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술녀, 기성한복 사서 ‘택갈이’ 의혹…한달만에 직접 입 열었다
이가영 기자별 스토리 •20시간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씨. /뉴스1© 제공: 조선일보
지난달 18일 온라인에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를 비방하는 플래카드 사진이 올라왔다. 박씨가 운영하는 한복집 앞에 설치된 플래카드에는 ‘박술녀는 대국민 사기극’ ‘시장에서 한복 사다가 상표갈이’ ‘택갈이 판매한 짝퉁한복 환불 도와드린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플래카드를 설치한 건 ‘정의로운 세상만들기’라는 시민단체 준비위원장 소모씨였다. 소씨는 단체 홈페이지에도 박씨를 ‘사회의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한복을 자신이 만든 것처럼 포장해 판매하는 박술녀가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며 제보를 받는다고 했다. 소씨는 박씨의 한복집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박술녀 한복집 앞에 설치된 플래카드(위), 소모씨가 준비위원장인 시민단체 홈페이지. /에펨코리아, 정의로운 세상만들기© 제공: 조선일보
다만, 소씨는 주장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택시운전사로 일하면서 만난 손님에게 ‘택갈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10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처음으로 의혹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단연코, 결단코 그런 일은 맹세코 없다”며 “택갈이 할 정도면 한복집 운영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자존심이 무너진다. 내가 이렇게 안 살았는데”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피땀 흘려서 여기까지 왔다. 자존심 하나 갖고 살아왔는데 새벽에도 눈물이 나고, 저녁에도 얘기하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소씨의 시위 현수막을 본 박씨는 “끔찍하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뭘 안다고, 내 한복이 짝퉁이라고 이야기하냐”고 호소했다.
박술녀씨는 '택갈이'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MBC '실화탐사대'© 제공: 조선일보
한복상가 상인들은 “박술녀는 완제품 안 산다” “맞춤인데 그게 가능하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택시에서 소씨에게 ‘택갈이’ 이야기를 했다는 상인 역시 “난 그런 얘기 한 적 없다”며 “박술녀를 어쩌다 한 번씩 본 건데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김미영 진술분석가는 “제보자라는 사람도 당사자가 아닌 거의 전언”이라며 “의혹만 있을 뿐이지 근거가 전혀 없거나 관련성 없는 내용이다. 실체는 없다”고 분석했다.
◇20년의 악연, 시위 처음 아니었다
소씨에게는 박씨를 향한 구원(舊怨)이 있었다. 소씨는 2001년 해태유통이 보유한 건물의 임차인이었다. 그해 해태유통은 부도를 맞았고, 소씨는 3년이 지나면 자신이 건물주가 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물론, 임차인이 건물 대금을 치를 능력이 없는 이상 아무리 오랫동안 점유한다고 해도 건물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은 없다. 2003년 박씨가 해당 건물을 구입하자 소씨는 13억원의 권리금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금액에 박씨는 퇴거를 요구하며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소씨는 20년 전에도 그의 한복집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측 변호사는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거리 현수막 게시를 중단하고, 온라인에서의 행위도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도 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