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모든 식구들과 길을 걷습니다.
공사로 막힌 길이 있어 논두렁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구요.
좁은 논두렁의 물가를 지날 때는 앞선이가 뒤에 오는 이의 손을 잡아주고, 힘센 이가 약한 이의 손을 끌어줍니다.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되는 일을 이렇게 재미나게 경험합니다.
오늘은 실상사 작은 학교에서 주신 쌀로 밥을 지어 먹는 날이랍니다.
정성스럽게 봄부터 가을까지 심고 거둬들인 쌀을 선물로 주시니 먹는 우리들도 그 정성의 한조각이라도 생각하면서 먹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른 아침 말씀과 밥의 집에서 밥상 식구들이 모임을 하네요.
재민맘, 고슴도치, 푸른솔, 후마, 은지, 해랑맘이 한주의 살림을 살펴봐주십니다.
초등 동무들은 수와 셈, 말과 글 공부를 하고
천지인 동무들은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마을인생학교 두번째 입학설명회를 위해 한결, 현동, 신난다는 이야기를 짬짬히 나누며 작업을 했지요.
별량중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 동무들에게 마을인생학교 소개를 위해 다가오는 수요일에 출동하거든요.
이 시간에 마을인생학교 동무들은 두더지와의 시간을 갖습니다.
쇠날의 밥모심은 한주간 먹고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랍니다.
한해 동안 우리 밥상을 빛나게 해주었던 묵은지로 찌개를, 밭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배추로 배추전을 해주셔서 맛있게 나눠먹습니다. 마침 지나던 박두규 선생님 오셔서 함께 밥모심을 합니다.
사랑어린학교도 새식구 모심 시간을 갖고 있는데 오늘은 초등 1학년 면담을 했네요.
내일은 초등 3학년 동무의 면담이 기다리고 있지요.
마을인생학교에도 끊임없이 문의 전화와 면담을 원하는 분들이 계셔서 마무리 즈음이지만 이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쇠날 오후에는 천지인, 마을인생학교 모두 가족회의를 합니다.
마침 이번주는 천지인이 집으로 다니러 가는 날이기에 더욱 신이 난 표정입니다.
초등 동무들도 그 기운에 덩달아 '아싸~ 내일은 주말이닷'하며 청소를 부지런히 하네요.
기운이란 것이 참 묘하답니다.
매일 집으로 가는 초등동무들도 쇠날이면 더욱 밝은 표정이 되고
동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배움터의 기운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고요한 기운으로 정적에 휩싸이는 느낌입니다.
한참 가을이 깊어가는 무렵 두더지는 생명평화 지리산 순례에 이야기 손님으로 가시고
배움지기들은 한주 마무리를 합니다.
주말에 비소식이 있다는데 오후부터 싸늘한 기운이 감돌기도 합니다.
이제는 비님 한번씩 오실 때 마다 겨울이 한걸음씩 쏜살같이 다가올테지요.
이번 한주의 잔잔한 일상이 참 좋았습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서로 기대어 잘 지나온 듯 하여 가을의 깊이만큼 사랑어린 사람들의 깊이도 날마다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주말에 오고 가실 새식구들에게 마음모아 주시길요.
고맙습니다.
첫댓글 Happy happy week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