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창립자 '신용호' 씨 이야기
어린 시절 결핵에 걸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던 교보문고, 교보생명 창립자 대산(大山) 신용호(愼鏞虎,1917-2003) 씨의 뜻을 교보문고 5대 운영 지침에 담았다.
1)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2) 한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3)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4) 앉아서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5) 훔쳐 가더라도 망신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그리고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표지석 글귀도 '대산'의 뜻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대산'은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7살에 심각한 결핵에 걸려 무려 3년 동안이나 병치레하느라 학교 문턱도 밞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풍족하지 않는 가정환경으로 결국 학교에 가지 못한 소년 '신용호'는 낮에는 어머니 일을 돕고 밤에는 동생의 교과서를 읽으며 성장했다.
얼마나 노력했는지 독학으로 일본어와 한문까지 익히며 초등학교 과정을 넘어 중학교 교과서까지 독파했다. 그러다 성년을 천일쯤 앞둔 16살에 사회 진출에 대비하여 '천일 독서'의 목표를 세우고 기어이 목표를 달성한다.
천 일 동안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간 것이다.
그야말로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 것'이다.
그는 1936년 약관(弱冠)의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가 곡물 사업 둥를 펼쳤고
해방 후 귀국해 출판, 염색, 제철 사업 등을 하다 1958년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을 창안하며 대한교육보험을 설립했다.
독립 직후 국민소득이 연간 100달러도 안 됐고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든 보험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험을 한 탓에 당시 보험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사업가 신용호씨는 '한국에서 다른 보험은 몰라도 학자금 마련을 위한 보험은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고객을 만나 설득했다. 이후 30년간 교육보험을 통해 학자금을 받은 300만 명은 경제발전의 주역들이 되었다.
대산은 '25년 이내에 서울의 제일 좋은 자리에 사옥을 짓겠다'는 창업 당시 약속대로 1980년 교보빌딩을 완공했다.
도심 금싸라기 땅 지하에 상가를 내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했고 직원들도 만류했으나 서점을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도록 하겠다는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그는 만류하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값진 땅에 책방을 크게 열어서 청소년과 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한다면 그렇게 축적되는 효과가 얼마나 될지 상상해 보세요?
우리의 창업이념을 구현하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습니다.
(해불양수(海不讓水) : 바다는 강물을 뿌리치지 않는다. 즉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