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체험기 / 청초 문용대(수필가)
떠나 있던 내 집으로 지난해 말 이사를 왔다. 2년간의 지긋지긋하던 옥탑 셋방살이를 끝냈다. 지긋지긋하다고 한 것은 내 글 ‘어느 임대인의 끝없는 갑질’(절도범이 된 민씨 이야기)에 잘 씌어 있다.
옥탑방은 건물 옥상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든 방으로 비교적 가격이 싼 편이다. 돈이 없고 가난할수록 옥탑 방에 사는 경우가 많다. 싼 대신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추워 살기가 힘든 곳이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없이 걸어서 오르내려야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 내 집을 전세 놓고 싼 집에 세 들어 살았다. 30여년 된 다가구주택 건물 옥상에 블록으로 쌓아 지은 집에서다. 싼 집이라고 간 곳에서 너무 비싼(?) 체험을 하고 돌아왔다.
세 들어 사는 동안 때마침 박원순 서울시장이 옥탑 방살이 체험을 한다며 한 달에 2백만 원짜리 강북구 삼양동 어느 집에서 지낼 때다.
내가 쓴 ‘어느 임대인의 끝없는 갑질’을 어디선가 읽었다는 MBC-TV ‘실화탐사대’팀 작가라는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요구해 온 자료 몇 가지를 건넸더니 기사거리가 되겠다고 판단했던지 담당 PD와 카메라감독이 몇 차례 찾아 와 가진 자료를 모두 건넸다.
나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잠깐씩 보던 뉴스마저 2~3년 전부터는 아예 보지 않으니 지난해 9월 새로 생긴 ‘실화탐사대’를 알 리가 없다. 팀원들에 대해 나중 알고 보니 PD수첩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분들이다.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들을 주었고 관련이 있는 사람들 연락처도 알려 주었다. 이틀에 걸쳐 나의 집에서 밤늦게까지 실시한 인터뷰에도 응했다.
MBC-TV ‘실화탐사대’는 매주 수요일 밤 8시 55분부터 두 가지 사건을 50분간 방영하는데 MC 겸 코미디언 신동엽 등이 진행한다. 내가 겪었고 아직도 겪고 있는 내 이야기는 22회째로 오는 3월 6일 밤 방영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임차인을 상대로 하는 임대인의 ‘갑질’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내가 당한 소위 ‘갑질’은 내가 쓴 글이나 방영될 MBC-TV ‘실화탐사대’에 맡기고 옥상 옥탑방 체험담만을 말하고자 한다. 옥상이 아니라면 겪어볼 수 없는 좋은 점이 많다. 날만 맑을 때라면 어느 방향에서나 햇볕을 오래 쬘 수 있다. 빨래도 뙤약볕에 잠깐이면 말릴 수 있다. 또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늘 새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낮은 층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화단이나 화분을 잘 가꿀 수 있다. 나의 경우 잠시이긴 해도 봄부터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 그리고 단 호박을 심어 꾀나 재미를 봤다. 두 식구가 사먹어야 하는 돈 액수보다 내 손으로 가꾸는 재미와 신선한 무공해식품이라는 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점이다. 또 있다. 아직 건강하니 하는 말이겠다. 작년 봄 다리를 다쳐 목발로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옥상으로 걸어 다니다보니 저절로 운동이 된다.
이제부터 2년 동안의 체험담이다. 보통 오래된 주택일수록 옥상 집은 본건물이 아니다. 본건물이 아니라 함은 집을 지을 때 철근을 넣고 콘크리트를 아래층과 함께 정해진 위치에 비벼 넣는 것이 아니라 다 지어진 건물위에 벽은 블록을 쌓고 미장으로 마감한다. 천장도 마찬가지다. 본건물 지을 때처럼 철근을 넣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게 아니라 서까래 등을 얹어 짓다보니 오래되면 빗물이 새거나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옥탑 방은 무엇보다 여름과 겨울에 힘들다 지난 1,2년은 유난히 무더웠고 추웠다. 지난여름은 111년만의 40°C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가뭄이 장기간 계속됐다. 지붕과 벽은 낮 동안 달아올라 있다. 저녁 때 붉은 벽돌 벽에 수돗물을 뿌려본다. 바닥으로 데워진 물이 흘러내린다. 한참 물을 뿌리고 나서 만져 봐도 식지 않는다. 밤새도록 에어컨을 켜놓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추위 또한 더위 못지않다. 영하 10°C 이하 추위가 이어질 때는 참 고통스러웠다. 구멍이 숭숭 뚫린 블록을 쌓고 단열재마저 제대로 쓰지 않은 집에서 한겨울을 어찌 제대로 지낼 수가 있었겠는가! 게다가 배수관 역시 집을 다 짓고 나서 설치하려다보니 건물 내부가 아닌 외벽에 붙인다. 관 내부가 외벽 1층 바닥에서부터 차츰차츰 얼어 올라온다. 나중에는 주방과 화장실 바닥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변기 물은 내려가 거기에다가라도 물을 퍼다 부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2년간 그런 생활을 해 봤다. 나는 추울 때나 더울 때 직장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밤낮을 그리 살아낸 아내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우리는 2년으로 끝났다. 나는 이를 체험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 집에서 그렇게 살아 온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그와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