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휴를 두고 습관처럼 전화를 걸었다. 대부분 여자의 예감은 적중한다. 아직 아무 말도 안떼었지만 광주 가까운 곳에 오고있다는 기분이 든다.
웃음부터 뱉어 내고 "현경아~~나 윤희랑 여수 가고 있어~잘됐네 너 올 수 있음 와라 가서 있을께~ 계획세워 가는건 아니구 어쩌다 말 나온김에 가자 해서 간다.~" 옆자리 윤희씨가 "언니~~잘 지내시죠? 언니도 오세요.~ 함께 봐요.~" 비음을 섞어 내며 슬슬 부추긴다.
윤희씨는 내가 3년 전 코로나가 오기 직전 하하에서 추진한 1박2일 여행 때 오산에서 만나 교회 체육대회 마당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2살 어린 동생이다. 한눈에도 정갈한 언행이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나절 만남이였지만 3년 사이 종종 문희와의 통화 에서 서로의 안부를 챙겼었다. 그래선지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함께 하자는 말이 반갑고 고맙다.
명절 귀성길 못지 않은 고속도로 정체에 도로 여행이다고 어이없는 웃음을 들려준다. 11시30분 출발한 시간이 저녁 7시30분으로 도착지 설정이 되었단다. 장시간 운전을 걱정하는 내 말에 언제 또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 하겠냐며 휴게소 들러 커피 한잔 마시면서 가는 것도 좋다고 염려을 내려 놓게 한다. 그리고는 매미들 마냥 돌림 노래 하듯이 같이 놀자고 장단을 맞춘다.
갑작스런 제안에 생각 할 시간도 없이 "그래~그러자~갈께~" 덥석 물어버렸다. 고작 여기선 2시간이면 친구를 만나지 않는가?
일을 먼저 저지르고 이제 수습 할 차례다. 빅 뉴스를 전하는것 처럼 "여보 문희가 8시간 걸려 여수로 온데~ 2박3일이나 ~" 힘껏 눈을 크게 뜨고 놀랍다는 목소리로 한 옥타브 높여서 호들갑을 치니 거두절미 " 일박만 해~" "앗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문구점 장난감 두개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하나만 사라고 으름장 놓는 아빠 처럼 허락한다.
내 그물에 걸였다. 하하하
"그러죠 ~나는 그냥 하룻밤 얼굴 만 보고 올께요.~ 근처에 온다는데 보고와야 내 마음이 편하지~~" 속으로 또 한번 하하하 어쩔 땐 남편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문희는 무조건 패스다.
엊그제 마트서 카레 해 먹자던 딸 나윤이 말에 카레 준비를 하고 있던 때라 바삐 움직여 후다닥 한 국자 떠서 해 떨어진 낯선 도로를 달렸다.
계획에 없는 일정으로 벗과 함께 하룻밤을 지낼 생각을 하니 큰 선물을 받는 것 처럼 설레인다. 해넘이 때 나선 길이 어둠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앞차 꽁무늬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허리를 편다. 초행길도 네비게이션 만 있으면 어디든지 바래다 주니 참 좋은 세상이다. 짧은 여행길이 참 좋은가 보다. 흘러 나오는 라디오 노래에 맞춰 흥얼 거리며 갔더니 문희가 주차장 까지 벌써 내려와 기다리고 있다.
대뜸 뭐야? 이 이벤트?~ 키키키키 웃음으로 통하고 이끄는 대로 걸어가 문을 여니 우렁이 각시 처럼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상차림 준비가 한참 인 윤희가 서있다. 활짝 핀 얼굴에 수줍게 하얀이를 내보이며 손을 내민다. "언니~잘 지내셨어요? 너무 반갑고 좋네요.~ 얼른 들어와요.~" 보드랍고 따뜻하다. 또 다시 재회하는 이 순간을 깊은 인연임에 감사한다.
둘러앉아 삼겹살 파티가 열리고 취향것 골라 먹어 보자며 과일 소주와 맥주가 있다. 세담이도 술자리에선 마다하지 않고 홀랑홀랑 주거니 받거니 정도의 주량은 가지고 있다. 이 곳은 요즘 여수의 핫 한 동네인 웅천동에 탁 틔인 바다뷰로 대단지 오피스텔이 들어와 있었다. 내 친구 문희도 오피스텔을 가졌다.
시장이 반찬 이라고 알맞은 허기에 좋은 사람과 나누는 식사는 최고이다. 발그레한 얼굴빛에 포만감 가득 안고 늦은 밤 호젓한 여수밤바다를 서로의 팔과 손을 휘감은 채 감싸 쥐었다. 재산 증식을 했으니 축하 잔을 부딪쳤고 초딩시절부터 얽힌 이야기들과 보고싶은 아무개는 어디서 무얼하며 지낼까? 그 시절에 잔을 부딪히며 가을밤을 수 놓았다.
생각대로라면 모닝차 한잔 나누며 일정 때문에 올라 가야 했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 나자니 발길이 무거워 진다.
무거운 발길은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세담인 여수의 예술랜드에서 뻥 뚫린 바닷 바람을 맞으며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지하 3층까지 있는 까페는 들어온 통로로 만 사용 할 수 있게 끔 옆으로 1층에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조형물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연애인이 왔다 가고 티비에 방영된 곳이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사방에서 카메라 터지는 소리와 대기 하는 사람들로 북적 거림이 여행지 답다.
셋이서 놀다 한사람이 비면 가는 사람이나 남겨진 사람이나 서운 할 일이다.
내 마음을 알았을까?
우연히 같은 오피스텔을 분양 받은 광양사는 친구가 때마침 문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도 볼일이 있어 오는 중이라고 했다. 친구의 친구지만 충장로 인파에 떠밀리며 촌티나는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잘 아는 친구이다. 내 결혼식 사진에도 초대되어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미안함을 가져 갈 구세주다. 기꺼이 차 한잔을 대접하며 오랜만의 안부를 전하며 돌아왔다.
갈때는 라디오와 둘이 였는데 지금은 혼자서 지난 밤을 더듬고 있다. 물들어 가는 낙엽을 보며 하룻 밤이 벌써 추억이 되어 내 가슴 속 곱디 고운 결이 되어 가을임을 실감하게 한다.
통 큰 배려를 해 줬으니 보답으로 장어구이를 사겠노라고 남편과 팔짱을 꼈다. 소주 한잔과 노릇노릇 구워지는 장어를 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데 양반은 아닌가 보다.
향일암을 다녀오면서 저녁먹고 들어와 있다고 ᆢ먼길 내려와 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한 여행되었다고 ᆢ 넌 8시간 걸려 왔자나 여기선 2시간 인데 친구 얼굴을 놓치겠냐고ᆢ 전화기 넘어 정겨움만 가득 묻어 뒀다.
내 모습을 비추어 보는 거울 처럼 친구의 모습은 내 모습이다. 그래서 늘 마주하고 싶고 보고 싶어진다.. 친구야~~ 늘 건강하고 감사하며 살자.~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휘리릭 가는 가을🌾🍂🍁을 붙잡고 오늘도 행복하세요.~❤️😘
언제 어느 때고 단숨에 달려가 스스럼없이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참 행복한 인생입니다. 지금껏 좋은 삶을 살아오고 있음이 짐작도 되구요. 번개팅처럼 만나 삼겹살 파티, 가을 여수 밤바다... 밤샘 여행을 기꺼이 허락해주신 남편에 대한 세담 씨의 애교 넘치는 아내의 역할,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덩달아 여행하듯 신이 났습니다.
첫댓글 여행을 허락해준 남편도 감사하고
여수까지 8시간이나 달려온 친구도 감사하고, 친구들과 멋진 여수여행...감사할 일들에 부러움도 갖습니다. 일상을 떠나 다른 스타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다니. 행복에 흠뻑 빠진, 그 시간 세담이의 모습이 훤합니다.^^♡
꼼지락꼼지락 맛난 거 준비하는 섬세하고 정갈하고 야무진 솜씨가 글에도 담뿍 담겼어요. 감칠맛나는 음식 같은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
불러준 친구보러 훌쩍 날아가는 여유가 부럽구만.
더 부러운건 흔쾌히 허락해준 남편이 있다는것.
얼마나 재미난 시간이었을까.
가을여행.
나두 가고프다.
모이핀이었을까
라피끄였을까.
핫마다는 카페는.
언제 어느 때고 단숨에 달려가 스스럼없이 볼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참 행복한 인생입니다. 지금껏 좋은 삶을 살아오고 있음이 짐작도 되구요.
번개팅처럼 만나 삼겹살 파티, 가을 여수 밤바다...
밤샘 여행을 기꺼이 허락해주신 남편에 대한 세담 씨의 애교 넘치는 아내의 역할,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덩달아 여행하듯 신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