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벽나무님과 안산 분향소를 찾은 지 6개월 여...
무엇하나 제대로 바뀐 것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네요.
작년 10월 23일 유가족분들에게 진료봉사를 하시던 동네 한의원선생님을 따라 광화문, 청운동을 갔었습니다.
손에는 꽃봉투와 카드용지를 넣은 가방을 들고..
낯설고 쑥스러움도 잠시였죠. 그냥 가방을 펼치고 함께 엎드려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엄마들은 마음을 쏟았습니다. 언론기사나 페북에 자주 사진이 올라오는 ㅇ 엄마의 첫카드를 잊을 수 없습니다.
노랗게 물들인 큰나무수국으로 하트를 채우다가 가운데를 다 메꾸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에 구멍이 이렇게 뚫렸다고, 그래서 다 채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지금 아들도 하지 않던 까까중머리를 하고 병원에 누워있습니다.
첫날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되는대로 광화문과 청운동을 찾아갔습니다.
사실,,그때까지, 6개월이 다 될 때까지 저는 울기만 했을 뿐 아무 것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무기력감, 가만히밖에 있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미움이 커져갈 무렵이었습니다.
엄마들을 만나면서 숨통이 터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향소에 엄마들의 공방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달려갔습니다. 그게 10월 30일이었네요. 새벽나무님과 분향소를 먼저 들러서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모릅니다. 그 거대한 슬픔을 말로는 다 못하겠지요.
그 날부터 거의 매주 공방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것은 엄마들을 위하기 전에 저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방에서는 뜨게질도 하고 수도 놓습니다. 꽃누르미는 어렵다고 손사래치시던 분들도 하나를 만들면
다시 집중하여 순식간에 수 백장이 만들어집니다. 만든 브로치며 리본이며 카드들은 함께 해주는 이웃에게 모두 전해졌습니다. 아프지만 감사를 전하는 마음을 회복하면서 고통을 견뎠습니다. 공방은 작은 치유의 공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
그리고 잠잠하던 바다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배를 전국민이 생중계로 바라보던 그 날로부터 1년입니다.
얼마전 도보행진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거리에는 박수를 보내고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큰 소리로 앞뒤없이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나라를 망가뜨린다고요?
유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우리가 겪기 전까지는 그냥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고요...나한테만 안일어나면 되는 일인 줄 알았다고요.
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날 사납기로 소문났던 맹골수도는 어느 때보다 잠잠했고, 사방에는 경비정들이 맴돌고 있었고, 우리는 전원구조 속보를 믿었습니다....
왜그랬을까요. 주변에 구조하러 달려온 어선들은 왜 막았을까요, 왜 다들 나오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왜 교신내용은 삭제를 하고 왜곡하고 있을까요..아직 아무도 풀어내주지 못하는 첫번 째 물음입니다. 감추어진 진실을 밝히고 싶을 뿐입니다.
왜 아이들이, 가족들이 그렇게 떠나야했는지, 지금 유가족들은 그 답을 원할 뿐입니다.
단순 교통사고니, 보조금 운운하는 언론의 여론몰이에 혹시라도 귀기울이시는 분들은 그 물음에 답을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전국 곳곳에서 추모의 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서울은 광화문 7시입니다.노란꽃, 흰 꽃 한 송이씩 들고 모입니다.
대통령은 먼 나라로 외교를 떠나셨고, 국민은 알아서 슬픔을 달랩니다.
얼마나 더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첫댓글 어제 진안에서도 눈물의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제게 수업받는 아이들에게 노란 리본을 하나씩 달아주며 잊지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머리로만 알지말고 진심으로 가슴에 담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늘 눈팅만 하다가 선생님 글에 가슴이 절절해져서, 그 마음 함께 하고파서 몇 자 올립니다.
서울은 다시 광화문서 모입니다.
늘 자야님과 가족들 궁금했는데 궂긴 소식 말고 좋은 소식으로 인사하는 날도 있겠지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카드를 보며 마술을 보는 듯 했으며 원석이 엄마가 그림을 그리던 날 많이 웃었습니다.
치유공간 이웃에서 대접 받았던 개다리소반에 담긴 밥이며,잠깐이라도 집중할 수 있는 꽃잎놀이에 초대받은
그 시간들이 제게는 큰 의미였으며 애써 만든 떡을 슬쩍 쓸쩍 훔쳐먹는 것 같은 미안함이 많았습니다.
둑샘~ 행함이 없는 사랑은 울리는 괭과리라고 하는데 ~ 둑샘의 행동하는 삶은 멀리 울려퍼져나가는 징소리와
같습니다. 그 징소리에 마음을 함께 하고 돌덩이처럼 굳어진 마음이 녹아지기를 빕니다.
긴 싸움이 될까봐 두려운 날들입니다요