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명품을 만드는 사람처럼 새로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요즘 존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우리 안에 친구들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회가 있다. 12년 전, 의료봉사팀으로 오신 한 여집사님이 산마리노 아이들 공부에 써달라고 후원한 것이 시작이다. 그때 존이 마무리 기도를 한 일이 있는데 그의 기도 중에 받은 감동을 따랐다고 했다. 최근에야 장학회가 시작된 배경에 그 일이 있었다는 것을 그녀에게도, 존에게도 알려주었다. 자신들도 모르게 새 문을 연 일이었다.
2021년 3월, 4명의 리더 중 한 사람이었던 존이 처음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 충격으로 교회는 3년 이상 아파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있었던 비콜수련회 때 그가 돌아왔다. 45개월 만이었다. 아내와 함께였는데 이 또한 처음이었다.
지난해 10월 말, 트리니다드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그의 아내 안젤리를 만났다. 교회에 출석한 지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부부의 미래와 동생의 학비를 벌겠다고 지난달 파퓨아 뉴기니로 떠났다. 뒤에 보니 아내가 결정하고 존이 마지못해 따른 일이었다. 그런 일로 부부가 헤어져 지내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항공권도 구입한 상태였으므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파퓨아 뉴기니는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라는 책의 주요 연구지요 집필지다.
온 세계를 덮은 현대성의 물결로 불과 80년만에 원시 세계가 현대 세계로 탈바꿈한 생생한 현장이다. 외적인 모습은 여느 현대화된 도시와 같았지만 내적으로는 불안한 치안 때문에 외출도 할 수 없다. 작업 환경도 마찬가지여서 안젤리는 마치 수인처럼 갇혀 지내는 중이다. 돈을 위해 지불하는 희생이 너무 끔찍하지만 우리 가운데 외국에 나간 첫 사람이 됐다.
계약을 따라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에 한 차례 만날 수 있는데, 떨어져 지내는 두 사람의 마음이 타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런 그녀는 매일 말씀을 통해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며, 존이 줌으로 인도하는 예배에 참석하고, 감사를 기록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정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주님께서 두 사람을 당신 가까이로 부르신 것처럼 보인다. 존의 용도를 생각할 때, 하나님의 허락 가운데 우리는 모르는 새 문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홀로 남은 존은 지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UoP 석사 과정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역시 우리 가운데 처음이다. 그가 입학하게 되면 우리 친구들도 나아갈 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존의 조카 부보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중 1학년 학생이다. 그가 성경 필사를 시작하고, 기타를 배우며, 찬양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고 한다. 새로운 문들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 또한 존을 통해 하시는 일일 것이다.
사실 그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세한 일들이 더 많다. 의료봉사단이 왔을 때는 이틀에 걸쳐 200명 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지난 수련회 때 그는 처음으로 책세미나 강사가 됐고, 식당 봉사를 맡아 혼자서 바비큐 80개를 숯불에 구웠다. 체력이 소진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는데 그를 통해 ‘누군가를 위한 공헌’이라는 문이 실제적으로 열리는 것을 보았다.
우리 교회는 예배와 매일의 삶을 통해 각자가 하나님께 받은 말씀을 감사함으로 3~10가지씩 매일 기록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존이 올린 감사가 있다. 20개의 주제에 A4 용지로 무려 세 페이지 분량이다. 의례적으로 간단하게 기록한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내용을 자신에게 주신 깨달음을 함께 적었는데, 모든 문장에 진정한 감사가 배어있었으므로 나 또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의 새 문을 연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문으로 우리 친구들이 들어가면서 주님이 행하시는 일을 보는 눈은 얼마나 더 맑게 열리며, 얼마나 더 풍성한 기쁨을 누리게 될까. 어쩌면 마지못해 감사를 기록하는 이들이 있을지라도 불도저처럼 감사의 길을 내고 있는 존을 따라 행진하는 소망을 갖는다.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이 주께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아브라함의 뒤를 따라 우리가 믿음의 길로 들어섰듯, 우리가 연 문으로 누군가가 따라온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일까? 아버지를 바라보며 믿음으로 행할 때마다 우리 눈에는 작아 보이나 실제로는 거대한 문이 열리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바울은 자신이 본 광대하고 유효한 문에 대해 말한다.(고전16:9)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어떤 기회나 일 너머, 하나님께서 곁이나 앞에 두신 문일 것이다. “닫혀 있는 모든 문이 잠겨있는 것은 아니니 밀어보라.”는 말이 있다. 존처럼 자신에게 주신 믿음을 따라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녀들이 아버지의 큰 기쁨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겠다.
첫째 칸 왼편은 다 이렐, 오른편은 부보이.
둘째칸 왼편은 안젤리, 오른편은 존.
셋째칸 왼편은 안래, 오른편은 다닐로.
넷째칸은 클라렌스.
부보이는 조카이고, 나머지는 모두 형제거나, 이복 형제, 그리고 사촌지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