서 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
김동욱님은 후반이 많이 밀렸는지, 2시간 46분경에 결승점에 들어오신다. 역시 초반 오버페이스는 독이다라는 교훈은
다시한번 상기한다. 더불어 거리가 길다보니, 기록이 좋지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10km와 하프코스 기록칩에 문제가 있어서, 대회기록에 크나큰 오점과함께 시상식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대회장이신분이 작년 대청호 마라톤에서 내가 일등을 하고도, 한바탕 난리를 겪었던 그 대회장이시다.
이번대회에 풀코스는 그래서 건타임으로 시상을 하게 되었다.
대회는 정확한 거리측정과 칩의 오류가 없어야 주자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장기간 이어온 명품대회에 마무리가 좋지않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대회중에 정마사 회원중에 박남홍님과 오동주님이 열띤 응원을 해 주셨다.
궂은날씨에 먼곳에서 열띤 레이스를 하신 두분께도 갈채를 보낸다.
이렇게 나의 풀코스 118회 우승은 또하나의 추억으로 자리매김한다.
150회 우승까지는 어렵지않게 이러나갈것 같다.앞으로 2년후 즈음에...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 하루를 살아가는 정석근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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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멋지십니다
방학이라 해놓고는
감독님은 경주에서 우승축하드립니다
난 아직도 넉달째 띵까 띵까
잘 노는사람이 잘 뜁니다.
뭐든 잘하는게 좋지요.
푹 쉬셨으니 가을엔 폭풍질주 하실겁니다.
@정석근 폭풍질주
좋지요
감독님 대단하십니다.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신 기록에 경의를 표합니다,ㅎㅎ
앞으로도 계속 멋진 모습, 보여 주세요~~
감독님 우승하실줄 알았습니다. 제가 달리면서 옆주자들에게 자랑을 많이 했지요~ 이번에 감이 좋아서 315는 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언덕이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동마보다는 1분당겼습니다. 감독님의 우승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재미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118회 우승이라니 엄청나네요. 상상초월!
축하드립니다. 150회 우승하는 모습이 보고 싶군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